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만든 합판이 “국산합판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합판이 “국산합판 아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12.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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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목재법 ‘국산목재제품 의무사용’ 조항에 대해 “국산재 안 쓰면 해당사항 없어”
산업계, “국산은 Made in Korea”…법대로 안 하면 “상상하지 못한 저항에 부닥칠 것”

[나무신문] 산림청 목재산업 정책이 국내 제조업은 무시하고 목재펠릿과 같은 바이오매스 산업에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산림청이 줄기차게 강조해오고 있는 목재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 방향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가만히 두어도 살아내기 힘든 국내 목재 가공 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점점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문재의 발단은 ‘산림청의 한 건’에서 시작됐다. 산림청은 11월28일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목재법) 제19조(우선구매)에 ‘국산목재’의 우선구매를 의무화하는 2항을 신설해 공포했다.

신설된 조항은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의 장은 국제협정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미만의 목재 또는 목재제품에 관한 조달계약을 체결하려는 때에는 국산목재 또는 국산목재제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으로 우선 구매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으며, 내년 5월29일부터 시행된다. 

굳이 쉬운 말로 표현할 것도 없이 국가 및 공공기관은 일정 금액 미만 목재 또는 목재제품을 쓸 때에는 일정 비율 이상은 국산목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다. 사용 비율을 몇 %로 할 지는 시행 전까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정하게 된다. 

기존 19조 1항이 ‘목재제품을 우선하여 구매할 수 있다’로 의무사항이 아니고, 이마저도 ‘지역 간벌재 이용’ 등 단서조항이 붙어 있어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신설된 2항은 이러한 단서조항이 없을 뿐 아니라, 그동안 산업계에서 요구하던 대로 국산목재 사용을 의무화했다는 데서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산림청이 한 건 한 셈이다.

우리나라 목재 가공 산업은 원재료인 원목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유통업체와 같은 링에 올라 경쟁할 경우 백전백패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이와 같은 극심한 원목자급률 저조현상은 수요예측을 잘못한 산림청 조림정책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숲은 울창한데 쓸 나무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게 우리 산림의 현주소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국내 목재 가공 산업에 대한 지원 요구가 끊이지 않아 왔다. 또 주요 원목 생산국들은 세금 등 각종 유무형 방법들로 될 수 있으면 자기 땅에서 완제품 형태의 목재제품이 수출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국내 가공 산업은 원목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지는 반면 유통업체는 완제품 수입이 점점 쉬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 한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이던 국산합판이 이제는 국내 시장점유율 20% 미만으로 곤두박질친 게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산림청의 한 건’이 국내 목재 가공 산업에 얼마만큼의 도움을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도움이 전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뀐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산림청에서 목재산업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국내 가공 산업이 아예 들어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한심한 수준의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19조 2항 신설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 목재 사용을 권고하던 것을 국산목재를 사용토록 의무사항으로 법률로 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6개월여 동안 의무사용 비율을 몇 %로 할지 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산목재’는 ‘Made in Korea’를 뜻하는 것이냐는 나무신문의 확인 질문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벌채된 목재를 이용해 생산된 제품으로 목재펠릿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산림청의 논리대로라면 한국 땅에서 자란 나무를 사용하지 않으면 ‘국산목재’ 및 ‘국산목재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쉽게 말해 선창산업에서 생산한 합판이 더 이상 국산합판이 아니라 외산합판으로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재목을 비롯해 각종 내외장 마감재, 데크재, 플로어링보드, 온돌마루, PB, 글루램, CLT, 방부목, 제재부산물로 만든 목재펠릿, 목재가구 등 모든 제품이 국내에서 벌채된 목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made in korea를 찍을 수 없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발생할 상황이다.

“국산은 ‘어느 국가에서 만든 것’임을 구분하는데 사용되는 단어인데, 한국어로는 ~국산(중국산, 미국산) 영어로는 보통 Made in ~ (Made in Korea, Made in Japan, Made in China) 등으로 쓴다”는 게 ‘국산’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따라서 법에서 정한 ‘국산목재’ 의무사용 조항을 산림청 임의대로 자기들 입맛에 맞게 재단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목재산업계의 해석이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산림청 목재산업 정책 입안자들은 국내 목새산업을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면서 “어찌됐든 법에 엄연히 국산목재 사용이 의무화됐는데, 산림청이 임의대로 무엇은 국산이고 어떤 것은 국산이 아니라고 정해 배척한다면 상상하지 못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목재펠릿은 국산목재와 국산목재제품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제재소나 공장에서 생산된 합판이나 제재목, 집성목, 목재 온돌마루 등 제품은 국산목재제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한심함을 넘어서 근본적인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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