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송가(頌歌)
해바라기 송가(頌歌)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4.1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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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20 - 글·사진 ; 서진석 박사

해바라기 송가(頌歌)

여름내 당신은 두 뼘 땅 위
모둠발로 섰습니다

낮의 해와 밤의 달이 있건만
당신은 해와 정분을 텄습니다

어느 볕 좋은 가을날
다보록히 새끼들 낳았습니다
오늘도 두 뼘 땅 위
콩나물 시루 학교를 지나면

모둠발로 해를 바라던
한 여인의 송가가 들려옵니다


해바라기
어릴 적 아버님이 교편을 잡고 계신지라 학교 앞에 서넛 교사님 가족이 기거하는 사택이 있었다. 그 곳에서 어느 볕 좋은 가을 아침이던가 가을이 아니던가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얼굴이 조붓하니 이쁜 여 선생님이 어린 내 곁에서 해바라기를 그리는 걸 도와 주셨다. 부부 교사였는데 그 딸은 내 또래 유미로 기억한다. 촘촘히 짙은 황토색으로 박아 넣은 해바라기 씨들... 크레용 든 내 손을 꼭 쥐어주던 손길... 지금도 해바라기 얼굴을 바라보면 화병에 꽂힌 강렬한 터치의 고흐의 그림과 내 유년의 그림을 일깨워주던 미술 선생님이 클로즈업 되곤 한다. 
그리고, 종일 해를 따라가며 목을 비틀며 서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향수(鄕愁)의 우리 어머니가 아니던가. 제 자신이 아닌 자식을 생각하여 간절히 두 손을 모으던 우리네 어머니가 떠오른다. 황토색 꽃, 식물을 보면 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켜 멈추곤 한다. 토담집 곁에 담의 키에 맞추어 피곤 하던 해바라기가 안 잊힌다. 지금도 이곳에서 어느 집 앞 핀 해바라기를 보며 걸음을 멈춘다.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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