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식물원
프랑스 파리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0.06.18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71) - 글,사진 : 권주혁 박사
파리 식물원 전경. 멀리 뒷면에 진화론 자료전시관 건물이 보인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 시내의 중심을 흐르는 세느강 안에 있는 시테섬에는 유럽의 문화를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노트르담 성당이 있다. 이 섬에서 나폴레옹 3세 당시 건설된 성(聖)미첼 다리를 건너서 동남쪽으로 약 1.5㎞를 가면 강 옆에 파리 식물원이 나온다. 이 식물원은 약 9만4천평 면적에 6천여종의 각종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식물원 정문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프랑스가 자랑하는 생물학자로서 용불용설(用不用設) 이론(The Theory of Use and Disuse)을 주장한 라마르크(Chevalier de Lamarck)의 동상이다. 그는 진화론을 주장한 영국의 다윈이 출생한 같은 해인 1809년에 진화생물학 이론인 용불용설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파리 식물원은 프랑스 국왕 루이 13세와 왕족의 건강을 위해 약용식물을 재배하고 연구하는 목적으로 1635년에 설립되어 준비작업을 거친 후 1640년에 약용식물 1800여종을 가지고 정식으로 “약용식물 정원”으로서 개원하였다. 그러므로 당시는 약용식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국왕의 주치의(主治醫)가 정원의 책임관리자를 겸하였다. 그 후 일반 수목도 식재되었는데 1734년에는 레바논에서 가져 온 백향목(柏香木: Lebanese Cedar)을 포함한 여러 수종이 식재되었고 1739년에는 관목들도 많이 식재되었다(현재는 정문에서 보았을 때 온실의 오른쪽). 레바논 국기에 그려진 이 백향목(학명:Cupressaceae Cedrus libani)의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 식물원 또는 레바논 현지에 가서도 보기 힘드는 수종이다.

식물원 정문 입구에 있는 라마르크의 동상.

파리 식물원은 프랑스 혁명이 끝나고 1793년에 정식으로 식물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식물원 초기에 이곳에는 머네저리(Menagerie)라고 부르는 실내 동물원이 만들어졌으므로 오늘날도 이 식물원안에는 실내 동물원이 있다. 실내 동물원 안에는 200여종 약 2천 마리의 악어, 뱀, 캥거루, 사슴, 눈표범, 조류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1/3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식물원 초기에는 아마도 식물, 동물을 모두 함께 연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오늘날 베트남의 호치민시에 있는 식물원(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개원)에도 동물원이 붙어있다. 전세계의 과거 영국이 지배하던 많은 나라의 영국식 식물원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영국 시골에 가면 동네에 같은 모습의 집들이 많이 보이는 데 비해 프랑스 시골 마을에 가면 집의 형태가 같은 것이 없고 각각 독창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프랑스인이 영국인보다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필자는 이러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파리 식물원 역시 영국의 식물원들과 달리 뭔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막상 정문을 들어간 순간 “이게 웬일 인가!” 필자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나왔다. 파리 식물원은 마치 육군 보병대대의  연병장에서 각 중대가 중대별로 도열해 있는 것처럼 중앙도로를 기준으로 수목도 좌우 2열로 줄을 맞추어 서있고 수많은 꽃들도 각각 같은 크기의 직사각형 면적을 할당 받아서 질서 정연하게 대칭을 이루어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식물원안에 프랑스답게 만들어진 것은 프랑스인들이 자랑하는 고급 향수를 만들거나 의학용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방향(芳香)식물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공간이었다.

식물원 경내에 있는 식물지질학 전시관.

1931년에 만들어 놓은 장미 정원에는 유럽에서 식생하는 장미 170종이 자라고 있고 정문에서 볼 때 오른 쪽(온실과 야외 동물원 사이)에는 전세계의 고산지역에서 생육하는 수목을 1938년에 식재하였다. 그러므로 알프스 산맥, 북미의 로키 산맥, 피레네 산맥, 히말라야 산맥 등의 고산지역 수목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식물원 안에는 1833년에 당시로서는 아주 선진적으로 만든 대형 온실도 있다. 오늘날은 2개로 늘어난 온실 안에 아프리카, 남미의 열대우림 기후와 멕시코, 사하라 등 사막 기후에서 생육하는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식물들과 연결되어 지구 환경보호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385년의 역사에 걸맞게 파리 식물원 안에는 (라마르크의) 진화론 자료 전시관, 식물 표본 1100만개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식물 표본 보관소, 식물 지질학 전시관 등이 들어서 있다. 전시관 건물 모두가 385년의 식물원 역사를 증명하듯이 나름대로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관록을 말해주고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파리에는 자연사 박물관이 세워졌는바 오늘날 파리 식물원은 행정적으로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 속해있다. 파리를 방문할 때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또는 몽마르트르 언덕 등 주요 관광지만 방문하지 말고 프랑스의 기초 자연과학 역사가 조용히 숨쉬고 있는 파리 식물원도 시간을 내어 방문하면 나름대로 여행의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2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