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고깔 쓴 꽃~ Snowdrops
눈 고깔 쓴 꽃~ Snowdrops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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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25- 글·사진 서진석 박사

눈 고깔 쓴 꽃~ Snowdrops

고깔 쓴 동자(童子)가 춤을 추고 있다
겨울이 간다고
이제 봄이 온다고

 

그래도 그 겨울 잊지도 못하고
눈 고깔을 쓰고 있다

혹시 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염불 외며 꼬마 성불(成佛)한 
오세암(五歲庵) 길손이의 
화신(化身)은 아닐까?  

 

아니면 금산(錦山) 보리암(菩提巖)
돌 속에 묻힌 한 여자*의
환생(還生)은 아닐까?

 

* : 이성복의 시 ‘남해 금산’에서 따옴 


Snowdrops

봄날에는 길을 걸으면서 두리번거리며 초화류와 수목의 생기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소풍 가기 좋은 날씨이면 으레 집을 나서서 산책을 한다. 지금쯤 여느 집 앞에는 무슨 꽃이 피고 있을까? 파크와 세미트리에는 어떤 어린 것들이 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을까? 엿보는 심성(心性)으로 완상(玩賞)하는 것이 봄날에는 제격이다. 산과원에 있을 때 꽃이면 꽃, 단풍이면 단풍, 열매면 열매를 언제쯤 볼 수 있는지 캘린더의 날짜 밑에 표시하여 알록달록 초목(草木)의 달력을 만들어 준 마음도 이쁜 연구원이 있었다.

걸어서 1시간 반쯤은 되는 한적한 곳에 ‘Edwards Gardens’이 있다. ‘빨간 머리 앤’을 쓴 몽고메리가 태어난 Prince Edwards Island가 있어 언젠가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인데, 그 ‘에드워드’ 이름을 가진 정겨운 화목원(花木園)이어서 더 끌려 간다. 긴 겨울을 막 지나는 봄의 모습을 보고 싶어 간 그 곳의 어느 나무 밑에 다양한 자세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군상(群像)을 보았다. 저으기 호기심으로 다가가니 앙징스럽게 잎도 달지 않고 제비꽃보다 조금 위로 솟은 몸집에다가, 흡사 내 친정 산과원의 낙우송 수하(樹下) 식재 조성된 ‘약용식물 재배원’에 봄이면 부끄러운 듯이 고개숙여 피어나던  작은 초롱꽃을 보는 듯한데, 그 이름이 ‘Snowdrops’라고 한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됨은 참 기쁨이다. 꽃 이름을 물어 알게 되고 그 꽃이 마치 겨울을 보내며 하얀 눈(白雪)의 정기를 담아 피워낸 정령(精靈)인 것 같아 손을 그 볼에 갖다 대어 본다.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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