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미국 식물원
미국 워싱턴의 미국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9.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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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65) - 글 ; 권주혁 박사
야장과 연필을 들고 있는 어린 소녀(왼)와 어린 아들을 안고있는 어머니.  어머니도 야장과 연필을 들고 있다.

[나무신문 | 권주혁 박사] 미국 수도인 워싱턴에 있는 미국 식물원(USBG: United States Botanic Garden)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세계의 (거의) 모든 식물원은 도시의 이름이나 지역 이름을 식물원 앞에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식물원에는 특이하게 나라 이름이 붙어 있다. USBG는 국회 의사당을 정면에서 바라 볼 때 국회 의사당 건물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 식물원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2018년 9월에야 이 식물원을 방문할 수 있었다. 워싱턴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회의사당 앞은 많이들 방문하여 인증샷을 찍곤 하는데 의사당 건물 바로 옆에 붙어있는 USBG에는 거의 방문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과학의 기초지식을 제공하는 식물원에는 평소 관심을 거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USBG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원 가운데 한 곳으로서 이곳에서는 식물의 중요성, 가치, 다양성과 아름다움, 문화적, 경제적, 치료적(治療的), 생태학적인 중요성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므로 매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USBG를 찾고 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18세기말에 미국을 건국하면서 새롭게 태어난 나라 국민에게 자연과학의 기본인 식물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수도(首都)에 식물원 설립을 계획하였다. 이러한 계획은 드디어 독립 후 44년이 지난 1820년에 이루어져 USBG는 연방의회에 의해 설립된 것이다. 특히 미국 전역을 탐험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탐험 원정대가 1838년부터 1842년에 걸쳐 미국 전역에서 수집 해온 수많은 식물채집물이 USBG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오늘날 USBG는 연구, 전시, 보존, 다른 기관과의 교류 목적 등으로 약 6만 5천점의 식물을 갖고 있으며 특히 가치가 있는 전시물로서 경제식물, 약용식물, 난(蘭)류, 식충(食虫)식물, 선인장류, 다육(多肉)식물, 중부 대서양(미국 동부) 지역 원산의 식물 등이 있다. 180여년 전에 미국 탐험 원정대가 탐험중에 채집한 역사적인 식물표본들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워싱턴의 미국 식물원. 사진 왼쪽에 국회의사당이 보이며 오른쪽 아래에는 미국 식물원 입구 안내판이 보인다.

USBG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온실(Conservatory), 국립정원(National Garden), 그리고 바톨디 공원(Bartholdi Park)이다. 이 가운데 시각, 후각, 청각, 촉각으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약3천평 규모의 온실에서는 사막 식물, 지중해 식물, 태평양(하와이 중심) 식물, 태고(太古)의 식물, 아동용 정원, 경제식물, 약용식물, 희귀식물 및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열대 우림, 난(蘭)류, 미국 남부지역 식물 등을 볼 수 있다. 수고(樹高)가 높은 열대수목의 수관(樹冠)을 가까이서 살펴 볼 수 있도록 지상 높은 곳에 임관도(林冠道: Canopy Walk)도 설치되어 있으므로 열대수목의 보기 힘든 꼭대기 부분도 잘 살펴볼 수 있다.

약4천평 규모의 국립정원은 자연의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원예(園藝)의 야외 실험장으로서 미국 동부 연안지역 원산의 식물, 장미 정원, 야외 공연장, 나비 정원 등이 있는데 특히 역대 대통령 부인들을 기념하는 “퍼스트 레이디 분수 정원(First Ladies Water Garden)”도 있다. 우리나라 경우 대통령 부인들은 남편이 대통령을 지내는 기간에는 미국 대통령 영부인들보다 더 부귀영화를 누리나 역대 대통령들이 거의 불행한 말년을 보내는 것과 함께 부귀영화가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국민이 과거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렇게 영부인들까지 기념하고 존경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필자로서는 무거운 마음과 함께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약3천평 규모의 바톨디 공원은 독창적으로 설계된 정원으로서 한 가운데 빛과 물의 분수를 만들어 주위를 아름답게 조성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주택 경관에 알맞은 규모의 정원을 만드는 실제 예를 볼 수 있으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설계는 자생식물을 주축으로 하여 절수(節水)와 함께 야생생물에 서식지를 제공하는 개념을 갖고 만든 정원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 영부인들을 기념하는 분수 정원.

필자가 USBG를 둘러보면서 느낀 소감은 이 식물원도 역시 기초자연과학을 시민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주위의 아름다운 환경은 시민의 휴식처로서도 손색이 없지만 그 보다 더 큰 목적은 전통적인 서구의 식물원 개념(기초 자연과학 연구기관)을 따라서 만든 것이다. 이러한 주목적을 위해서 USBG는 입구에서 희망자에게 4종류의 야장(野帳: Field Note)과  연필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 그러므로 식물원 안을 거닐다보면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식물을 관찰하면서 야장에 나름대로 배운 점을 신중하게 기록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식물원을 시민 휴식장소로서만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식물원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참고로 1934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USBG의 관리 운영은 미국 국회 의사당의 건축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이다(오전 10시~오후 5시, 연중 무휴). 워싱턴을 방문하면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 뿐만 아니라 기초자연 과학 연구를 위해 200여년전에 미국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식물원도 방문하는 것은 여행의 의미를 한층 높여 줄 것으로 확신한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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