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빚는 사람들 ④]나무, 그대 감성에 길을 묻다
[나무를 빚는 사람들 ④]나무, 그대 감성에 길을 묻다
  • 나무신문
  • 승인 2012.06.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사이에 정성필 디자이너

매번 나무를 대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서 동일한 감정 코드를 느낀다. 그것은 곧 ‘감성’이다. 감성은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타고 나무로 빚어져 이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오늘 찾아간 곳은 은은하게 나무 향기가 나는 곳이다. 잠실과 석촌역을 가르는 대로변에 위치한 ‘나무사이에’는 주변 건물들의 메마른 정경과 달리 아담하고 소박한 아날로그풍의 쇼룸으로 꾸며졌다. 매장에서 만난 정성필 가구디자이너는 친근한 말투로 서두름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물론 나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것도 가구를 통해 전하는 나무의 감성이야기였다.

 

나무의 어떤 면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나무는 거짓말을 못합니다. 나무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정말입니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죠. 칠 년을 나무를 만지면서 살아왔습니다. 아직 나무에 대해서 완전히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껏 제가 알아왔던 나무는 솔직함 그대로였습니다. 이 솔직함을 가구를 통해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게 제 일이죠.

 

‘나무사이에’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방의 이름은 그곳에서 만드는 가구들만큼 특별하죠. 물론 처음에는 수많은 이름들을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바라는 가구들의 오리지널한 감성과 나무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이름을 고민하다 ‘나무사이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손때가 묻고 세월을 덧입혀지면 비로소 제가 만들고자하는 가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인 완성의 시기를 놓고 보면 일종의 진행형 가구죠. 가구는 일상 소모품이라고는 해도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그 속성은 자연스레 주인과 한평생을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감성적인 아름다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가구에 대한 철학이 궁금합니다.
제가 갖는 철학은 뭐 다른 것은 없습니다. 우선 제가 만드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죠. 가구는 가구로서 기능하고 거기에 보다 예쁘면 충분합니다. 단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될 수 있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주었으면 하는 것이죠. 제가 만든 가구에서 사람 냄새가 나고 나무의 자연스러운 느낌이 살아나길 바랍니다. 처음 가구를 대할 때 작지만 오랫동안 묻어나는 감성적인 느낌이 중요하거든요. 이것을 철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죠.(웃음) 또 상업적인 면도 아주 중요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잘 알릴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이제는 만드는 것과 어떻게 판매하는지를 동시에 생각하지 않고서는 현실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DIY 공방의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과거에 비해서 양적인 성장은 크게 늘어났죠. 하지만 그렇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구시장에 크게 어필할 만한 구조적인 체계가 아직도 미약한 게 사실이니까요. 조만간 이케아(IKEA)가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목공방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은 분명합니다. 이를테면 DIY공방들은 상당부분 타격을 입게 되겠죠. 하지만 반대로 스튜디오공방은 이케아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향후 몇 년 안에 지금보다는 시장체계가 잘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봅니다.

 

목공을 배우려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물론 대다수의 생각은 아니지만 일부 몇몇 초심자들은 목공이라는 일이 주는 외향적인 멋에 치중하곤 합니다. 그러면 결국 오래가기 힘들죠. 보다 참된 것을 찾는 일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그만큼 인내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쉽게 바뀌는 유행만을 따라가다가는 진정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놓쳐버리기 쉽거든요. 이런 면에서 목공예는 정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제 7년 밖에 되지 않아 갈 길이 한참 멀었죠. 자신에게 진정 맞는 일인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이 일을 선택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