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식물원
이탈리아 로마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0.07.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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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72) - 글·사진 권주혁 박사
식물원 평지에 있는 대서양 카나리아섬 원산의 야자수(학명: Palmae Phoenix canariensis )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한국인 가운데 단체 패키지여행이나 개인 자유여행을 가던지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로마를 방문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로마를 방문하면 콜로세움,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판테온 그리고 바티칸 시국(市國)은 아마도 필수 여행 코스에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티칸에서 멀지 않은 자니쿨룸 언덕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로마 식물원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식물원의 공식 이름은 “로마 사피엔자 대학 식물원(Orto Botanico di Roma La Sapienza Universita)”이다. 식물원을 기초 자연과학 연구기관으로 여기는 서양의 나라답게 1883년에 식물원이 개원할 때부터 오늘날까지 이 식물원은 사피엔자 대학에 소속되어 있다. 

오늘날 이 식물원의 일부 자리에는 원래 로마 교황청이 르네상스 시대인 16세기 후반에 식물원을 만들어 관리하였었다. 한편, 15세기에 리아리오(Riario) 가문(家門)이  언덕 밑에 대(大)저택을 만들었는데 이 저택에는 리아리오 가문의 초청을 받은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이 1659년부터 30년간 거주하기도 하였다. 이 대저택을 코르시니 가문이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유명한 건축가며 예술가인 푸가(Ferdinando Fuga)에게 부탁하여 1730년부터 10년간에 걸쳐서 가문을 위해 더 크게 개축을 하였다. 그러므로 오늘날도 이 대저택을 코르시니 궁전(Corsini Palazzo)이라고 부른다. 개축이 끝나자 코르시니 가문은 푸가에게 요청하여 이곳에 거대하고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개인정원을 만들었고 이때 푸가는 1741년부터 1744년까지 언덕 기슭에 있는 정원안에 11개의 분수(噴水)를 가진 높은 계단을 만들었다.

1883년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 언덕을 코르시니 가문으로부터 구입하고 그 옆의 다른 소유자의 토지도 구입하여 오늘날의 식물원을 만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이 식물원 안에서 당대의 예술가가 만든 분수와 계단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식물원 안에서 이러한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마도 로마 식물원이 세계에서 유일한 것 같다. 역시 이탈리아이다.

280여년전에 만들어진 계단과 분수. (분수는 계단 상층부에 있어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음)

코르시니 정원을 인수한 이탈리아 정부의 부탁을 받은 식물학자이며 사피엔자 대학 교수인 피로타(Pietro Romualdo Pirotta)는 1883년에 이곳에 새로운 식물원을 만들었다. 즉, 이 식물원은 옛 교황청 식물원 자리에 만들어졌던 코르시니 가문의 개인 정원을 이어받고 그 옆의 토지를 구입하여 새로운 식물원으로 확장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식물원 입구에 세워진 식물원 설립자 피로타 교수의 흉상.

오늘날 3만 6천평의 식물원 안에는 열대 화초와 수목을 보전하고 있는 온실 4동을 비롯하여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양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가져 온 침엽수 60여종(미국의 세콰이어, 소나무 등), 야자수 35종 등 3천종이 넘는 꽃, 관목, 수목들이 식재되어 있다. 물론 이탈리아가 속해 있는 지중해 지역과 유럽 지역의 식물들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식물원에는 언덕 기슭을 운치있게 활용하여 각종 양치류를 볼 수 있는 양치류 계곡, 수백 그루의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대나무 정원, 그리고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 정원, 그 밑에 각종 장미를 모아놓은 장미 정원이 있고 평지에는 키가 높은 야자수와 관목들이 넓은 분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1993년에 만들어진 일본 정원에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일본산 수목들이 식재되어있다.     

1545년에 세계 최초로 세워진 파도바 식물원이 약용식물 연구를 위해 세워졌던 것처럼 이 식물원에서도 오늘날 300여종이 넘는 약용식물을 볼 수 있다. 식물원을 설립한 피로타 교수는 1853년에 파도바에서 출생하였으므로 어릴 때 파도바 대학의 식물원을 보았을 것이다. 피로타 교수는 그 후 이탈리아 식물학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騎士) 작위를 수여받았고 그의 이름은 오늘날 로마 시내 거리에도 붙어져 있다. 언덕 중간에는 건축가 푸가가 만든 11개의 분수를 가진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 양옆에는 280여년전에 계단과 분수가 만들어질 때 식재된 남유럽산 참나무(Fagaceae Quercus suber)를 비롯한 많은 나무들이 아직도 그대로 생육하며 식물원의 긴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유럽의 식물원은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고 입장이 무료인 곳도 있는데 로마 식물원은 유료 입장이다. 여하간에 연중 끊이지 않는 관광객으로 시끄럽게 붐비는 로마 시내 중심에 이렇게 한적하고 자연을 즐기며 수많은 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래전에 나온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주인공인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이 식물원을 배경으로 한 장면도 나왔더라면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였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2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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