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처럼 포근함 간직한
산책길처럼 포근함 간직한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6.01.20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문동 주택 - 터·울건축

[나무신문 | 터·울건축 김석환] 이 주택의 대지는 용문시장 건너 주택가의 가로 모서리에 위치해 있다. 이 주변은 얼마 전까지 바둑판처럼 분할된 가로의 대지 위에 1980년대 지어진 2∼3층 건물들이 연이어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그 주택들을 헐고 다세대주택 신축 붐이 일었다. 과거의 건물들이 1층보다 조금 규모가 작은 2층의 평지붕 구조에 처마가 나와 있고 옆으로 긴 석재로 마감한 유형이었다면, 지금은 1층 피로티 주차장 위로 4층 정도 주거를 두고 외부는 거의 얇은 판석을 마감한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어느 날 이 집의 건축주가 사무실로 찾아와 규모가 32평밖에 되지 않는데 다가구 주택을 지을 수 있겠느냐며 건축을 상의했다. 얼마 후 스케치를 보여주면서 친근하고 따뜻한 물성이 배어나며 단아하면서도 정감 있는 건물이 되게 하려는 생각들을 설명했다. 건물 매스는 건물 우측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이웃집의 일조권 확보에 필요한 규정선 내에서 계단식 층차를 두며 셋백해 테라스를 만들고 일조권과 무관한 부분은 반 층을 더 높였다. 그리고 그러한 레벨과 층차를 갖고 후퇴하는 매스의 변화를 공간적 변화와 다양한 조형적 어휘로 살려내고자 했다. 그로써 오래된 문화유적을 대할 때처럼 질박하고 단아한 느낌이 풍기는 건물 안에서 다양한 삶의 행태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표정 짓는 공간의 감각을 대하며 생활의 즐거움이 유발될 수 있게 하고자 했다. 

▲ 4층 식당.
▲ 거실 내부장.
▲ 4층 테라스 부분.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각층의 공간이 포도송이가 열리듯이 자연스러운 구성을 지닌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은 동선에서 비롯된다. 마치 주택 내의 산책길이 나 있는 것처럼 지반부터 옥상까지 길이 관통돼 있는데, 건물 내부에서 길에 면한 가로 풍경을 체험하듯 자연스러운 표정을 갖게 했다. 특히 4, 5층을 모두 주인이 거주하는 한 세대로 구성하면서 건물 내부 계단을 통해 길을 지나듯 반 층씩 오르내리며 각 실이 연결되도록 해 실의 독립성과 공공적 성격의 공간이 우연히 조우하며 다시 다른 공간으로 연속되는 변화와 4층 거실과 식당 사이에 낸 내벽의 개구부를 통해 다양한 시선의 풍경을 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4층 거실 바깥에 일조권 높이까지 벽을 쌓아, 벽으로 둘러싸인 외부 마당을 형성했다. 3층까지는 임대주택 세대가 놓이고 4층과 5층은 주인 가구로 꾸몄는데 계단 하부와 어긋난 계단실의 자투리 공간, 계단실 상부의 벽장 설치 등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들의 각각의 상황에 알맞게 가구를 설치해 다양한 조형 어휘가 형성돼 풍부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글·사진 = 김석환 

▲ 정면도.

건축정보

대지위치 : 서울시 용산구 용문동  
지역·지구 : 도시지역, 제2종일반주거지역
주요용도 : 근생 및 다가구주택
대지면적 : 104.50㎡(31.61평) 
건축면적 : 60.35㎡(18.26평)  
연 면 적 : 199.71㎡(60.41평)
건 폐 율 : 57.75%  
용 적 율 : 191.11%  
규    모 : 지상 5층
구조방식 : R.C조
설비방식 : 가스보일러
내 장 재 :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노출콘크리트 
외 장 재 : 적벽돌, 노출콘크리트
설계기간 : 2013.11.~2014.04.
공사기간 : 2014.05~2015.02.
시공자 : 성재용
설 계 자 : 터·울건축 김석환 02-3211-3360 www.terwool.co.kr

▲ 4층 계단실.
▲ 거실과 테라스.

터·울건축 김석환 건축가   |   김석환은 서울 시립대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도시건축, 광장건축 등에서 실무를 쌓은 후 1994년 터·울건축을 개설해 작품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또한 서울산업대학교 건축설계학과 강사, 삼육의명대, 광주대 건축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999년 건축문화의해 초대작가 및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한민국 건축제 초대작가, 일산구 건축 및 조경 자문위원, 서울시 종로 리모델링 전문위원및 서울시 MP 등을 역임했으며 1990~1997 르 꼬르뷔제의 생애와 건축, 루이스칸 건축, 루이스 바라간 건축, 유럽각지의 건축, 이집트 건축 등을 기행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K씨주택, 곤지암주택. 분당주택, 청풍헌, 소격동 미술관, 아펜젤러 기념교회 계획, 목마도서관 등이 있다. 저서로는 <건축가 김석환 건축작품집 ‘본연성,덤덤함’>, <김석환 회화집>,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