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키시나우 식물원
몰도바, 키시나우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1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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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7 - 권주혁 박사
한 여름의 키시나우 식물원 전경

루마니아 동북쪽에 붙어 있는 내륙국 몰도바(Moldova)는 국토면적이 우리나라(남한)의 1/3, 인구는 400만 명으로서 크지 않은 나라이다.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관광거리가 많지 않아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다지 방문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나라는 구(舊)소련 시대에는 구소련을 구성하던 15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였으나 소련이 해체되면서 1991년에 독립하였다. 국가의 주요산업은 농업으로서(포도주가 유명하다), 유럽에서는 빈곤국가에 속하지만 필자가 본 시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행복하다. 오히려 OECD 국가에 속하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속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뭔가 불만에 찬 표정들이고 자살률도 OECD 국가중 최고이다.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편하게 일하면서 남보다 더 많은 대가와 혜택을 받으려는 오늘날의 풍조가 정상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계속 세계 정상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몰도바의 수도 키시나우(Chisinau)의 남쪽 13km에 있는 국제공항에서 시내를 향해 가다 보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엄청나게 큰 건물(24층 아파트) 2동이 마치 대문처럼 서있다. 그래서인지 1970년대 말에 지은 이 전형적인 소련식 건물들에는 ‘키시나우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키시나우 게이트를 지나 다시아(Dacia) 가로(街路)를 달리면 키시나우 시내 중심에 이르게 된다. 공항에서 키시나우 게이트에 도착하기 바로 전 오른편에 키시나우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즉 키시나우 식물원은 도시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키시나우 식물원 정문.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원래 소련의 과학원은 1950년에 키시나우 시내 다른 곳에 식물원을 만들었으나 1964년에 오늘날의 장소로 이전하여 1973년에 개원하였다. 그리고 1975년에는 소련연방 몰도바 공화국의 과학원 산하에 정식으로 소속시켰다. 오늘날 이 식물원의 면적은 34만평으로서 아주 넓고 1만 여종의 각종 수목, 관목, 꽃들이 식재되어 있다. 식물원 안의 표본실은 약20만종의 식물표본을 보관하고 있고, 추운 지역이지만 대규모 온실을 만들어 선인장, 알로에 등 열대와 아열대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 이외 바이오 기술, 식물 육종, 식물 민속학까지 연구하고 있다. 식물원은 상공에서 보면 직사각형으로서 4개의 인공 호수도 있다. 이 호수는 오리, 백조, 비둘기 등 여러 조류의 보금자리이며 습지 생물 연구현장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는 추운 겨울이었으므로 호수는 얼음판으로 변해있었고, 식물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없어 너무 아쉬웠다. 호수 옆에는 낭만적으로 조성한 산책로가 있어 필자는 이 길을 따라서 걸어 가다가 마침 한 겨울의 식물원을 취재하는 몰도바 방송국 직원들과 마주쳤다. 구소련 시대에 이탈리아와 합작하여 만든 오래된 피아트 승용차를 타고 온 그들은 겨울속의 식물원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었다. 식물원은 수목원(수목, 관목)을 중심으로 몰도바 자생종, 약용식물, 온실(열대, 아열대 식물), 고산지역 식물을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몰도바는 에너지원(源)인 천연가스를 100%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에 러시아가 몰도바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정치적인 위협을 가한 적이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몰도바가 식물원에 큰 온실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부담이 된다. 그러므로 정부 예산이 부족한 식물원은 식물원 대지 일부를 민간기업에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아 온실 난방 등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필자가 온실을 방문하자 이곳에서 수십 년을 연구한 책임 연구원(나이 많은 여성)이 나와서 있는 힘껏 필자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때 온실의 난방 파이프 등을 살펴보니 상당히 노후 되었고 연구실의 시설, 문짝까지 너무 노후 되었으므로 마음이 안쓰러웠다.  

얼음판으로 변한 호수와 필자

식물원 호수에서 행정건물까지 연결되는 오솔길은 언덕을 넘는다. 겨울이므로 나뭇잎이 떨어진 나무들은 앙상한 모습이었으나 다른 계절이라면 아주 운치있고 아름다운 숲속이다. 6층의 행정건물 안에는 사무실도 있고 연구실도 있다. 겨울이라 식물원 전경이 황량하므로 사진을 찍었으나 식물원의 아름다움을 얻을 수 없어 고민하였는데 다행히 행정건물 사무실에서 식물원의 여름 전경 사진을 한 장 얻어서 이 기사와 함께 싣는다. 이 식물원을 방문하는 데 가장 좋은 시기는 4월 말(목련꽃이 필 때)부터 5월 초(벚꽃이 필 때)이다. 언젠가 중국에서 온 우한 코로나가 소멸되면 그때 다시 이 식물원을 방문하려고 한다.   /나무신문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9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