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식물원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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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1 - 권주혁 박사
칼리닌그라드 식물원(왼쪽에 온실이 보인다).

폴란드의 북부해안 도시인 그다니스크(Gdansk)를 오전 6시에 버스를 타고서 떠나 동쪽에 있는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 시내에는 오전 11시에 도착하였다. 역사의 도시 그다니스크를 독일인은 ‘단치히’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그단스크’라고 발음하나 현지인은 ‘그다니스크’라고 부른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 밖에 있는 러시아 영토로서 한 개의 주(州)이며 주의 수도 이름도 주 이름과 같이 칼리닌그라드이다. 주의 면적은 1.5만㎢, 도시의 면적은 223㎢이다. 인구 1천만명인 서울의 면적이 605㎢인데 인구 45만명인 칼리닌그라드시 면적이 서울 면적의 거의 ⅓인 것을 보면 이 도시의 인구 밀도가 얼마나 낮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칼리닌그라드주는 원래 독일영토였고 칼리닌그라드시는 동(東)프러시아의 수도로서 옛 이름은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자 소련은 칼리닌그라드주를 합병하여 원래 독일 주민을 독일로 추방하고 소련인(러시아인)들을 이주시킴으로써 러시아땅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럼에도 현재 칼리닌그라드에는 소수의 독일인이 남아있다. 칼리닌그라드주는 러시아에 있어 지리적으로 유럽에 면한 유일한 부동항을 갖고 있으며 서유럽에 가장 가까운 지역이므로 전략적 요충지이다. 그러므로 칼라닌그라드 시내에서 서쪽으로 멀지 않은 발티스크 항구는 러시아 함대의 군항이며 칼리닌그라드주에는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에 대항하기 위해 NATO 국가들을 향한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지가 있다. 칼리닌그라드주는 서쪽은 폴란드, 동쪽과 북쪽은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러므로 칼리닌그라드에서 러시아에 가기 위해서는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 또는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를 통과해야 한다. 러시아 본토(모스크바)와는 철도로 연결된다.  

대경목인 자작나무와 필자.

주수도인 칼리닌그라드는 동프러시아 시대에는 휴양지로서 유명할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마라우넨고프 지역은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서 이곳에 식물원이 자리잡고 있다. 동프러시아 시대에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던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의 식물학 교수인 케베르(Paul Keber)는 1904년에 대학 안에 식물원을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칼리닌그라드 식물원의 시작이다. 식물원은 오늘날은 ‘임마누엘 칸트 발틱 연방 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이 도시에서 평생을 보냈으므로 그의 이름이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 새로이 붙은 것이다.

식물원은 칼리닌그라드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식물원 면적은 약5만4천평으로서 이 가운데 절반은 수목원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1600평이나 되는 큰 묘목장도 갖고 있다. 식물원 안에는 전세계에서 가져 온 약3천종의 꽃, 관목, 수목이 잘 배분된 자리를 갖고 있다. 이곳에 있는 식물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32%, 중국과 일본이 22%, 러시아 극동지방이 12% 그리고 칼리닌그라드 주의 토종 식물도 적지 않다. 주요 수목은 참나무, 너도 밤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낙엽송 등이다. 특히 식물원안에 있는 연못 근처에서 생육하는 자작나무는 흉고직경이 70㎝ 이상이다. 칼리닌그라드는 추운 지역이지만 식물원안에 있는 온실에는 열대와 아열대의 수목과 화초가 자라고 있는데 뜻밖에 이 온실 안에서 필자는 남태평양에서 온 노폭섬 소나무(Norfolk Island Pine: 학명, Araucariaceae Araucaria heterophylla)를 보고 놀랐다. 이 수종은 호주 동쪽에 있는 노폭섬이 원산지로서 높이 30~50m까지 성장하는 거목(巨木)이다. 18세기 영국 해군의 탐험가 쿡(Cook) 함장이 노폭섬에서 이 수종을 처음 발견하고 이 나무를 영국 해군 군함(당시는 범선)의 마스트로서 활용하려는 계획을 하였으나 마스트에 적합한 강한 재질이 아니므로 포기한 수종이다. 오늘날 이 수종은 호주 동남부 해안에서 많이 생육하고 있다. 여하튼 무더운 남태평양에서 추운 이곳까지 긴 여행을 한 뒤 이제는 이곳을 집으로 삼고 있는 식물을 보니 오래전에 필자가 노폭섬을 방문하였을 때 섬 해안에 빽빽하게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던 이 나무들이 생각난다.

 남태평양 원산의 노폭섬 소나무.

이 식물원은 원래 독일인들이 만든 식물원이므로 독일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중에도 식물원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였으나 전쟁말기에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재정지원은 중단되었다. 식물원의 설계와 경관이 뛰어나므로 식물원 속에 텐트라고 쳐 놓고 며칠 푹 쉬면서  식물원을 느끼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마음뿐이고 실행할 수 없었다. 식물원안에는 식물자료 보관실, 종자은행, 온실, 큰 연못 등도 있고 주민들에게 식물학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을 위해 수시로 특별 전시회와 강연회도 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 200여개의 식물원들과도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다. 2017년에 필자가 방문시 입장료는 100루블이었다. 참고로 칼리닌그라드는 경도(經度)에 상관없이(이웃 나라들과 별개로) 모스크바와 같은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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