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재 목재가격 상승 “진짜 심상치 않다”…“여유 있으면 사야 할 때”
남양재 목재가격 상승 “진짜 심상치 않다”…“여유 있으면 사야 할 때”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11.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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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고갈 10년 앞당긴다는 중국보다 더한 인도 수요…서류 전산화로 ‘불법목재’도 불가능
원목 계산서에 소수점 등장…경쟁업체에 원자재 구걸도…연말결산 지나면 가격 올릴 듯

[나무신문] 남양재 목재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업계의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이러한 가격 오름세는 올 연말을 지나면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해가 바뀌기 전에 재고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지만, 얼어붙은 국내 경기 때문에 판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양재는 아시아 남방지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총칭하며, 침엽수 계열인 북양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주로 열대우림에서 생산되는 활엽수(하드우드)를 말하는데, 최근에는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목재로까지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특히 주요산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의 기상이변과 자원고갈, 정부의 규제강화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제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새로운 수요까지 불붙으면서 우리 시장에서의 남양재 공급불안은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나무신문 9월14일자 483호 3면 「남양재 목재가격 상승 “심상치 않다”」 참조>

▲ 나무신문 483호 3면.

남양재 가격 상승은 원목은 물론, 멀바우와 방킬라이 등 데크재와 이들 수종을 이용한 집성재, 마루판용 대판과 인테리어용 합판 등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멀바우 목재제품은 인도네시아 이리안자야(Irian Jaya) 주에서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거의 전량’이 생산되고 있는 수종인데, 유럽을 비롯한 일본이나 호주에서 오래 전부터 애용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최근에는 중국까지 가세해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정부가 바뀌면서 원목 반출을 조절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비교적 반출이 자유롭던 반제품까지 옥죄고 있어서 가격은 더 뛰고 수급은 더욱 힘들어진 상황. 더욱이 이와 같은 현상이 주정부의 일시적인 입장변화라기 보다는 자원고갈에 기인한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분석이다.

또 중국이나 베트남 산으로 대체가 안 되는 4.6㎜ 두께 말레이시아산 합판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인테리어 내장용이나 온돌마루와 같은 마루판용 대판으로 사용되는 이 제품은 대체재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의 나무신문 기사가 나간 9월까지만 해도, 연말 들어서면서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가 업계 전반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11월 현재 현지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설상가상 인도의 ‘물불 안 가리는’ 수요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검은 봉화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멀바우 등 일부제품은 수입업체에 따라서는 많게는 9월 대비 10% 가량 출고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품목이나 업체에서는 산지가격 상승분을 국내 시장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상황이어서 수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게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수입업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연말결산과 연계가 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산을 앞두고 재고를 안고 가기가 부담된다는 것. 유산스가 보편화된 시장에서 ‘재고는 곧 빚’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마진보다는 재고를 소진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시 말해 결산 후에는 본격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심스럽지만 지금이 남양재 재고확보의 적기라는 계산기가 두드려지고 있다.

주로 인도네시아 현지에 머무르며 한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 소식통에 따르며, 이번 ‘남양재 사태’의 주요요인으로 꼽히던 기상악화와 정부의 규제강화, 중국의 폭발적 수요 등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여기에 ‘중국 못 지 않은’ 인도의 수요와 각종 수출관련 서류의 전산화 등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 나무신문 486호 5면.

인천의 한 수입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이 소식통은 “벌채해서 운반을 하려면 적어도 5일 이상 비가 오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3일에 한 번 꼴로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주정부 차원에서 세금 납부 유무와 합법목재 여부를 일일이 체크하는 분위기인데, 이런 서류들이 인터넷으로 다 공유되기 때문에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서류들은 위조해서 통과한 후 없애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전산화로 인해 서류 위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중국의 수요가 이삼 년 전에 비해서 배 이상 늘은 것으로 보인다. 전에는 중국향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업체가 중국향 제품을 생산하는 실정이다”며 “물량도 많아서, 한국이 2~3컨테이너 발주낼 때 중국은 보통 100컨테이너씩 내곤 한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원목자원 고갈이 10년은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인도 수요의 약진 또한 주목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최근 인도의 수요가 중국보다 더 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을 정도다”며 “중국이 A, B, C급 목재를 가리지 않고 ‘싹쓸이’하는 수준이라면, 인도는 ‘피죽만 빼고 다 달라’하는 정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물량 또한 중국에 육박하고 있으며, 수종도 멀바우, 방킬라이, 라왕, 꾸루잉 등 전 수종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주요 수종 물량은 인도향이 유럽향을 이미 추월한 상태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인도네시아는 물론 PNG, 말레이시아, 솔로몬 등 주요 산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멀바우 등 남양재 데크 및 집성재를 공급하고 있는 A사 대표는 “국내 수요는 없지만 산지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일부 품목에 한해 10% 정도 가격을 올렸다”며 “공급도 딸리고 산지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수입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꺼리는 이유는 위축된 수요보다는 연말을 앞두고 재고를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봐야 한다. 재고는 곧 빚이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광주 PS종합목재(풍산목재) 유승근 대표는 남양재 원목 공급 차질의 심각성에 대해 “남양재 원목을 수입할 때 수입서류를 보면 7미터, 8미터처럼 미터 단위로 표시되고 소수점 아래 자리는 생략되는 게 지금까지의 룰이었는데, 이것이 몇 개월 전부터 7.25미터, 8.2미터, 8.25미터처럼 소수점 아래까지 표시되기 시작했다”면서 “산지에서 원목이 달리니까 예전에는 그냥 (공짜로) 주던 0.25미터까지 계산해서 값을 매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이러한 원자재 부족현상은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국내 수입업체들이 올라간 산지가격을 떠안고 있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시점”이라며 “여유가 있다면 지금이 남양재 재고를 확보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마루대판의 공급 부족도 심각한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천 북항 코쎄스물류 관계자는 “최근 남양재 마루대판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이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며 “그동안 가격이 비싸서 몇 년 동안 팔지 못하고 우리 창고에 쌓여 있는 자작나무합판 마루대판까지 찾아내서 연락을 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들리는 말에 의하면 대판을 구하지 못한 생산업체들이 마루를 생산하는 경쟁업체에까지 연락해 마루대판을 구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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