그리스의 아테네 식물원
그리스의 아테네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0.04.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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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68)- 글 ; 권주혁 박사
그리스 국회의사당 앞면(무명 용사 기념비)옆에 식재된 이탈리안 사이프러스 나무들.

아테네 시내 중심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국회의사당에서 도로를 하나 건너있는 신타그마(Syntagma) 광장에 지하철역이 있는 것도 그 이유이지만 사실은 국회의사당 서쪽 면에 붙어 있는 무명(無名)용사의 기념비 앞에서 매시간 마다 벌어지는 그리스군 전통 복장을 한 근위병 교대식을 보려는 관광객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스를 위해 전장에서 전사한 무명용사를 추모하는 대형 기념벽판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용사들을 기리는 기념판도 있다. 그리스는 한국전쟁 당시 공군과 육군을 파견하여 우리나라를 도와주었다.  

국회의사당 남쪽에 바로 붙어있는 곳에는 국립정원(National Garden)이라는 이름의 공원이 있는데 공원이라는 이름뿐이고 사실은 식물원이다. 원래 국립정원은 오늘날 그리스의 국회의사당이 왕궁이었을 때 왕족을 위한 왕실정원(Royal Garden)이었다. 당시 왕실 가족은 왕궁 바로 옆에 있는 이 곳을 왕실 부속 정원으로 여겼던 것이다. 현대 그리스의 첫 여왕인 아말리아(Amalia)는 1838년에 독일인 식물학자에게 왕실정원을 만들도록 조치하여 1848년에 정원이 완성되었다. 이때 500여종의 식물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식재하였고 여왕 자신도 캘리포니아 야자수(California Palm: 학명 Palmaceae Washington filifera) 여러 그루를 줄을 맞추어 심었다. 1920년, 왕실정원은 국립정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일반인도 입장할 수 있도록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오늘날 입장료는 무료이다).

국립정원의 면적은 약 5만평인데 이보다 훨씬 큰 식물원도 아테네 중심에서 8㎞ 떨어진 곳에 있으나 아테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국립정원이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으므로 이곳을 더 많이 방문한다. 정원은 4개의 출입구가 있으나 국회의사당에서 남쪽으로 달리는, 여왕의 이름을 붙인 아말리아가(街)에 정문이 있다. 

정문을 들어가면 막 바로 키가 큰 야자나무들이 2열로 줄을 서있는데(정문에서 볼 때 횡대로) 바로 이 나무들은 아말리아 여왕이 손수 식재한 나무들이다. 정원 안에는 ‘식물 박물관(Botanical Museum)’을 비롯하여 서양 문명의 요람인 그리스답게 고대 그리스의 유적도 있고 이곳이 시내 중심인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제법 큰 연못도 있다.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가져 온 많은 수종의 나무와 꽃을 볼 수 있는데 필자가 동남아시아, 대만, 그리고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 군도에서 자주 본 카수아리나(Casuarina)도 있다. 이 나무는 활엽수임에도 잎이 소나무 잎처럼 바늘 형태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침엽수로 착각하는 나무이다. 그러므로 말레이시아에서는 이 나무를 침엽수로 착각하여 해송(海松: Sea Pi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알레포 소나무

대만에서는 목마황(木麻黃)이라고 부르는바 단단한 활엽수이므로 펄프재로 사용시 수율이 높다. 참나무, 은행나무, 목면과의 세이바(Ceiba), 삼나무(Cedrus) 등 세계각지에서 온 나무들이 많은데 그리스가 위치한 지중해 원산의 나무들이 가장 많이 보인다. 

이 가운데 지중해 연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탈리안 사이프러스(Italian Cypress: 학명 Cupressaceae Cupressus sempervirens)도 물론 여러 그루가 보인다. 고흐 등 서양화가들이 이 나무를 소재로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던가? 측백나무과의 이 나무를 일본에서는 ‘실삼나무’라는 뜻인 이도스기(絲杉)이라고 부른다. 부활, 생명력, 풍요, 남성의 상징을 의미하므로 서양에서는 수도원, 공동묘지, 가로수, 시골 별장 등에 식재한다. 물론 그리스 국회의사당 앞의 무명용사 기념비 옆에도 심어 놓았다. 이탈리안 사이프러스 이외에 같은 지중해 원산인 알레포 소나무(Aleppo Pine: 학명 Pinaceae Pinus halepensis)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소나무를 포함하여 미국, 뉴질랜드 등의 소나무와는 전혀 다른 수형(樹形)을 가진 이 소나무는 이름만 보면 수많은 고대의 유적지가 있는 시리아의 알레포시(市)를 연상하게 된다. 그렇다! 이 소나무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터키 등 동부 지중해가 원산지로서 모로코, 프랑스 남부, 스페인, 몰타, 알제리아, 발칸반도, 그리스 등 지중해 전역에서 왕성하게 생육을 하는 나무이다. 수피는 오렌지빛 내지 붉은 색이고 높이는 25m 까지 성장하지만 수형이 몽글몽글하여 높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느낌이 난다. 

이곳에 있는 특이한 나무를 모두 소개하려면 지면이 모자른다. 여하간에 지중해 원산의 나무들 이외에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온 많은 나무와 꽃을 아테네의 한 가운데서 만났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다. 아테네를 가면 아크로폴리스 등 고대 유적지만 가지 말고 그리스의 현대사를 품고 있는 국립 정원(식물원)에도 가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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