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소피아 식물원
불가리아, 소피아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10.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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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85
장미 정원.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시내에 있는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성(聖) 알렉산드로 네프스키(Alexander Nevsky) 교회는 한번에 5천명이 입당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건물로서, 가장 큰 동방정교회(東方正敎會) 교회당 10개 가운데 하나이다. 1877년부터 1878년까지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 사이의 전쟁을 통해 불가리아는 오스만 제국 통치에서 벗어났다. 그러므로 그 전쟁에서 전사한 러시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출신의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1882년부터 1912년까지 이 교회당을 지었다. 그리고 이 교회당에 러시아 황실의 왕자인 네프스키의 이름을 붙였다. 소피아 식물원은 이 교회당 바로 인근에 있으므로 찾기가 아주 쉽다.

식물원 부속 꽃 가게

소피아 식물원은 소피아 대학교 캠퍼스 뒤편에 있는 바실레프스키 가(街)에 위치하고 있는데  정문을 통해 입장하는 일반 식물원들과 달리 도로변에 있는 (식물원에 부설된) 꽃 가게를 통해서 들어가고 나가게 되어있다. 물론 이 식물원에도 정문이 있다. 그러나 정문을 닫아 놓고 꽃 가게를 통해 입장, 퇴장 시키는 이유는 아마도 꽃 가게를 지나는 방문객에게 꽃, 씨앗, 모종, 화분, 기념품 등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식물원 면적은 약 3천평으로서 작은 편이고 식물원에는 약 1500종의 꽃, 관목, 수목들이 식재되어 있다. 불가리아의 첫 식물학자인 게오르지에프(Stefan Georgiev) 교수가 1892년에 이 식물원을 만들었다. 개원식에는 당시 페르디난드 1세 국왕이 직접 와서 참나무(Fagaceae Quercus robur)를 식재하면서 참나무 뿌리에 금화를 한 개 놓았다. 일반명이 ‘영국 참나무’인 이 참나무는 수간(樹幹)이 엄청나게 굵게 성장하여 오늘날도 식물원안에서 볼 수 있다. 국왕이 심은 것이라서 그랬는지 식물원 직원들은 이 나무를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돌보면서 수령 약14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의 성장량(높이, 직경 등)을 매년 조사하여 기록하였다. 이 나무 옆에는 과거 120년 이상의 성장 데이타를 기록해 놓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식물원은 작은 규모이지만 온실도 있어 야자수와 선인장 등 열대와 건조 기후대의 식물도 볼 수 있다.

국왕이 심은 ‘영국 참나무’

이 식물원을 개원한 목적은 불가리아 국민에게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하는 한편,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오늘날 소피아 대학에 부속된 이 식물원은 크기는 비록 작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물원과 협력을 통해 외국의 특정 식물을 수입하는 한편 자생종에 대한 연구 보존도 병행하고 있다. 작은 규모이지만 식물원에는 장미 정원, 지중해 정원(그리스 식물종을 중심으로), 바위 정원(바위 지대에서 생장하는 식물군), 그리고 여러 종의 난(蘭)을 모아 놓은 정원도 있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져 온 메타스콰이어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늠름한 자태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원산의 은행나무도 볼 수 있다.

게오르지에프 교수 기념비와 필자

필자가 식물원을 둘러보고 있는데 일단의 남녀 대학생들이 들어온다. 소피아 대학교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도 식물에 관심이 있는지 자기들끼리 식물을 가리키면서 뭐라고 말한다. 그래서 필자가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경제학을 공부하는 3학년생들인데 하나같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활발하다. 이렇게 유능해 보이는 인적 자원이 있음에도 불가리아의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그들을 오랫동안 품어온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시스템이다. 물론 1990년대초 소련이 붕괴하면서 불가리아도 공산주의를 버렸으나 그동안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잔재는 아직도 여전히 일부 구석에 남아있다. 필자는 소피아 식물원을 방문하고 3년 뒤에 다시 불가리아를 찾았다. 이때 만난 현지인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필자에게 같은 생각을 말해 주었다. 즉, 아직도 남아있는 공산, 사회주의 시스템이 나라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그리고 그는 과거 불가리아의 공산 정치가 북한의 공산 정치보다는 그래도 좀 나았지만 공산주의라면 신물이 나온다고 공산당 선동과 허상에 머리를 절래 흔들었다.  

참고로 소피아 대학은 수도 소피아 이외에 흑해에 면한 불가리아 동부지역의 도시 발치크(Balchik)와 바르나(Varna)에도 식물원을 갖고 있는데 이 두 곳의 식물원은 소피아 식물원보다 훨씬 큰 규모이다.    /나무신문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9권. 현재 저술, 강연 및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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