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재 유통질서 왜곡 “더 이상은 안 된다”
남양재 유통질서 왜곡 “더 이상은 안 된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10.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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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및 제재 18개 사 “유통질서 개선 합의서” 채택…11월1일부터 시행

[나무신문] 최근 유래 없는 수급불안 상황에 놓인 남양재 업계가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남양재는 아시아 남방지역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총칭하며, 침엽수 계열인 북양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주로 열대우림에서 생산되는 활엽수(하드우드)를 말한다. 최근 시장에서는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목재로까지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남양재 시장이 기상이변과 자원고갈, 주요 원목 생산국 정부의 규제강화 등 악조권이 겹치면서 제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중국의 새로운 수요까지 불붙으면서, 우리 시장에서의 남양재 공급불안은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나무신문 483호 3면 「남양재 목재가격 상승 “심상치 않다”」 참조>

이처럼 남양재 구하기는 점점 귀하신 몸이 되고 있지만, 국내 유통시장에서는 오히려 호구(虎口) 취급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제재업계의 하소연이다. 이런 푸대접은 특히 완제품 수입품이 아닌 원목을 이용해 비규격 제재목을 생산할 때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경시설에 남양재가 쓰이는 경우를 예로 들면, 설계 이후 시공사는 주로 목재제품 가공공장에 비규격 제품을 주문하게 된다. 주문을 받은 가공공장은 또 원목을 보유하고 있는 제재소에서 1차 가공 제재목을 제공받아 2차 가공 후 납품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문제는 주로 1차 가공 제재목 납품 단계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성질이 단단한 남양재는 5㎜ 정도의 여척(餘尺)을 두게 된다. 120×30㎜ 규격 데크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재소에서 125×35㎜의 제재목을 공급해야, 2차 가공공장에서 120×30㎜ 데크재를 시공사에 납품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남양재 시장에서는 예전부터 5㎜ 여척이 당연시 돼 왔다. 가격산정 또한 5㎜ 여척을 인정하고 책정된 것.

이와 같은 여척 개념은 국내 남양재 제재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는 물론 유럽, 일본 등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투바이포, 투바이식스 등 구조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치수가 곧 제품명인 투바이포는 2×4in(인치) 목재를 말하는데, 이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50.8×100.6㎜다. 그런데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투바이포 목재 치수는 38×89㎜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치수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여기에 여척 개념이 숨이 있기 때문에, 목재제품은 합판이나 집성목 등 공학목재가 아닌 경우 이처럼 여척을 인정하는 게 세계적인 불문율이라고 봐야 하는 대목이다.

제재 당시 50.8×100.6㎜였던 투바이포 목재는, 이후 4면 대패와 건조수축 등 과정을 거치면서 38×89㎜ 규격을 갖추게 되고, 이름은 여전히 투바이포 규격제다.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들이 38×89㎜ 규격제를 쓰기 위해서는 50.8×100.6㎜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 이것이 세계 목재시장의 룰이다.

어찌 보면 이와 견주어 우리나라 남양재 시장에서의 5㎜ 여척은 오히려 박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최근 이 5㎜ 여척마저 인정치 않으려는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곧바로 불량 목재제품으로 이어질게 뻔하다는 우려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조경시설재에 들어가는 2차 가공용 제재목 시장에서 몇 해 전부터 3㎜여척만 인정하기 시작하던 것이, 최근에는 노골화되고 있다는 게 제재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1차 제재업체에서는 현실적으로 3㎜ 여척으로 제재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5㎜ 여척을 두고 생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마다 꼬박꼬박 2㎜를 손해보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원목 수입상, 제재업체, 가공업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을 중심으로 한 원목 수입업체와 남양재 제재업체 등 18개 사는 최근 ‘남양재제재위원회’를 결성하고 ‘남양재 유통질서 개선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는 등 5㎜ 여척 인정을 골자로 하는 유통질서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위원회는 합의서에서 “가공용 제재목 특히 데크용재 등으로 대표되는 조경용도의 2차 가공용 제재목은 가공마감 치수에 두께 폭 공히 5㎜ 의 여척을 두고 제재 공급하고 있는 현실을 인지하고 3㎜ 의 부당성과 그 외 관련된 모든 상행위 및 관계서류 등에 실제 제재 치수를 필히 적용한다”고 합의하고 “1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결의 했다.

위원회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인천 조광목재 조광덕 사장은 “나무가 금형으로 찍어내거나 무처럼 쉽게 잘라낼 수 있는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3㎜ 여척만으로는 도저히 제재할 수 없어서 제재소에서는 어차피 5㎜ 여척을 두고 제재하고 있다”면서 “가공업체나 유통업체들도 이러한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네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3㎜ 여척만 인정함으로써 2㎜에 대한 값을 치루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은 또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워낙 경기가 없어서 제재소들이 끌려 다니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더 이상 이러한 일이 지속되면 불량 목재제품으로 가는 수순으로 이어질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투바이포 구조재의 주 소비처인 목조주택 업계의 한 원로는 “우리나라 목조주택 시장이 지금까지 규격을 지키고 있는 원동력은 국산 제재목을 쓰지 않고 수입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고작 5㎜ 여척마저 빼먹으려 하는 국내 목재가공업계는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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