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Vertical Forest 유랑기
밀라노 Vertical Forest 유랑기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0.02.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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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89 | 글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글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woodcare.tistory.com 운영자

너는 어디에 살고 싶느냐?라는 질문의 대답은 다양할 것이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활발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이 북적이며 인간관계의 유지가 쉬운 도심에 살고 싶어할 것이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는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나 굽이굽이 휘몰아 흐르는 강의  옆에서 살기를 원할 것이다. 또 다른 이는 깊은 산속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고독을 즐기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싶어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취향에도 불구하고 감히 자신 하건데,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이 그 어디라도 만약 그 주변이 숲처럼 가꾸어져 있어, 자신이 마치 숲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라면 그 누구도 그런 주거환경을 싫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숲 혹은 산림은 공공적인 측면에서는 오염물질이나 미세먼지를 제거하여 공기를 정화하고, 수자원을 함양하면서도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공공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맑은 공기를 공급하고, 주변의 환경을 조절하며, 심리적인 안정도 주는 철저한 개인재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반려동물의 한 가지 대안으로 반려식물이 각광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인간이 숲 혹은 숲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살고 싶어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유전자에 생명의 근원이며,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숲에 대한 향수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 해본다.

이런 꿈을 현실로 이루고자 하는 건축가가 있다. 이태리 밀라노에서 건축설계회사를 운영하는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의 애기이다. 1956년 이태리 밀라노에서 태어난 보에리는 1980년 밀라노 공학전문 대학인 Politecnico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1989년 베네치아의 Istituto Universitario di Architettura di Venezia (IUAV)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건축대학원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하였으며, 또한 세계의 많은 건축관련 기구나 행사에서 Curator나 카운셀러로서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1999년 여러 파트너와 함께 도시계획 전문회사인 Boeri Studio를 설립하였으며, 이후 건축설계업체인 Stefano Boeri Architeti를 2008년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이태리 뿐만 아니라 중국의 상하이에도 사무소를 두고 자신의 건축철학을 전세계 곳곳에서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건축가 Stefano Boeri.

보에리의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밀라노의 중심지에서 약간 떨어진 Porta Nuova 지역 위치한 밀라노 Vertical Forest이다. 2007년부터 계획되어 2014년 완공된 이 건물은 2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는 각각 112m와 80m로 구성되어 있는 주거용 건물이다. 아래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건물의 외부에 나무와 초본 그리고 덩굴식물들을 배치하여 거주자들이 진짜 숲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현재 이 건물은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밀라노의 하나의 관광코스를 자리 잡힐 정도로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주거용으로 가치가 높아, 유명 스포츠스타나 모델, 연예인이나 부유한 사업가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살고 있었다면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살고 있지 않았다. 나쁜 놈…)

설계자인 보에리가 이 Vertical Forest를 통해 얻고자 한 편익 혹은 결과는 보에리의 회사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1. 현대 도시에 환경적이고 경관적인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
2. 도시 내 식물자원의 절대적인 수의 증대
3. 인간과 나무가 공생하는 공간의 창조
4. 도시의 무분별한 확대를 방지 - 전원적인 분위기를 위해 도시를 확장해 나가는 것을 방지 하는 기능
5. 도시 내 녹지공간을 확대 및 열섬현상 등 도시미세기후 문제의 완화
6. 도시 내 오염물질(미세먼지)의 제거
7. 건물의 에너지 소비의 감소 - 여름철엔 직사광선으로부터 건물을 차단, 겨울철엔 찬 바람의 유입차단
8. 도시의 생물 다양성의 증가 - 다양한 목본, 초본 및 덩굴식물의 식재
9.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의 창출

원래 마케팅이라는 것이 작은 것도 크게 보이게 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건물에 식물들을 몇 가지 식재했다고, 위와 같은 엄청난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것에 대해 실제로 보기 전에는 많은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건물을 보고 나서는 많은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밀라노를 다니면서 중간에 보게 되는 이 건물은 회색의 거인들 속에 우뚝 솟은 푸른 숲을 상상하게 하였으며, 왠지 도시 속 에서 답답했던 마음도 시원하게 풀어주게 하는 마법이 있는 듯 했다. 마치 사막 속의 오아시스가 사막의 여행자에게 물과 휴식을 선사하듯 말이다. 현재는 비록 여러 건물들 사이에 홀로 존재하는 2동의 건물이지만, 앞으로 인근의 건물들이 함께 Vertical Forest로 조성된다면 정말 하나의 녹색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에리는 실제로 중국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산림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무들이 과연 이런 혹독한 환경을 버텨줄 것인가 하는 걱정이었다. 기본적으로 건물, 특히 고층건물은 사람의 거주를 위한 공간이지 식물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 토양, 양분 및 수분 등 식물성장에 필요한 조건들이 있는데 과연 이 건물이 이런 조건들을 제대로 공급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보에리는 자신은 건축가로서 이 건물을 설계할 때 많은 전문가들과 같이하여 산림학자, 식물전문가, 원예가, 조경가, 구조전문가들과 함께하였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특수한 토양으로 재배환경을 조성하고, 와이어를 뿌리부분에 직접 연결하여 식물이 강풍에도 영향을 받지 않게 하였으며, 토양수분 및 영양분 센서를 설치해 수분이나 양분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관수 또는 시비가 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건물의 방향에 따라 일조량이 다르므로 이를 계산하여 방향별로 그 생육조건에 맞는 식물을 식재하기도 하였다. 현재 Vertical Forest는 이태리 뿐만 아니라 북유럽이나 프랑스와 같은 유럽 전 지역과 중국의 상하이나 난징 그리고 멕시코 등의 중남미 등에 건설되거나 계획되고 있고, 이 경우 그 지역의 식물전문가들이 설계에 함께 참여하여 지역의 고유한 수목이나 식물들로 식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이 건물의 한 집을 방문했을 때 놀랐던 것이 많은 새소리가 들리고 실제로도 작은 새들이 끊임없이 건물 주위에 이동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다른 녹지에 비해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런 자그마한 녹지가 조성되어도 새들이 찾아 온다는 것은 이 건물이 하나의 비오톱(Biotope, 하나의 작은 생태계)을 이루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다. 이 건물에 심어 놓은 여러 고유 식물종의 열매를 작은 새들이 먹고, 도시의 다른 지역에서 배설을 하여, 발아가 된다면 도시 전체의 생태계 천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대의 도시는 지구 전체의 면적 3%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55%가 살고 있으며, 지구 전체 소비에너지의 70%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면적의 3%인 도시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발생량의 75%를 차지한다. 이런 현상은 현재처럼 도시집중화가 심해질수록 그 강도는 더해질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도시지역에 발생하며,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기후변화에 대한 완화(Mitigation, 저감 혹은 감축이라고도 함)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지역에서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줄이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산림이나 도시공원과 같은 녹지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후변화는 도시 및 도시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요즘 많이 느끼는 폭염이나 폭우 가뭄 등의 기상이변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도시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보호 받을 수 있는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정책도 꼭 필요하다. 적응정책에는 빗물 순환을 위한 도시 내 투수성의 확대, 옥상녹화나 벽면녹화 등이 있을 수 있다. Vertical Forest는 이 기후변화의 적응과 완화 두 대응측면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수목의 식재를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증대시키면서도, 도시의 열섬 현상의 완화시키고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번 밀라노 Vertical Forest의 방문은 경기도 광명시 및 시흥시 일원에 위치한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취락정비사업 지구에 대한 통합적인 개발 마스터플랜에 대한 민간차원의 기획 연구사업의 일환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를 위한 연구 그룹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정부기관에서 기획 입안하던 도시 및 지구단위 계획을 민간 차원에서 연구 기획하여 도시개발 새로운 방안을 제안하고자 하는 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도시계획의 방법으로 도시, 건축, 생태, 교통, 복지, 산림 등의 다양한 도시계획 관련 분야의 전문가 그룹들이 같이 연구하고 개발하여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취지이다. 이전까지의 도시계획에서 산림분야의 역할은 매우 미비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도시 내에서 산림의 역할은 매우 커져가고 있다. 가로수, 도시공원 등을 포함한 기존 도시 내 산림에서 부터 학교숲, 마을숲, 산림공원과 같은 산림들이 도시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나 산림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녹지는 절대적인 양도 중요하지만 이런 녹지들이 단절되지 않게 서로 이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결된 녹지가 단절된 녹지보다 생태적 환경적인 면에서 매우 뛰어나며, 생물다양성의 증진이나 서식지의 보호 차원에서도 뛰어나게 좋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단계에서 산림이나 생태전문가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여기의 Vertical Forest도 이렇게 도심 내에서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방문에서 이 Vertical Forest의 설계자인 보에리를 직접 만나 그의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감명을 받았지만 특히 세 가지 부분에서 더 많은 감명을 받았다. 첫 번째로는 그의 대부분의 설명은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기후변화, 도시환경 그리고 산림 (특히 도시숲)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건축물 뿐 만이 아닌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건축가로서의 역할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로는 보에리가 앞으로 추진하려는 일 중 가장 중점을 두는 것 중의 하나가, 이 Vertical Forest를 목구조로 지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목재의 사용을 통한 기후변화의 대응방법 중의 일환이라고 한다.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철근구조와 같은 건축가들에게 익숙한 구조를 버리고 어렵지만 지구환경을 위한 목구조를 선택하는 건축가의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비용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목구조의 비용은 다른 구조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 제한요소라는 것도, 마음에 참 와 닿았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이 Vertical Forest를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도시 내 저소득층을 위해 짖고 싶다는 점이었다. 기후변화 대부분은 선진국에 책임이 있지만, 실제 피해는 개발도상국이나 도서 섬 국가들과 같은 저개발국이 입는다. 더욱이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돈으로 피할 수 있지만, 저개발국가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기후변화의 책임은 고소득층에게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은 저소득층이 더 받는다. 저소득층에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하기 위한 기회도 더 적다. 따라서 이 Vertical Forest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삶을 선물한다는 건축가의 계획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고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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