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질문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거창한 답을 예상했다. ‘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 인류에 대한 나눔’ 이라고 말하는 것이 공적 매체에 대한 작은 예의가 아닐까 생각했던 거다. 그러나 디자인 나눔의 김대웅 대표는 꾸밈이 너무 없었다.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뜻입니다”
2년도 안돼 ‘최고’가 된 기업, 업계 최다 디자인 인증
‘디자인 나눔’은 2010년 10월 설립해 2년도 채 안된 신생기업이다. 처음 몇 달간은 수익이 없어 고전을 하다가 이듬해 2011년 4월 첫 발주를 했다. 이후 꾸준한 수주가 이어졌고 많진 않지만 첫 해부터 흑자를 달성했다. 적자 없는 첫 해를 맞는 것은 창업자들에게 쉽게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 매출 성장은 적어도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우리 같이 작은 회사는 두 배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며 겸손을 보였지만, 놀라운 성과는 이것만이 아니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설물 디자인 분야에서 단연 두각을 보이며, 서울시, 경기도 등 각종 우수공공디자인 인증제에서 35개 제품이 등록되어 업계 최다 인증수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80개가 넘는 업체가 참여해 관심이 집중됐던 LH의 2011 조경시설물 설계공모에서 가작에 선정되는 등 이 분야 선두 그룹으로 당당히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디자인 나눔’에 ‘최고’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유는 창업 정신 실천에 있다. 창업초기라 넉넉치 않은 실적에도 첫 해부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나눠주었고, 지난해에는 직원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해외 선진 시설물 견학도 할 겸 가신건가요?” “머, 그냥 놀러갔었습니다” 아마 솔직함으로 따져도 이 분야 최고가 아닐지?!
김대웅 대표는 ‘독일 스타일’, 실용미 추구
사실 디자인 나눔에는 ‘직원과의 나눔’ 외에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다. 그것은 ‘약자를 위한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소외계층과 나눔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이는 독일 유학 시절 체득한 가치관과 무관하지 않다. 김대웅 대표가 4년간 독일에 있으면서 느낀 네 가지는 ‘공공시설물’이 매우 간결하고 마감이 깔끔하다는 것, 국민 대부분이 정직원으로 약 두달간의 휴가를 주는 ‘기업문화’, 한국에 비해 답답할 정도로 느린 ‘서비스업’. 세금은 많지만 안정된 ‘사회보장제도’다.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많은 나라로 독일을 떠올리며, 특히 독일의 공공시설물은 디자인 나눔이 지향하는 디자인 모티브가 되고 있단다. 한국의 공공시설물에는 불필요한 장식적 디자인이 너무 많은데 반해, 독일은 전적으로 기능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벤치의 경우 기본적으로 앉는 게 주목적인데, 이것에 형태적인 미를 가미하다보면 앉기가 불편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벤치로서 주목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디자인을 하면서 항상 주의하는 점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은 공공공간에 시설물을 많이 넣지 않으며, 시설물의 볼트 너트 사용시에도 육각렌치로만 풀 수 있도록 설치해 한번 설치하면 훼손이 쉽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 철학’과 실용미를 추구하는 ‘디자인적 지향’ 모두 ‘독일 스타일’인 셈이다.
목재는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소재
디자인 나눔의 사업 범위는 놀이시설물을 제외한 모든 공공시설물이며, 디자인에서 제작, 설치까지 설계, 생산, 시공, 관리 프로세스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모든 시설물에 목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철재는 차가운 느낌의 재료로 최근 철재로만 된 시설물을 공원에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철재 벤치는 일부 건물 앞이나 도심 광장 정도에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대부분 시설물에 목재를 적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목재는 따듯함을 전달하는 재료로, 원목 질감이 우수해 디자인적으로도 좋은 소재이다. 김대표는 조경분야에서 쓰이는 목재는 예전부터 가장 많이 선호해오던 것들로 제한적이라며, <나무신문>이 조경시설물에 적합한 좋은 목재를 조경인들에게 소개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비결은 꿈과 미래에 있다
디자인 나눔이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것도 불황기에 급성장을 이룬 비결은 결코 ‘영업’이 아니었다. 기본을 지키고,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 철학이 기업의 외적 내적 조건 전반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눈 앞의 이익보다 꿈과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젊은 기업의 야무진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나눔’은 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배가 되는 것이므로, 앞으로 더욱 멋진 ‘나눔’으로 더 큰 꿈을 향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자료제공 : 디자인 나눔 (www.d-nanum.co.kr, 02.2672.2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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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대표
“하이브리드 시대, 조경시설물도 진화中”
우수공공디자인 인증제에서 업계 최다 제품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결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가.
회사가 생긴 이래 우수공공디자인으로 35개 제품이 선정됐고, 공모전에선 8번 정도 당선됐다.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기능성이 돋보이는 형태미에 있다. 초창기 공공디자인은 시설물의 기능성보다 형태미를 강조하는 디자인이 선호됐지만, 최근엔 우리 디자인의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본다.
우수공공디자인으로 선정되면 서울시의 경우 선정된 제품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아직 권고사항이지만 이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경기도 충청도 등은 등록된 제품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등록 제품만 사용하기에 힘든 여건이 있다.
또한 우리는 전략적으로 수목보호덥개, 플랜터, 자전거 거치대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 시설물들은 현재 인증된 제품이 5~6개 밖에 없어서, 우리 제품을 사용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특별한 영업 없이도 설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다른 조경시설물 업체는 퍼골라와 벤치 위주인데, 이들 시설물군은 5~60개의 인증 제품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조경시설물 업체의 현황은 어떻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요즘 조경시설물은 R&D 사업 내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초창기에는 학이면 학, 매우 직설적인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은유화되고 간결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태양광, 빗물, 인간동력 등 2차 에너지를 활용한 시설물이 많아지고 있고, 다른 산업분야와의 접목을 통한 시설물 개발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면 대기오염도에 따라 조명의 색깔을 달리 나타내 대기오염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설물도 있고, 인간동력을 활용해 조명을 밝히는 시설물도 있다. 지금은 다른 분야와 접목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IT도 끌어들이고, 재생에너지도 끌어들이고.
일부에서는 조경시설물에는 저가형 목재를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조경시설물에 쓰이는 목재의 현황은 어떤가.
관리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질을 고려하지 않은 저가형 목재를 사용하는 조경시설물 업체는 적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고가 목재를 사용하기에도 힘든 구조가 있다. 문제는 단가에 민감한 ‘갑’에게 있다. 조경시설물의 특성상 대부분 관공사나 건설사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데, 최근에 단가 요구를 맞추지 못해 견적 자체를 포기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저가형으로 제작해서 발주하면 하자 발생으로 손해가 더 클 것이므로 제품의 질은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또한 기능과 디자인에서 차이가 없다면 굳이 비싼 목재를 살 필요도 없으므로 목재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공유하고, 이용 확대를 꾀하는 것은 시설물 업체보다는 목재분야의 몫에 해당한다.
조경시설물은 대부분 원목을 사용하게 된다. 합성목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합성목재는 강도가 약해 부러지는 경우가 발생해서 AS 문제로 보편적이진 않은 듯하다. 방부목은 꺼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관련 시설물인데 해를 끼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조경시설물에 많이 쓰이는 수입산 하드우드가 몇 개 있는데, 가격대 성능에 가장 적합하여 예전부터 사용되던 것들이다.
<나무신문>이 최근 다수 조경업체에 배포되고 조경과 목재분야의 가교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한마디 부탁드린다.
조경전문가들이 목재전문가는 아니므로 목재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이에 <나무신문>이 조경분야에 적합한 목재를 소개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경시설물에는 오래가고 유지관리가 용이한 목재가 좋다. 또한 품질은 평준화되어 있어 디자인이 차별화 요소이므로 조경시설물 디자인이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목재라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목재는 오일스테인을 바르면 잘 안먹는 경우가 있었다. 색이 잘 먹는 목재도 디자인 의도가 잘 반영되는 재료가 될 것이다. 좋은 정보가 있다면 제안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