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19 - 글:서진석 박사
그리운 마로니에
지금도 동숭동 가로(街路)
마로니에는 피고 있을까
무명 연극 배우
판토마임은 막 오르고 있을까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
마로니에 열매 한 알 물고
쪼르르 달아나네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을까
루루루루 루루루루~
휘파람 하늘에 날리면서…
칠엽수/마로니에~ Horse chestnut
나의 친정 산과원에는 칠엽수가 몇 그루 있다. 임산공학부 뒷켠 오름길, 본관 옆 쉼터, 그리고 월곡동 켠으로 가는 오솔길에 서있다. 또 연극이 자주 열리는 동숭동 가로에도 서 있다. 그 모습은 여름과 가을이 확연히 다르다. 잎새도 일곱개의 손가락을 편 것처럼 가지런하다. 꽃점이 있고 좀 더 큰 깨꽃 다발처럼 피어서 이쁜 덕에 벌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청설모가 남긴, 밤처럼 생긴 열매를 깨물어보니 무척 쓰서 뱉었다. 여름은 성(盛)하고 화려하나, 가을은 쇠(衰)하여 고적함 가운데 있음을 이 나무에서 본다. 인간사-청춘과 노년-과 무엇이 다르랴. 다만 그는 겨울을 나는 청설모, 다람쥐에 공양(供養)이라도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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