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식물원
러시아 모스크바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9.01.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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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63)
마치 궁전같은 식물원의 행정사무소. 건물앞에 있는 큰 호수는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나무신문 | 권주혁 박사] 필자가 모스크바 식물원을 방문한 때는 한 겨울이었다. 필자는 식물원 정문이 가까운 블라디키노(Vladykino)지하철역에서 내려야했는데 실수하여 식물원 반대편인 VDNH역에서 내리는 바람에 엄청나게 긴 거리를 걸어가야 하였다. 하긴 실수로 반대편 지하철역에 내리는 덕택으로 VDNH 역 바로 앞에 있는 VDNH 공원과 “러시아 우주 박물관(Memorial Museum of Cosmonautics)”을 뜻하지 않게 보게 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필자가 도착하기전날 모스크바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피해 전차가 다니는 선로를 따라서 걸어가다가 필자는 큰 사고를 당할 뻔하였다. 즉, 커브 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전차를 피하기 위해 길 옆에 쌓인 눈을 밟았는데 눈 속에 허벅지까지 빠지는 바람에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다가오는 전차에 부딪힐 뻔하였다. 다행히 전차 운전기사가 필자를 보고 급정거해 주었다.

추운 날씨에 눈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식물원이 아니고 오스탄키노(Ostankino) 공원이었다. 도중에 만난 시민들에게 식물원 가는 길을 물어보자 그들은 나무가 많이 있는 이 공원을 식물원이라고 착각하여 알려 준 것이다. 다행히 식물원은 이 공원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겨울이라 나무는 일부 침엽수만 제외하고 모두 잎이 없이 골격만 보여주고 있었다. 식물원 후문을 들어가자 필자가 놀란 것은 눈으로 덮여있는 식물원 길에서 스키를 타는 러시아 여인이었다. 이 여자 혼자인줄 알았으나 식물원 길을 걸어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스키를 타는 시민을 여러명 만났다. 어떤 사람들은 식물원 길이 아니고 눈으로 덮여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신나게 스키를 타고 있었다. 얼마 전에 방문한 우즈베키스탄의 타시겐트 식물원에서는 식물원 곳곳에 수많은 전차, 야포 등을 갖다놓아 마치 군사박물관 같았는데 이곳 모스크바 식물원은 스키장 같았다. 이러한 희한한 모습에 필자는 혼자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식물원 안에서 스키를 타는 모스크바 시민.

모스크바 식물원은 현재 러시아 과학원(Academy of Science)에 속해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중 독일의 항복을 1개월 앞둔 1945년 4월에 개원하였다. 면적은 360㏊(약120만평)로서 유럽에서 가장 크다. 이 넓은 평평한 대지위에 약 2만종 이상의 각종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러시아는 면적에 있어 세계 최대의 국가이다. 그러므로 통도 큰지 이곳에 있는 장미 정원에는 각종 장미 2만종이 있다. 1500평이 넘는 크기의 온실은 외부에서 보면 웅장하고 현대식 디자인으로 만든 여러 동(棟)이 붙어 있는데 러시아의 한겨울 추운 날씨에 온실에서 자라는 온갖 식물이 잘 자라도록 엄청나게 큰 보일러 시설도 대형 온실 옆에 있다. 식물원에는 참나무들이 특히 많은데 눈 속에서 잎이 없이 앙상한 가지만 보이며 춥게 서있다. 워낙 식물원이 넓어서 큰 호수도 있는데 이 호수 옆에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거대한 궁전같은 건물이 웅장한 자태를 보이며 서있다. 궁전이 아니라 식물원의 행정사무소이다. 눈이 너무 두껍게 덮여있어 각각의 수목과 식물 앞 바닥에 붙여놓은 일반명과 학명을 볼 수 없는 것이 식물원을 돌아보는 동안 내내 아쉬웠다. 언젠가 여름철에 다시 모스크바 식물원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그때는 모스크바 식물원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스키타는 사람들 대신 궁전같은 행정건물 앞에 있는 호수에서 비키니를 입고 수영하는 러시아 여인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