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카타니아 식물원
이탈리아 카타니아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06.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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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2 - 권주혁 박사
카타니아 식물원의 수목들. 왼쪽은 지중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돌 소나무, 또는 우산 소나무(소나무과 Pinus pinea).

이탈리아에서 7번째로 큰 도시이고 시칠리아 섬에서는 팔레르모 다음으로 큰 도시인 카타니아(Catania)는 시칠리아의 상징인 에트나(Etna) 산기슭에 있다. 그러므로 카타니아를 소개하는 사진에는 도시 배경에 눈이 덮인 웅장한 에트나 화산이 보인다.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인들이 시칠리아의 동해안에 만든 카타니아는 ‘리틀 로마’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로마 시대 유적이 많다. 이 가운데는 로마의 콜로세움에 버금가는 원형 경기장의 유적터가 지금도 시내 한 가운데에 남아있다. 막상 로마의 콜로세움에 가더라도 지하를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콜로세움의 지하에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하므로 카타니아는 이탈리아에서 ‘남부의 밀라노’란 별명도 갖고 있고 도시 인근에는 유럽 각지에서 오는 방문객을 맞기 위한 큰 규모의 국제공항도 있다.  

필자에게 식물원 도감을 선물한 직원과 함께 식물원의 정문에서.

시내 한 가운데를 동맥처럼 달리고 있는 에트나 가(街)의 연변에 위치하고 있는 식물원은 시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으므로 교통이 편리하기에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카타니아에는 1434년에 세워진 카타니아 대학교가 있을 정도로 비록 섬의 도시이지만 옛날부터 학문이 뛰어난 곳이다. 카타니아 식물원은 식물원을 ‘기초 자연과학 연구기관’으로 여기는 유럽의 식물원답게 이 대학에 소속되어 있다. 현재 식물원이 있는 곳은 원래 개인의 정원이었으나 1847년, 카타니아 대학의 식물학자이며 가톨릭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사인 로카포르테(Francesco Tornabene Roccaforte)가 식물원을 만들기 위해 토지를 구입하여 기초작업을 하고 1862년부터 식물을 식재하기 시작하였다. 초기에 식재한 식물은 스웨덴, 프랑스 식물원 등지에서 외래종을 들여왔고 이탈리아 안에서는 나폴리, 팔레르모 식물원 등지에서 확보하였다. 식물원 면적은 약 5천 평인데 이 가운데 천 평에는 시칠리아의 자생종을 심어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중인 1943년, 시칠리아는 연합군(미국과 영국)과 추축군(독일과 이탈리아)이 치열하게 싸운 격전지였으므로 그 때 식물원의 시설도 많이 파괴되었고 1958년의 지진으로 다시 식물원이 피해를 입었으나 그 후 모두 복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식물원의 특징이라면 선인장 식물원이라고 말해도 좋은 정도로 2천여종의 각종 선인장을 갖고 있다. 대형 온실도 있어  선인장, 야자수, 커피, 파파야 등 160여종의 식물이 온실 안에서 생육하고 있다. 수목의 경우, 여러 지역의 참나무, 소나무, 포플러, 느릅나무 등을 포함하여 많은 수종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생육하므로 과거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이미 우리에게 친근한 아가티스(Araucariaceae Agathis australis)와 뉴기니와 솔로몬 군도에서 자라는 바이텍스(Verbanaceae Vitex agunus)도 볼 수 있다. 코카서스 지역에서 온 벚나무(Rosaceae Prunus armeniaca) 역시 이색적이다. 시칠리아 수종으로는 전나무(Pinaceae Abies nebrodensis), 수양버들(Salicaceae Salix gussonei), 느티나무(Ulmaceae Zelkova gicula) 등을 볼 수 있다.

식물원 안에 있는 모든 식물의 명찰은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독특한 디자인으로 깔금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식물원 한 가운데 있는 본관 건물은 마치 파르테논 신전의 축소판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뛰어난 건축물이다. 이러한 명품 건물과 어울리는 각종 수목과 화초가 조화를 이룬 식물원의 경관이 너무 멋있다보니 현지인들이 이곳 식물원에서 결혼식을 많이 한다고 한다. 식물원 사무실 직원에게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그 직원은 비싼 값을 받고 판매하는 카타니아 식물원 도감(Botanical Garden of Catania, 52페이지)을 필자에게 책값을 받지 않고 선물로 주었다. 대부분의 식물원이 안내 설명서가 없으며 있어도 2~4 페이지 정도이다. 이렇게 좋은 식물원 도감을 준비하고 있는 식물원을 필자는 이 식물원을 제외하고 아직 방문하지 못하였다(러시아 모스크바 식물원의 도감도 잘 만들었으나 카타니아 식물원 도감보다는 약간 못하다).  이 식물원은 필자에게 강한 인상을 준 식물원 가운데 하나이다. 

(좌) 1847년에 만든 식물원 건설 계획도면.  / (우) 식물원 설립자(로카포르테). 사진출처 = 카타니아 식물원 도감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8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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