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식물원
레바논 베이루트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8.03.26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 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 (57)
▲ 지중해 지역의 많은 수목과 화초를 볼 수 있는 AUB 식물원

[나무신문 | 권주혁 박사]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中東)의 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아름답고 운치있는 항구 도시이다. 1980년대초부터 시작된 내전(內戰)은 1995년에 완전히 종료되어 현재는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한 국토의 거의 전역이 평화롭다. 그러나 이스라엘,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부지역과 동부 지역 일부는 요즈음도 가끔 무력 충돌이나 테러가 일어나므로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안에 면한 도시 뒤로 산을 두고 있는 베이루트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이다. 원래 이 지역 사람들은 고대부터 모험심이 강하여 뛰어난 항해술을 발명하는 한편 페니키아 문자를 만들었고 이 문자는 그리스 문자의 모태(母胎)가 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창조력을 갖고 있었다. 베이루트 시내를 다니다 보면 화려하고 고풍스런 멋이 넘치고 있는 시가지에 세계적인 명품 상점들이 즐비하고 롤스로이스 고급차 매장도 보인다. 이 구역을 보면 여기가 과연 내전을 치룬 나라인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베이루트에는 식물원 두 곳이 있는데 이 가운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식물원은 시내의 서쪽 끝 해안에 있는 “베이루트 미국 대학(American University of Beirut: 약어 AUB)” 캠퍼스 안에 있는 식물원이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866년에, 미국인들이 레바논에 설립한 AUB는 오늘날 교수 700명, 학생 8500명으로서 중동 지역에서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므로 터키 등 주위 여러 나라에서 이 대학에 유학을 오는 젊은이들이 많다. 물론 학문을 연구하는 캠퍼스의 분위기는 전형적인 미국 대학답게 아주 자유로우나, 테러 위협이 잠재하는 나라이므로 방문객은 분명한 방문 목적과 신분증이 있어야하고 정문을 들어 갈 때는 국제공항을 통과시 받는 까다로운 검색 절차를 거쳐야 교내에 들어 갈 수 있다.   

아름다운 지중해를 낀 해안에 있는 캠퍼스 역시 낭만이 넘친다. 연평균 강우량이 825㎜에 불과한 지역이지만,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캠퍼스 전체를 식물원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1988년부터 캠퍼스 전체를 식물원으로 만드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영국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런던의 큐(Kew) 가든 식물원, 미국의 코네티컷 대학, 플로리다 대학, 오레곤 대학의 식물원 등을 모델로 삼아 처음에는 약용(藥用)식물, 관목, 수목 등을 중심으로 캠퍼스 안에 심기 시작하였다. 그후 교직원, 학생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캠퍼스 전체가 식물원이 되었다기보다 식물원 안에 캠퍼스가 들어서게 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AUB 전체가 문자 그대로 중동 지역에서 손꼽히는 식물원으로 변화하였다. 이에 개교 150주년이 된 2016년 5월6일, 쿠리(Faldo Khuri) 총장은 공식적으로 AUB 식물원의 완성을 발표하였다. 7만평 크기의 식물원에는 레바논이 위치한 지중해, 북아메리카, 대양주, 열대 지역, 동북아시아 지역(주로 일본) 등지에서 가져온 식물들로 채워져 있다. 이 식물원의 특징은 미국, 유럽 등지의 대학교 소속 식물원들과 협력하여 전세계 식물보존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전세계에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식물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원의 연구시설로는 식물표본실, 수목원, 종자(種子) 은행, 온실 등이 있고 식용식물, 꽃, 향기 식물, 지표(地表) 피복 식물의 연구, 원예학, 식물분류학,  식물조직 연구, 생물의 다양성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식물원 관리는 조경학과에서 하며 연구 작업은 원장이하 17인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다.   

AUB 식물원 방문시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레바논 국기에 그려진 레바논 삼나무(Cupressa-ceae Cedrus libani)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경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나무는 북부 지역의 고산지대에서 생육하므로 해안에 식재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이다. 필자는 베이루트 북부지역에서 결국 이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내친김에 레바논과 이웃한 시리아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오늘날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비자를 받는 것이 어려워 그곳의 수목을 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이 식물원에는 Syrian Juniper(Cupressaceae Juniperus drupacea), Aleppo Pine(Pinaceae Pinus halepensis) 등 시리아 원산의 수목이 있어서 그 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식물원이 없거나 있어도 소규모 식물원을 갖고 있는 중동 지역 국가들은  자국에 식물원 설립 계획을 세우거나 기존 식물원을 발전시키는 계획에 AUB 식물원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한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2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6권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