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프로빈시아 요새 정원
타이완, 프로빈시아 요새 정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1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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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6 - 권주혁 박사
적감루 전경.  오른쪽은 네덜란드인들이 정성공에게 항복하는 조각상.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같은 동(東)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일본, 타이완(臺灣)은 사람들의 생김새도 비슷하고 한자 문화권이므로 생활 방식에도 공통점이 적지 않다. 특히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으므로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간판의 글자만 다르지 마치 우리나라 어디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낄 때도 있다. 이와는 달리 타이완의 경우는 우선 기후가 아열대 기후에 속해 있으므로 뭔가 분위기가 좀 달라 외국에 온 느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필자는 물론 타이페이(臺北)에 있는 식물원에도 가 보았으나 타이완을 여행하면서 비록 명칭은 식물원이 아니지만 실제로는 식물원 또는 수목원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괜찮겠다고 생각되는 몇 곳을 가 보았다. 타이완 북부의 탐수이(淡水) 지역에 있는 진리(眞理) 대학의 캠퍼스는 마치 식물원 안에 학교가 들어 있는 것 같았으며 타이난(臺南) 인근의 안평(安平) 항구 옆에 있는 억재(億載)공원 등이 그런 곳들이다. 여기에 더해 타이난 시내에 17세기에 네덜란드 동인도(東印度) 회사가 만들어 놓은 옛 성(城)안에도 현지인들이  조성해 놓은 정원(작은 수목원)이 있다. 타이완을 네덜란드가 통치하였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타이완을 방문하는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이완의 먹거리를 포함한 경치 등에만 주로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타이페이의 정규 식물원을 소개하기 전에 필자가 보기에 준(準)식물원이라고 생각되는 이들 장소를 우선 소개하려고 한다.

적감루 요새건물 앞에 있는 소철 나무.

네덜란드가 타이완을 통치한 기간은 타이완 해협 안에 있는 팽호 제도를 점령한 기간부터 계산하면 40년이고 타이완 본섬을 통치한 것을 기준하면 38년이다. 일제의 강점 기간이 35년임을 감안하면 네덜란드가 타이완을 점령한 기간은 짧다고 할 수 없다. 동중국해에 위치하고 있는 타이완은 지리적으로 서쪽은 좁은 타이완 해협을 건너 중국이 있고 북쪽으로는 일본, 그리고 남쪽으로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는 타이완을 15세기부터 대항해 시대에 돌입한 유럽 제국(諸國)이 그냥 놓아둘 리 없었다. 17세기초 스페인은 타이완 북부를 점령하였고 네덜란드는 중·남부 지역을 점령하여 타이완의 항구를 국제무역으로 분주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스페인 세력을 타이완에서 몰아낸 네덜란드는 17세기 중반, 타이난에 거대한 프로빈시아(Provintia) 요새를 만들었다. 그러나 청나라 군대에 패해 1661년에 타이완에 상륙한 명나라의 정성공(鄭成功) 장군은 프로빈시아 요새를 불과 며칠 동안의 전투를 통하여 점령하였다. 현지인들은 프로빈시아 요새를 적감루(赤崁樓)라고 부르고 있으며 현대에 들어 타이완(중화민국) 정부는 1966년에 요새를 수리하여 완전 복원한 뒤 1983년에 제1급 고적(古跡)으로 지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폭 파인.

적감루 입구에 들어서면서 덩굴이 수관(樹冠)에서부터 밧줄처럼 내려오는 반얀(Banyan) 나무( Moraceae Ficus spp)가 보이고 3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적감루 주위를 돌아가며 우리가 평소 볼 수 없는 나무들과 꽃들이 식재되어 있다. 중국인들이 자미(紫薇)라고 부르는 Myrtle 꽃, 열대의 망고 나무(Anacardiaceae Mangifera spp),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특수목 업자들에게 사랑을 받던 젤루통(Jelutong, 학명 Apocynaceae Alstonia spp) 수목도 거대한 몸집을 과시하며 서있다. 젤루통은 조각을 하거나 바둑판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막걸리 냄새가 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막걸리 냄새가 나는 것은 젤루통이 아니고 갖은 과에 속한 풀라이(Pulai)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침엽수인 포도칼푸스(Podocarpaceae Podocarpus spp)와 노폭 소나무(Araucariaceae Araucaria heterophylla)도 보인다.  특히 남태평양의 노폭(Norfolk)섬이 원산지인 노폭 소나무가 하늘을 찌르는 듯이 뾰죽하게 서있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필자가 십수년 전에 노폭섬에 가서 직접 본 이 나무를 이곳 타이완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마치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처럼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건물 한 구석에는 아주 많은 대나무 밑둥치들이 잘려져 있는 상태로 보이는데 이는 정성공의 부인이 1680년에 식재한 것이라고 한다. 대나무의 수명이 100여년이라고 알고 있는 필자에게는 약간 과장이 아닌가도 생각되지만....이 외에도 건물 한쪽 모퉁이 앞에 있는 소철(蘇鐵) 나무는 이곳의 지나간 역사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엄청나게 굵은 모습을 하고 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9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