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豊年)을 부르는 나무
풍년(豊年)을 부르는 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10.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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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30 - 글·사진 서진석 박사

풍년(豊年)을 부르는 나무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신할매께 비나이다

 

제 자식, 손자 
주룽 주룽 달라고
할매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저 산신, 지신님께
비나이다

 

산에 초목
들에 오곡
얼쑤 좋은 우리 세상
풍년되어 달라고 비나이다

 

주님!
올 가을 집집마다 곳간 가득히 
당신께서 베푸신 사랑으로 채워주소서~


풍년화(Witch Hazel)
산과원(山科院)에도 겨울이 지나고 봄날이 오는지 기지개를 하품과 함께 하고픈 아직은 시린 날, 목재 이용부 건물 앞 화목원에는 화초(草本)로 노란 복수초, 나무(木本)로 제일 먼저 노란 꽃을 매어다는 풍년화가 두어 그루 있었던 게 기억난다. 잎도 달지 않은 채 뭐가 그리 급한 지 할아버지 곰방대에 눌러 비벼 넣던 노란 봉초담뱃닢(Tabacco leaves-chip)처럼 오밀조밀스런 꽃을 매달던 풍년화… 지금도 카메라를 맨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 마치 자기 애인인 냥 몸을 낮추어 해를 등지고 나무 줄기에 몸을 기대어 앵글을 맞추던 모습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그 나무를 이곳 Cemetery와 에드워드 가든에서 보았다.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잎도 달지 않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던 게 영락없이 낯익다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풍년화이다. 

영명(英名)을 왜 Witch Hazel이라 달았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지만 기특하기는 내 고국의 친정에 피던 그 나무와 꼭 같다. 겨울이 자기를 반(反)해서 기어이 부스스한 꽃을 달아 미워서 마녀(魔女)라고 주술(呪術)을 한 데 연유한 것일까? 이름 붙이던 식물학자가 고민하다가 그 이미지가 마치 주문을 외워 차갑고 시린 겨울을 이겨 일찍이 꽃 피우려는 모습이 악을 쓰는 마녀를 닮았다고 그리 이름붙인 것은 아닐까? 환상(幻想)은 늘 자유이다. 어쨌거나 봄도 한 두어 마장은 더 남았는데 시린 공기를 뚫고 일찌감치 꽃을 피운다는 것은 갸륵하고도 기특하다.

글·사진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글·사진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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