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현대적 재해석, 주한 스위스 대사관
한옥의 현대적 재해석, 주한 스위스 대사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12.1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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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목조건축대전 수상작 시리즈 | 준공부문 대상

건립 과정

주한 스위스 대사관 신축은 설계에서부터 준공까지 6년간의 긴 여정이었다.

70개 설계사무실이 참여한 국제현상응모에 당선된 스위스 건축사 Burckhardt+Partner와 국내사와의 협업으로 설계를 진행하였다.

신축 대사관은 주변의 고층화, 과밀화한 뉴타운 개발과는 전혀 다르게 수평적으로 계획되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철근콘크리트+집성목 합성구조, 많은 친환경 시설 및 자재 도입으로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물이다.

특히 한국과 스위스 건축 관계자들의 설계 및 시공에 대한 눈높이와 기술적 접근방식의 차이는 상호이해와 존중으로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다.

건축주인 스위스 해외건설청, 사용자인 대사관 모두 건축의 완성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6년간의 어려움은 곧 잊을 수 있었다.

새 대사관을 한옥을 모티브로 지은 것에 대해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대사는 ‘국제 사회에서 점점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에 대한 헌정이며, 세계의 문화에 개방적인 스위스의 열린 마음과 자긍심의 표현’이라고 개관식에서 밝힌 바있다.

서울 속으로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1974년부터 돈의문 마을의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2003년부터 돈의문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과거의 흔적들은 지워졌고 이곳은 21층 높이의 아파트들로 채워졌다.

일제강점기 시대 이전부터 현대까지 가옥들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던 마을은 사라지고 현재 돈의문 박물관 마을만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도심재개발에 의해서 옛 모습은 상실했고 이에 따른 과밀화와 획일화는 도시의 규모와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

맥락을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건축

돈의문 마을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사관은 이곳의 옛 한옥, 정감 어린 골목길을 추억하고, 언덕  지형에 순응하여 나지막하게 걸터앉은 수평적 건물로 재탄생 시키고자 했다. 

대사관 건물은 주변 지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장인이 만든 듯한 저층의 편자 모양 건물은 주위의 단조로운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행히 인접 대지는 뉴타운 조합에서 기부하여 쌈지공원이 되었고 고층의 과밀화한 아파트 지구내에 대사관과 함께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있다.

새 대사관이 주변과 고립되는 것을 지양하고 주변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했다. 새로운 주변 지역 형태에 편승하여 고층화하는 대신 경희궁공원의 느낌을 살려 대사관 건물이 자연스레 공원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하였다.

새 대사관 건물은 주변 자연의 힘에 순응하는 듯한 모습으로 주변경관의 축적된 기억과 맥락을 잇는 연결고리로서 오랫동안 자리잡을 것이다.

한옥의 현대적 재해석

새 주한스위스대사관의 너른 안마당은 외교, 행정, 공보, 주거 등 각기 다른 기능을 한데 모으기 위해 전통 한옥 양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새 대사관의 삶은 과거 서대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마당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개방된 환상형, 나선형 외피의 조형은 우리에게 자연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통합과 개방, 내국인과 외국인, 공간과 도시 영역 등을 상징하고 있다.

새 건물의 외관은 현재와 과거 공간의 매개역할을 함과 동시에 두 나라 문화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스위스 건축 구조재로 보편화 되어있는 목구조는 한국의 전통 목구조의 개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목구조 사용은 한국주재 스위스대사관의 건축 문화적 의미를 부각시킨다.

신축 대사관의 구조체, 내장 곳곳에 국내 장인들의 숨결과 스위스 건축의 섬세하고 단순한 마감과 디테일의 정교함이 녹아있다. 
자료 =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정리 = 서범석 기자

건축정보
위치▷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77
대지면적▷2,377㎡
연면적▷2,896 ㎡
건축면적▷983㎡
규모▷지상 3층
주구조▷철근콘크리트 구조, 목구조
준공일▷2018. 10.
설계자▷Burckhardt+Partner SA, Nicolas Vaucher(총괄건축가) (주)건축사사무소 이래건축, 이인호 시공자▷㈜이안알앤씨, 목구조
시공사 ▷경민산업㈜
사진▷ⓒHélène B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