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 쿠타산 식물원
호주 브리즈번 쿠타산 식물원
  • 나무신문
  • 승인 201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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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48>

 

▲ 쿠타산 식물원의 바오밥 나무와 필자.

호주 퀸스랜드주의 중심도시인 브리즈번에는 두 개의 큰 식물원이 있다. 하나는 시내를 관통하는 강변에 위치한 식물원이고 다른 하나는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20km 거리에 있는 쿠타산(Mt. Coot-tha) 기슭에 있는 식물원이다. 이미 연재하였던 브리즈번 시내 식물원은 역사가 깊고 식물원에 식재된 수목을 포함한 여러 식물을 통해 브리즈번의 역사를 말해주며, 굽이굽이 흐르는 강변의 평탄한 지형에 있는 것에 비해 쿠타산 식물원은 비록 시내 식물원처럼 긴 역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더 넓은 면적에, 산기슭의 높고 낮은 지형을 따라서 입체적으로 전세계의 식물들을 수집하여 식재해 놓았다.

앵글로 색슨 민족은 어느 나라 국민보다 식물학을 좋아해 앵글로 색슨 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의 식물원이나 수목원은 일반적으로 입장이 무료다(영국 런던에 있는 큐 식물원을 포함하여 일부 식물원은 유료다). 브리즈번의 두 식물원 역시 무료입장이다.

쿠타산 식물원은 1970년대 초에 식물을 식재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은 100ha(33만평)가 훨씬 넘는 넓은 면적에 전세계의 주요식물을 가져와 식재해 훌륭한 식물원이 되었다. 이 식물원의 식물을 두개로 크게 나누자면 호주 자생의 식물과 외국 도입수종이다. 호주 자생 식물은 18세기에 백인들이 호주에 오기 전부터 호주 전역에서 생육하고 있었던 식물로서 유칼립투스, 아카시아, Brown Pine(Podocarpaceae Podocarpus elatus) 등의 수목을 포함하여 각종 난(蘭)과 Swamp Banksia 등의 관목, 꽃, 풀 등이다. 호주 자생종 식물만을 모아서 식재해 놓은 면적만 27ha(89,000 ha)에 달한다. 이곳에는 Red Cedar(Meliaceae Toona ciliate)도 있는데(일반명을 보면 침엽수 같아 보이나 호주를 포함한 남태평양에서 이 나무는 활엽수이다. 재질이 침엽수처럼 부드러우므로 Cedar란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이상하게 유럽인들이 호주에 들어온 이후 이 나무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파푸아 뉴기니 중부 지역 정글 속에서 이 나무가 자생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또한 이곳에는 높이 우뚝 솟아 있는 Hoop Pine도 있다. 이 나무는 일반명만 소나무이지 실제로는 소나무가 아니고 남양 삼나무과에 속한 수종이다(Araucariaceae Araucaria cunninghamii). 아열대 우림지역에서 생육하는 이 나무는 퀸스랜드 주민(호주 퀸스랜드는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이다)이 집을 지을 때 내장재는 물론이고 외장재로도 사용하였다. 그래서 퀸스랜드주의 오래된 목조주택에서는 이 나무를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호주 북부(특히 해안 지역)에서 생육하고 있는 Carpentaria, Alexandra plam 등 각종 야자나무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호주 자생종은 동서로 펼쳐진 식물원 어디서나 볼 수 있으나 유칼립투스와 아카시아 같은 호주 자생종은 워낙 종(種)이 많으므로 식물원의 가운데 지역에 별도로 큰 면적을 할애하여 집중하여 식재해 놓았다. 또 북미, 중남미 지역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온 식물은 식물원의 서쪽에 식재해 놓았다. 북미에서 생육하고 있는 주요 수목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쿠바에서 가져온 관목(Arecaceae Coccothrinax miraguama)은 넓게 퍼진 특이한 가지들을 내리고 있다. 중남미(파라과이, 브라질, 멕시코, 쿠바 등지에서 생육)에서 온 Ficus(Moraceae Ficus benjamina)는 공작이 꼬리를 펼친 모양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수목도 이곳에 식재되어 있는데 기후와 토양이 잘 맞지 않는지, 아프리카에서는 크게 자라는 바오밥(‘아프리카의 영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음)나무가 이곳에서는 성장을 제대로 못해 조그만 난쟁이 형상이다. 최근 대한항공이 아프리카 케냐에 취항하면서 선전하는 광고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 사진을 본 눈으로 이곳의 바오밥을 보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인도양을 건너 수천 km를 달려와서 이곳에 식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서부 인도양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온 판다누스(Pandanaceae Pandanus utilis)는 관목의 형태가 X 형으로 꼬이면서 성장하고 있다. 필자는 각종 각양의 식물을 볼 때마다 경이롭고, 그 하나하나의 식물을 통해 보이는 창조주의 솜씨를 무의식 중에 찬양하곤 한다.

식물원의 동쪽에는 일본식 정원이 있다. 연못을 끼고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적지 않은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다. 이 연못 이외에도 식물원 안에는 여러 개의 연못이 있는데 연못 한 곳에는 나무 악어를 띄워 놓았는데 많은 관람객이 진짜 악어인줄 착각한다. 필자도 처음에는 놀라서 사진을 찍었으나 잠시 뒤 악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실소하였다.

이외에도 넓은 식물원 안에는 무화과, 양치식물, 대나무, 열대지역 식물, 아열대 지역 식물, 온대지역 식물, 습지 식물, 황무지 식물, 야자나무, 유실수, 약용식물 등을 구분하여 별도의 지역에 식재하였고, 퀸스랜드주에서 생육하는 식물의 종자를 보관하는 건물과 식물학에 관하여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는 도서관도 있다.

식물원이 워낙 넓다 보니 걸어서 대강 둘러보는데도 몇 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보려면 며칠은 족히 걸린다. 여러 지역에서 온 식물을 산세(山勢)에 따라서 절묘하게 배치하여 식재해 놓은 배려와 이를 유지하는 노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쿠타산 식물원은 브리즈번을 여행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문 명소중 한 곳이다.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강원대 산림환경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