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파도바 식물원
이탈리아 파도바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0.05.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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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69)
약용식물들과 식물표본 보관실. 오른쪽에 “괴테의 야자수”를 보호하는 온실이 보인다.

파도바(Padova 또는 Padua)는 베네치아(베니스)에서 30㎞ 서쪽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근에 있는 베네치아에는 많이들 가지만 이 근처에 파도바라는 도시가 있는 것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곳에는 1222년에 설립된 파도바 대학이 있다. 이 대학은 세계에서 5번째로 오래된 대학이고 이탈리아에서는 1088년에 세워진 볼로냐(Bologna) 대학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이 대학은 2019년에 미국의 뉴스월드가 조사하여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 순위에 세계에서 122위, 유럽에서는 48위, 이탈리아에서는 2위를 차지한 명문대학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대학이 유명한 것은 1545년에 세계 최초로 이 대학 안에 세워진 식물원 때문이다. 이보다 일 년 전인 1544년에 피사(Pisa) 대학에 식물원이 세워졌으나 피사 대학 식물원은 그 후 다른 곳(현재 위치)으로 이전한 것에 비해 파도바 대학 식물원은 원래 세워진 곳이 이전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으므로 파도바 대학 식물원이 세계 최초의 식물원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파도바 시내에도 베네치아처럼 운하가 있으나 그 규모가 베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필자가 파도바를 방문한 것은 이 운하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고 세계 최초의 식물원을 보고 싶어서였다.

마치 애인이라도 만나려는 듯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정문을 들어가니 그 동안 필자가 서적과 기타 관련 자료를 통하여 미리 조사한 것 보다 훨씬 더 큰 감정이 머리와 가슴을 흔든다. 입장권 매표소는 내부가 엄청나게 크고 멋있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되어있어, 역사적이고 고풍스런 내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필자로서는 크게 놀랐다. 이 안에서 일하는 4명의 직원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파도바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식물원 면적은 약 7천 평(현대식 온실, 연구동 등 제외)으로서 큰 편은 아니나 약 5백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부분도 있고 현대적인 대규모 온실,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연구실, 식물 표본 보관실, 식물학 장서 5만권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 등이 있다. 며칠을 부지런히 살펴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게 된 것은 입장하고 나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식물원을 기초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연구소로 여기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식물원은 대학교에 부설되어 있다. 이런 영향을 받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원을 시민 휴식 장소내지는 공원의 의미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최근에 만든 서울 식물원을 서울시(市)가 관리하는 것처럼 대학이 식물원을 제대로 기초 과학 연구소로서 인식하여 관리하는 식물원이 없다.

파도바 식물원의 정문과 필자.

5세기 전에 세워진 파도바 대학의 식물원은 오래 기간의 식물 연구를 통해서 의학과 약학 분야에 크나큰 공헌을 하여왔고 오늘도 약 6천종의 수목, 꽃, 약용식물 등 각종 식물을 가지고 그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 식물들은 세계 각지에서 가져와서 식재하였는바 중국 원산의 은행나무(1750년 식재), 미국 원산의 남부 마그놀리아(1786년 식재), 히말라야 삼나무, 영국 참나무 등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식물원의 현대식 대형 온실 안에는 린네 등 많은 식물학자의 인물 프랭카드들이 걸려있는데  이들 가운데  괴테의 것도 있다.
식물원의 현대식 대형 온실 안에는 린네 등 많은 식물학자의 인물 프랭카드들이 걸려있는데  이들 가운데  괴테의 것도 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1786년부터 1788년에 걸쳐서 이탈리아 여행을 하였다. 그때 그는 1786년 9월27일에 파도바 대학의 식물원을 방문하였다. 우리는 괴테를 문학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문학에 앞서 자연과학의 가장 기초인 식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아마추어 식물학자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그가 파도바 대학 식물원을 둘러보면서 이 식물원이 세워지고 40년 후인 1585년에 식재된 야자나무 한 그루를 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때 받은 감동이 그가 문학가의 일생을 사는 동안 그의 작품세계에 영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이 나무를 그의 식물학 연구의 표본으로 삼아서 공부하였다. 당시에 그가 보았던 지중해 야자수(Mediterranean Palm, 학명: Arecaceae hamaerops humilis)는 서부 지중해에서 생육하는 나무로서 “난장이 야자수(Dwarf Palm)”로 부른다. 이외에도 “괴테의 야자수(Goethe's Palm), 또는 “성(聖) 베드로의 야자수(St. Peter's Palm)라고도 부른다. 이 나무는 지금도 식물원안에 남아 있다. 괴테에게 큰 영감을 준 나무이므로 파도바 식물원에서는 이 나무를 오래 보존하기위해 1935년에 이 야자수만을 위한 8각형 유리 온실을 만들었고 몇 년 전에 새로운 재료로 다시 만들었다. 독일에 귀국한 괴테는 그의 여행 일기를 기초로 하여 저술한 “이탈리아 여행기”를 1816년에 발행하기에 앞서 1790년에 “초목(草木)의 진화(Versuch die metamorphose der pflanzen zu erklaren)”라는 식물학 연구서적을 먼저 발행하였다. 이 책 속에서 그는 이 야자수를 예로 들어 그의 식물학 이론을 설명하였다. 이 온실 속에 있는 야자수 옆에는 괴테의 식물학 이론을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요약하여 적어 놓았는데 영어 설명은 없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필자는 식물원을 나올 때 입구에 있는 직원들에게 영어 설명도 적어 놓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난장이 야자수는 이름과는 달리 실제 높이는 11m 나 된다. 괴테 같은 대(大)문호를 보고 인문학의 대가로 여기지만 사실 그는 자연과학자로서의 실력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괴테의 자연과학자로서의 면은 외면보고 문학가로서만 평가하고 있다. 자연과학자의 깊고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것이 그의 문학 작품성을 더욱 위대하게 만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2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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