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발레타 식물원
몰타의 발레타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04.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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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0 - 권주혁 박사
발레타 식물원. 건조지역이므로 선인장 등 건조지역에서 생육하는 수목과 꽃이 많이 보인다.

지난 회(제78회, 제79회)에 몰타섬의 상·하부 바라카 정원에 대한 글을 게재한 것에 이어서 이번 회에는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 있는 정규 식물원에 대한 기사를 게재한다. 우리나라 강화도 면적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몰타섬에는 주민들이 워낙 건조하고 더운 기후로부터 선선함을 느끼고 싶은 이유에서인지 여기 저기 조그만 정원들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수도 발레타에 있는 상부 바라카 정원에서 발레타 성문을 통하여 약 700m 서남쪽으로 걸어가면 몰타 대학교 소속의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조그만 나라에 제대로 된 식물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호기심을 갖고 무더운 날씨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식물원을 찾아갔다. 막상 식물원에 도착하여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정문을 보니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비록 조그만 나라이지만 영국에서 1960년대에 독립한 몰타는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서 영국 연방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식물원을 갖고 있다. 1565년에 오스만 제국이 4만명의 병력을 투입하여 몰타를 점령하기 위한 격렬한 전투를 벌였으나 막강한 오스만 제국 군대는 수적으로 열세인 성요한 기사단의 영웅적이고 철저한 저항에 막혀 결국 많은 병력을 잃고 섬을 떠났다.

촛대나무(학명 : 대극과 Euphorbia triancularis). <br>건조지역인 아프리카의 이집트가 원산지이다.<br>
촛대나무(학명 : 대극과 Euphorbia triancularis).건조지역인 아프리카의 이집트가 원산지이다.

오스만 제국 군대와 성요한 기사단의 첫 전투는 발레타 시내가 위치한 반도의 끝에 있는 성(聖)엘모 요새에서 벌어졌다. 요새를 방어하는 성요한 기사단의 철저한 저항 때문에 오스만 군대가 성엘모 요새를 결국 점령하였으나 너무나 병력 손실이 커서 오스만 군대는 그 후 제대로 된 전투를 지속하지 못하고 패퇴 한 것이다. 오스만 군대를 격퇴한 성요한 기사단은 1674년에 엘모 요새 인근에 약초를 심었다. 이것이 오늘날 발레타 식물원의 시작이었다. 그 후 1720년에 포르투갈 출신으로서 성요한 기사단의 기사인 폰세카(Manoel Pinto de Fonseca)는 오늘날 발레타 식물원 인근 지역에 개인 정원을 만들고 여러 식물을 식재하였다. 폰세카의 정원 인근에는 스페인 출신 기사인 아르고테(Ignatiusde Argote)도 비슷한 시기에 개인 정원을 만들어 약용식물을 포함한 여러 식물을 심었다. 1741년에 폰세카가 기사단장으로 선출되자(기사단장일로 분주하였는지) 아르고테가 폰세카의 정원을 인수받아 기존 자기의 정원과 합쳐서, 현재의 식물원 위치에 개인 식물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그 후 영국인들이 몰타에 들어오면서 식물학에 관심이 많은 영국인들(오늘날도 영국인은 세계에서 식물학에 가장 관심이 많은 국민이다)이 몰타를 비롯한 지중해의 식물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1805년에는 글라신토(Carolus Glacinto)가 몰타 대학의 자연사 교수로 임명되면서 식물원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그가 1855년에 사망하자 제라파(Stefano Zerafa) 교수가 몰타 식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였고 그 후 많은 식물학자들이 몰타의 식물을 연구하면서 개인적으로 키우던 식물들(특히 선인장류)을 식물원에 기증하였다. 그리고 1890년에는 식물원장인 데보노(Francesco Debono) 박사가 아르고테의 이름을 이 식물원에 붙였으므로 그 때부터 몰타의 발레타 식물원은 ‘아르고티 식물원(Argotti Botanic Garden)’이라는 정식 이름을 갖게 되었다.

발레타 식물원 정문과 필자.

직사각형 모양인 식물원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70m, 50m 로서 면적은 약 1천평을 넘는다. 식물원으로서 큰 면적은 아니지만 강화도 크기의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작은 크기라고 할 수 없다. 몰타는 건조 지역이므로 식물원안에는 각양각색의 선인장들을 비롯하여 건조지역에서 생육하는 식물들이 많은데 어떤 선인장은 높이 5m 이상되는 것들도 보인다. 식물원 안에는 식물원 초창기 즉, 300여년전에 식재한 나무들도 자라고 있다. 식물원 한 가운데 있는 분수 옆에는 일본 정원도 있다. 세계 각국 식물원 가운데 적지 않은 곳이 일본 정원을 갖고 있다. 오늘날 발레타 식물원에는 이 식물원이 처음 시작하였을 때처럼 약용식물이 많이 식재되어 있고 이외 각종 관목, 알로에, 선인장, 용혈수(Dragon Tree) 그리고 지중해 지역의 수목과 각종 꽃들이 식재되어 있다. 오랜 기간동안 몰타 대학에 소속되어 있던 이 식물원은 1973년에 농업부 소속으로 일시 옮겨 갔다가  1996년에 다시 몰타 대학 소속으로 돌아왔다. 오늘날 이 식물원에 있는 연구센터에서는 환경보존, 바이오테크닉, 토양시스템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식물원은 학생과 시민들에게 식물학 현장 교육장으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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