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여인의 나무
피카소 여인의 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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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26 - 글·사진 서진석 박사

피카소 여인의 나무

피카소의 여인을 본다

여인을 볼 때는 여름에 보아야 한다
그 여인의 여름을 보아야 한다

나도 이윽히 여인을 바라본다
내가 보는 여인에, ‘꿈’, ‘거울을 보는 소녀’,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이 있다

눈보라 치는 겨울 앞에서도
아, 잎 떨구지 않고, 당당히 유선(乳腺)을 드러낸 여름으로 선 여인아!


너도밤나무(Copper Beech)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고목과 초화류, 잔디가 펼쳐져 있는  Cemetery엘 자주 간다. 그곳에 가면 몇 그루 아름드리 너도밤나무를 만날 수 있다. 한결 같이 무성한 잎새와 풍만한 여인의 젖가슴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나무이다. 균일한 결(texture)과 베이지색 색조를 띄어 무늬단판이나 제재로 으뜸이 가는 나무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언젠가 유럽 독일에 가면 가로수로 많이 심겨져 있다고 들어서, 보지 않아도 친숙하게 여기던 차에 그 나무를 아주 자연스럽게 대하게 되었다. 늦가을이 되도록 갈색 잎을 매달고 제 새끼들을 떨구어 내지 못하는 모습이며, 그 잎새들이 어미의 의중(意中)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가지에 매달린 모습은 비애미(悲哀美)마저 느끼게 해준다. 저 나무를 보면 가슴이 풍만한 피카소의 여인이 떠오른다. 노화가의 모델이 되어 준 그림 속의 싱그러운 여인들이 막연한 아련함으로 다가서는 청춘의 계절에 더 어울리는 나무이다. 해에 그을린 미끈한 구리빛 살갗과 풍만한 가슴을 지닌 우리 농촌 여인네도 젖 달라고 보채는 자식에게 스스럼없이 젖을 물려 그 자양(滋養)으로 키웠을 터이다. 

나무 이름을 기억하기 쉬운 노랫말로 지어 부르게 한 것에, “너도 밤나무이면 나도 밤나무이다”라고 ‘나도밤나무’도 있는 것으로 안다. 흥겨운 나무 이름 노랫말-방귀 뀌는 뽕나무-이 문득 떠오르며 살며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내 친정 산과원의 본관 앞에도 거목은 아니지만 너도밤나무가 한 그루 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나 떠난 지금 조금은 홍릉터 마을 어르신 흉내를 내려고 잘 커가고 있을런지... 

글·사진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글·사진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