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바쿠 식물원
아제르바이잔 바쿠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8.01.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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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 (55) - 권주혁

[나무신문 | 권주혁 박사] 필자는 2010년 6월28일부터 2013년 4월15일까지 54회에 걸쳐서 32개국의 식물원 52개소를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나무신문을 통하여 연재 한 적이 있다. 세월은 살같이 빨라 그후 벌써 5년이 지나가면서 그 동안 필자는 전세계의 여러 곳을 다니며 많은 식물원들을 방문하였다. 여러 나라의 식물원을 방문하면서 더욱 우리나라 사람들과 선진국 사람들이 식물원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크게 다른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원을 희귀한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곳, 도심 속 자연이 살아있는 체험 학습공간, 가족 나들이와 산책 코스 및 휴식 공간으로 여기는 반면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자연과학 연구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코카서스 지역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식물원을 시작으로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를 1차 연재 때와 비슷한 기간으로  재개(再開)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적(知的) 호기심이 왕성한 독자들의 성원과 지도 편달을 바라는 바다. 

한반도 면적의 1.7배(37만㎢)인 세계 최대의 호수 카스피해(海)의 서해안에 면한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은 8만 7천㎢ 의 크지 않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1991년, 구(舊)소련이 붕괴할 때 그 기회를 잡아 독립하여 현재는 원유 수출로써 탄탄한 국가를 운용하고 있다. 수도 바쿠(Baku) 지역은 1890년대에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50%를 차지하였고, 20세기 초기에는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을 능가하였을 정도로 인근에 기름과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어 오늘날도 원유 수출은 이 나라 경제의 허리뼈 역할을 하고 있다. ‘바람이 치는 도시’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바쿠에는 카스피해에서 불어오는 세찬 강풍이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시내에는 해안을 끼고 작은 면적의 아담한 국립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곳에서 서남쪽 언덕 위에 있는 ‘애국자 기념묘지(Shehi-dler Khijabani)’를 넘어가면 바쿠가 자랑하는 식물원이 나타난다.

아제르바이잔이 소련연방을 구성하는 자치 공화국의 일원이었던 1934년, 소련 정부는 이곳에 식물원을 만드는 계획을 세워 토지를 확보한 뒤 1935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식물원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양에서 식물원은 자연과학 연구기관이므로 소련 역시 이러한 인식은 서구와 같았다. 그러므로 처음 삽을 뜰 때부터 이 식물원은 소련의 식물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연구기관으로 출발하였다. 식물원 건설 책임자인 러시아 식물학자 크로스헤임(A.A. Qross Heym)과 현지인 최초의 식물학자 잘다비(H.B. Zardabi)는 초기부터 코카서스 지역의 수목과 각종 식물을 포함하여 소련 전(全)지역에서 주요 식물을 옮겨와서 식재하였고 아시아, 지중해, 북아메리카 등지로부터도 여러 종(種)의 식물을 수입하여 식재하였다.

오늘날 이 식물원은 면적 45.7㏊(약 15만평)에 2500여종 이상의 각종 수목과 화초를 갖고 있다. 자연과학 연구기관답게 식물원 안에는 대형 연구동이 있고 이 안에서는 300종이 넘는 허브 식물에서 의약(醫藥)의 원료를 연구하는 팀과 육종 연구팀 등 여러 분야의 연구인원 35명을 포함한 6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식물원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소속이다. 필자가 사전 통보도 없이 방문하였지만 원장 팔잘리예프(Vahid Farzaliyev) 박사는 부원장 굴리예프(Ilgar Guliyev)박사와 육종 전문가들을 소집하여 필자와 예정에도 없었던 회의(바쿠 식물원 발전을 위한)를 하였다. 외국인 방문객을 통해 외국 식물원의 장점을 도입하기 위해 원장이 직접 갑자기 소집한 회의를 하면서 바쿠 식물원의 발전을 위해 이들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부원장은 별도로 필자를 안내하여 식물원 곳곳을 보여주었고 소련 통치 당시와 독립이후 현재의 식물원 행정과 관리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주었다. 넓고 잘 관리된 식물원 안에는 아제르바이잔 고유의 수목들도 많았는데 그 가운데 아제르바이잔 소나무(Pinaceae Pinus eldarica)의 크고 두꺼운 수피(樹皮)가 인상적이었고 가뭄에 대비하여 식물원 중앙에 거대한 풀(수영장과 흡사함)을 만들어 물을 저장하고 있는 것도 다른 식물원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시설이다. 굴리예프 부원장의 호의로 필자는 식물원 방문 후 그의 차를 타고서 바쿠의 긴 해안을 드라이브하면서 마치 서유럽 큰 도시처럼 화려하고 분위기 있게 발전하는 바쿠를 만날 수 있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2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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