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나무신문 제2의 창간 선언
[만우절]나무신문 제2의 창간 선언
  • 나무신문
  • 승인 2012.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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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 한 개 없는 신문, <나무신문>”

나무신문이 ‘지향이 있는 목재뉴스’라는 그간의 편집방향을 버리고 오늘부터 ‘버릴 것 한 개 없는 신문’으로 거듭납니다. 목재산업계에서 ‘최다부수’를 발행한다는 신문보다 발행부수가 정확히 415부 적은 나무신문이 절치부심 끝에 제2의 창간을 선언합니다.

신문들의 공식적인 발행부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는 한국ABC협회는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목재산업계 관련 신문들에 대한 발행부수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저희 나무신문은 ‘목재산업계의 최다부수 발행’ 신문보다 정확히 415부 적게 찍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00부 정도만 되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415부라는 도저히 넘지 못할 산 앞에서 솔직히 좌절도 했습니다. 방황 했습니다. 우울의 날들이었습니다. 아, 이것이 진정 나무신문의 한계란 말인가?

그러나 나무신문은 좌절만 할 수 없었습니다. 독자님들이 그동안 보내주신 아낌없는 성원과 응원을 헛되이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무신문은 최다부수를 발행하는 신문보다 400부도 아니고 무려 415부씩이나 적게 찍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 고백을 시작으로 다시 힘을 내 분연히 일어서기로 했습니다.

 

 “415부 적게 버려지는 나무신문이 되자.”

이것이 나무신문의 새로운 각오이자 오늘 드리는 독자님들과의 약속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400부 정도는 적게 버려지고 있을 것이라고 나무신문은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신문은 여기에 만족치 않습니다.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 415부 적게 버려지는 신문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나무신문은 일찍이 ‘콩나물 다듬을 때 신문지가 자꾸 찢어진다’는 한 애독자님의 하소연을 듣고 ‘빤닥빤닥하고 맨질맨질한’ 고급용지를 사용함으로써 ‘신문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신문용지를 바꾼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콩나물을 다 다듬어서 팔기 때문에 이러한 나무신문의 역할이 상당부분 퇴색된 상황입니다. 또 지금 시대가 가난한 사람들의 똥구녕에서 조차 콩나물 대가리가 나올 정도로 콩나물을 많이 먹던 시대와도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메모기능 신문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오면 곤란하셨지요. 특히 물건을 주문하는 전화라면 메모할 곳도 마땅치 않으셨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문의 귀퉁이를 돌려가면서 적곤 합니다. 나무신문은 이러한 신문의 메모기능 부재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신문지면 곳곳에 ‘메모지’<사진의 ‘가로등’자 윗부분>를 배치토록 하겠습니다. 이제 마음껏 전화도 받고 신문도 보고 메모도 하세요.

 


지출결의서  지출결의서 같은 것 이제 일부러 사지 마세요. 나무신문 지면에 다 있습니다. 영업사원 여러분, 거래처 다니면서 음료수 하나 사먹은 것까지 일일이 올리기 손부끄러우셨죠? 이제 사장님이 나무신문 읽을 때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말씀하세요. “아참, 사장님 이거 제가 안 올렸네요”하면서, 그 자리에서 써주시면 됩니다. 어제 밤 접대가 단란한 곳에서 2차까지 이어지셨다구요? 다음날 아침에 조금만 일찍 출근하시면 됩니다. 우체통 안에 있는 나무신문을 펼쳐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신 다음에 사장님 책상에 살며시 올려놓으세요.

 


간이영수증  저 ‘작성년월일’ 보이시죠. <2   .   .   .>. 앞으로 2999년까지 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자화자찬이지만, 나무신문 하는 일이 이렇게 치밀합니다.

 


꽃편지지   외롭고 그리운 날엔 편지을 쓰세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줄 거에요. 괜찮으시다면 저라도 받아드리겠습니다.

 


노트   그냥 평범한 노트가 아닙니다. 보이시죠? ‘DEATH NOTE’. 이거 약효가 너무 뛰어날지도 모르니 남용은 삼가주세요.

 


견적서   이것처럼 공신력 있는 견적서 보셨습니까. 이제 ‘신문에 실린’ 견적서로 거래처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세요.

 


장기판   요즘 보니 내기 장기 삼매경에 빠진 분들이 계시더군요. 짬짬이 두는 장기는 무료함도 달래고 머리회전 운동도 되고 좋지요. 이제 나무신문이 이런 분들을 위해 장기판까지 드립니다. 그런데 이 장기판으로 내기 장기를 둘 때에는 마스크 쓰는 것을 잊지 마세요. 판세가 불리해진 사람이 갑자기 재채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갖가지 편의기능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현재 <버려지지 않는 나무신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편집위원회>에서는 (어린이가 있는 독자를 위한)인형 옷 입히기와 종이접기, 바둑판, 매직아이 등을 후속 아이템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4페이지 정도는 그냥 ‘순수한 백지’로 만드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버릴 것 한 개 없는 신문’ 나무신문의 1년 구독료는 단돈 8만원입니다. 비싸다구요? 무려 2999년까지 쓸 수 있는 간이영수증까지 드리는데요? 앞으로 987년을 더 쓸 수 있는 신문이라는 것을 강조드립니다.

이래도 비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하나 더 알려드립니다. 나무신문 정기구독료 8만원에는 1년간의 ‘우편발송료’ 7천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구독료 8만원만 내시면 1년 우표값 7천원을 나무신문이 부담해드린다는 말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게 다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그렇게 생각하시면 다음 주 나무신문을 꼭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이 각오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4월16일자 신문은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 관계로 쉽니다. 모두들 소중한 한 표를 빠짐없이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최다부수 발행 신문보다 비록 415부 적게 찍지만 415부 적게 버려지는 ‘버릴 것 한 개 없는 신문’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2년4월1일 나무신문 임직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