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식물원은 제대로 된 식물원인가
[기고] 서울식물원은 제대로 된 식물원인가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9.04.1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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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6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현대적 디자인의 유리 온실.<br>
현대적 디자인의 유리 온실.

[나무신문 | 권주혁 박사]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2018년 10월에 임시로 문을 연 서울식물원에 5개월 동안 약 200만 명이 방문하였다고 한다. 필자도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였다.

식물원(Botanic Garden 또는 Botanical Garden)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서양인, 일본인과는 달리 한국인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세계 최초의 식물원은 1545년에 세워진 이태리의 파도바(Padova) 대학 부설 식물원이다. 그 전 해에 피사에 피사 대학 부속 식물원이 세워졌으나 피사 식물원은 그 후 피사의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므로 설립된 이후 위치를 이동한 적이 없는 파도바 식물원을 전문가들은 세계 최초의 식물원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피사와 파도바 식물원을 비롯하여 유럽의 수많은 식물원과 1638년에 세워진 일본 도쿄의 식물원은 모두 식물 연구소로서 시작되었다.

즉, 유럽과 일본에서 식물원을 만든 첫째 목적은 자연과학 연구를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유럽과 일본의 식물원은 거의 모두 대학 또는 국가 과학원 산하에 소속되어있다. 둘째, 유럽 국가들은 식물원을 국부(國富)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였다. 즉, 17세기 이후 영국과 네덜란드 등은 식물원을 그들의 세계경영(Global Management) 전진기지의 일환으로 이용한 것이다. 유럽인과 일본인이 식물원에 대해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인은 식물원에 대해 전혀 다른 개념을 갖고 있다.

즉, 한국인에게 식물원이란 첫째, 희귀한 식물을 볼 수 있는 곳, 둘째, 도심 속에 자연이 살아있는 체험학습 공간, 셋째, 가족 나들이와 산책 코스, 넷째, 휴식공간이다. 그러므로 학구적인 눈을 가지고 식물원을 자연과학 연구기관으로 보는 유럽과 일본이 식물원을 대학이나 국가 연구기관 소속으로 두는 것에 비해, 식물원을 휴식 공간으로 여기는 한국은 규모가 있는 식물원이나 수목원은 대학이나 연구기관 대신 관공서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작은 규모의 식물원은 아름다운 조경을 좋아하는 개인이나 단체(민간 회사포함)가 관리하고 있다.

필자가 둘러 본 서울식물원의 경우도 전형적인 한국인의 식물원관(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 필자가 느낀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째, 서울식물원은 영어 이름부터가 식물원이 세워진 목적과 달리 그다지 학구적이지 못하다. 유럽, 미국, 일본에서 사용하는 Botanic Garden 또는 Botanical Garden 이라는 명칭 대신 서울식물원 정문에는 Botanic Park(식물공원)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입구 안내실에 비치된 안내장에도 Seoul Botanic Park(서울 식물공원)라고 인쇄되어 있다. 서구에서는 분명히 공원과 식물원이 다르다.

서울 “식물공원”이라는  영어 안내서.

양쪽 모두 각종 수목, 꽃 등 많은 식물을 심어 놓았지만 공원(휴식 목적)과 식물원(연구목적)의 설립 목적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물론 서구, 일본에서도 식물원에 나들이와 휴식을 위해 가는 사람들도 있으나 식물원 설립의 우선순위에 연구 목적이 첫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식물원측은 식물원과 공원의 의미를 접합시켰다고 말 할 수도 있으나 배인지 비행기인지 분명하게 역할에 선을 그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은 공원과 식물원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둘째, 식물원이라하면 물론 온실도 있으면 좋다. 그러나 비록 온실은 없더라도 식물원 토지에 식재한 수목을 포함한 각종 식물이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서울식물원의 경우, 온실만 우두커니 있지 막상 식물원 토지를 채우고 있어야 할 볼만한 식물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서울식물원이라는 명칭 대신 ‘서울 식물온실’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셋째, 식물원은 공원과 달리 식재한 모든 식물에 이름표를 붙인다. 이름표에는 일반적으로 학명(과, 속, 종)과 함께 일반명(그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 또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이름)이 들어간다. 서울식물원의 경우 제대로 된 것도 있으나(예, 옻나무과의 Mangifera indica는 일반명이 ‘망고’라고 되어있다), 아욱과의 Heritiera littoralis의 경우 일반명에 속(屬), 종(種)의 이름을 그대로 한글로 옮겨 “헤리티에라 리토랄리스”라고 써 놓았다. Heritiera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우리나라 합판공장에서 합판 제조시 사용한 적이 있는 수종으로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멩쿠랑(Menkulang) 또는 켐방(Kembang)이라고 부르는 유용목재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일반명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일반명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그냥 학명(속, 종)을 우리말 발음 그대로 써 놓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종이 엄청나게 많으므로 어떤 수종의 경우 일반명이 없을 경우, 일반명으로 속, 종을 다 쓰지 않고 속명(屬名)만 써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명이 제대로 된 수목 이름표( 망고).
일반명 대신 학명을 우리발음으로 쓴 수목 이름표 

넷째, 온실 안에 식재된 수목의 경우, 물론 생소한 수종을 식재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우리에게 친숙한 수종을 식재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197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수출 품목은 합판이었다. 1977년 경우 10억불 수출 가운데 1억불이 합판이었다. 이것이 가능하였던 배경에는 당시 합판의 원자재인 라왕(Lauan: 라왕은 필리핀에서 부르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메란티”라고 부름)이라는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수종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이런 나무도 식재해 놓으면 좋을 뻔 하였다(온실 안에 있음에도 혹시 필자가 못 보았을 수도 있다).

다섯째, 일본 도쿄의 고이시가와(小石川) 식물원(도쿄대학 부속)은 약 70만점의 식물표본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식물원은 앞서 설명한대로 기초과학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서울식물원에는 식물표본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식물원의 영어 이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식물원을 연구기관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공원이라고 인식하는 한 식물표본을 제대로 수집하고 연구하려는 실제 노력은 미약할 것이다. 서울식물원의 면적은 15만평 이상이고 도쿄 식물원은 4만9천평으로서 서울식물원이 3배 이상 넓다. 온실 건물도 서울식물원이 더 현대적 디자인이고 잘 만들었다. 그러나 식물원의 설립목적에 더 충실한 것은 도쿄 식물원이다. 하드웨어는 서울식물원이 좋지만 전체적인 소프트웨어는 도쿄 식물원이 강하다고 말 할 수 있다.  

여섯째, 세계 여러 나라의 온실 안 또는 온실 외부에 자라고 있는 수목들 사이에 설치한 스카이워크는 나무의 수관(樹冠) 부분을 잘 살펴보기 위함이 근본 목적이다. 물론 온실 안에 있는 각종 식물을 전체적으로 위에서 내려 보는 목적도 있으나... 영국 런던의 큐(Kew) 식물원에 있는 스카이워크에 올라가면, 나무 밑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 위 수관의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서울식물원의 스카이워크에서는 수관 사이를 지나며 수관을 볼 수 있는 수목도 없고 스카이워크를 온실 유리벽 쪽으로 만들어 놓았으므로 향후에도 성장한 수목의 수관을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서울시는 서울식물원을 세계적 수준의 식물원으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서울시의 계획대로 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여태까지 워싱턴, 모스크바, 헬싱키, 시드니의 식물원부터 네팔의 카트만두, 모잠빅의 마푸토, 코스타리카의 산호세 식물원 등 세계 130개국의 식물원을 둘러보았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울시가 정말로 서울식물원을 세계적 수준의 식물원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보이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더욱 중시하여 식물원 본연의 설립목적에 주력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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