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에프 식물원
우크라이나 키에프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2.02.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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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8 - 권주혁 박사
그리쉬코 식물원 전경.

우크라이나는 과거 소련의 일부였으나 1991년에 소련이 붕괴, 해체되면서 분리하여 독립국이 되었다. 독립이후 서방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결국 러시아는 2014년에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던 크리미아 반도를 무력으로 탈취하였고 그 후에도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의 친(親)러시아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침공위협을 하자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경고를 하는 등 우크라이나는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가 남한의 6배 크기인 우크라이나는 토양이 농사에 적합하므로 구소련 시절에는 소련 전체를 먹여 살리는 농업지대였다. 수도 키에프(Kiev)는 녹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서 시내에는 1839년에 개원한 포민(Fomin) 식물원 등 4개의 식물원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필자가 방문한 곳은 가장 큰 곳인 ‘그리쉬코(Hryshko 또는 Gryshko) 키에프 국립 식물원’이다.  

그리쉬코 키에프 국립 식물원의 정문.

그리쉬코 식물원은 키에프 시내의 동남부에 있고, 시내를 흐르는 드네프르 강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소련의 식물학자 그리쉬코(Mykola Hryshko)는 1936년에 이 식물원을 만들었으므로 식물원에는 그의 이름이 붙었다. 면적이 43만평(여의도의 거의 절반 크기)에 이르므로 이 식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식물원 가운데 하나이다. 세계 각지에서 가져 온 13000여종의 각종 수목, 관목, 꽃들이 넓은 식물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목 가운데 특히 침엽수가 많아 큰 침엽수림이 조성되어 있는바 워낙 침엽수림이 크다 보니 식물원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마치 시베리아 또는 미국, 캐나다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침엽수림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노던 화이트 시다(Northern White Cedar, 학명 측백나무과 Thuja occidentalis)도 이곳에 있는데 하늘을 향하여 최대한의 높이로 자라고 있다. 이 나무를 미국에서는 ‘이스턴 화이트 시다’라고도 부른다. 여러 종류의 장미꽃, 목련, 라일락, 350여종의 난(蘭) 등 수많은 꽃이 넓은 식물원안에 군락을 이루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이곳의 늦봄에 피는 라일락은 유명하여 라일락이 필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식물원은 소련시대에 만들었으므로 소련의 넓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즉, 우크라이나 자생종은 물론이고 크리미아 반도, 코카서스 산맥, 중앙아시아, 우랄 산맥, 서부 시베리아, 극동 지역 등지에서 식생하는 식물은 이 식물원 안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식물원안에는 현대식 온실도 있어 이곳에는 열대와 아열대 지역을 대표하는 식물을 보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겨울이 추운 나라여서 그런지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온실안의 식물을 감상하기에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 정원(한국의 전통 담장과 정자).

필자는 세계 136개국의 식물원을 다니면서 많은 식물원 안에 일본 정원이 특별하게 구획된 공간에 만들어지고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와 꽃들이 식재되어있는 것을 보며 내심 부러워하였다. 이 식물원 안에는 한국 정원이 있다. 필자가 방문한 식물원 가운데 한국 정원이 있는 곳을 본 것은 이 식물원이 처음이다. 1992년에 우리나라 정부에서 한국전통의 담장과 정자를 이곳에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목과 꽃을 이 정원 안에서 보기를 기대하였으나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이 식물원은 우크라이나 국립 과학원 소속이다. 필자가 누차 이야기 하지만 우리나라는 식물원을 시민의 휴식처 개념으로 바라보므로 공공 식물원이 국가 행정기관(시청 등)에 소속되어 관리되고 있다. 반면 서양인들은 식물원을 ‘기초 자연과학연구소’로 여기므로 모든 식물원은 대부분이 대학이나 국가 연구소 산하이다. 우크라이나도 서양이므로 서양인의 식물원 개념을 따르는 것이리라.   /나무신문

 

 권주혁 박사<br>
 권주혁 박사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9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