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목재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지어야 하는 이유
[연중기획]목재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지어야 하는 이유
  • 나무신문
  • 승인 201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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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경기장을 우리 나무 우리 기술로

▲ 이동흡 임업연구관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가공과
목재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국민들은 목재에 대한 이용 선호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목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목재이용에 어려움이 많다. 목재생산을 위한 벌채는 여전히 환경 훼손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인식이 너무 강하다. 한편으로 목재는 양과 강도적 성질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대 건축 재료로 불가능하다는 선입견도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환경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의 방해물이 되고 있다. 이 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목재로 축조 계획하면서 이러한 잘못된 인식도 함께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고를 한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목제품에 대한 탄소계정에 대비하여 목조건축물로서는 최고로 높고 큰 30층짜리 목재고층빌딩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인 배경이 바로 2010년 캐나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리치먼드오벌이다.

우리나라 이승훈 선수가 5000m 스피드스케이트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경기장이다. 대회 후 지금은 지역 커뮤니티의 레크레이션 설비로 이용되는 목조로 만든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은 약 100m×240m의 목구조 지붕이 특징이다.

지붕 구조는 목재와 철골을 조합한 약 100m 아치 모양의 보로, 지역산 미송(다글라스퍼) 집성재를 사용하였으며, 천장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2×4 목재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구조와 음향 모두의 효과를 고려한 건축물이다.

리치먼드오발이 목재로 축조했기 때문에 ‘우리도 지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평창 동계올림픽 주경기장을 목재로 지어야 하는 당위성과 필연성이 있다.

첫째, 기후변화의 새로운 룰에 대응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천명을 위해서이다. 작년 12월부터 금년 초에 걸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최된 제17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 17)의 내용과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온실가스를 저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금년으로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2차 공약기간(2013~2017년 또는 2013~2020년)을 설정하고, 선진국의 탄소감축목표 설정이 2020년 이후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 체결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대응책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관리된 산림에 의한 탄소계정이 주였다. 그러나 동 당사국총회에서 수확된 목제품(HWP, Harvested Wood Products, 산림에서 수확되고 산림 밖으로 운송되어 재료 또는 연료로 사용되는 모든 목재의 기반 물질을 말함)도 탄소계정에 포함되었다.

여기에서 탄소계정의 규범은 국내 산림으로부터 생산된 목재를 대상으로 하며 수입목재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에너지로 이용하거나 매립 처분되는 것은 즉시 배출되는 것으로 계상한다.

▲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쉬 콜롬비아 주에 계획 중인 30층 목조고층빌딩(마이클 그린 설계) 조감도.

우리 정부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따라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을 금년 2월22일 국회에서 공포하였고 2013년 2월23일부터 시행된다. 이제부터 목재 및 관련 산업이 중요한 녹색 산업으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를 지지해 줄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얼마 전에 제정(2012.5.2.)되었고 국산재의 안정적 공급확대, 목재산업의 경쟁력 제고, 목제품 이용의 활성화, 목재산업 진흥기반도 구축 중에 있다. 새로운 청사진을 국민의 염원에 담아 표출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새롭게 추가된 탄소계정은 국산재 이용이 핵심이다. 산에 나무가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 쓸모 있는 목재가 생산되어야 탄소계정을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에서는 산림자원을 키워내고 목재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강원도에는 주경기장을 축조할 수 있는 질 좋은 소나무가 많다. 자신이 가꾼 나무를 자기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지산지소를 시범적으로 실행하는 사례를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숲 가꾸기에 주민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지역별로 단지화하여 집중적으로 양질의 목재생산을 유도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셋째, 우리나라는 대형 목조건축 축조 경험이 부족하다. 건축학에서 목재는 건축재료에서 배제되었고, 목재를 가르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한마디로 목조건축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다.

이 기회에 목조건축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탈 콘크리트 친환경 주거환경의 방향성을 찾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목재는 보온성이 좋고 열관류율이 우수하다. 정부에서 2017년부터 시행하고자하는 「패시브하우스」, 2025년부터 시행하는 「제로에너지하우스」로 진입하기 위한 주택정책에 독일이나 스웨덴의 사례를 보면 목재이용이 필연적이다. 미래지향적이면서 우리나라 산림의 실정에 맞는 목재이용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서이다. 리치먼드오벌이 목조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록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후담도 있다. 아이스링크는 다른 경기장보다 습도가 높다. 극도의 심폐 지구력을 요구하는 선수들에게는 다습한 환경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목재는 생명이 없는 재료이다. 그러나 수분을 항시 자신과 같도록 흡수하고 또 자신보다 건조하면 배출하는 조습작용은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작용 때문에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다습한 공기를 제거하여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 목재는 조습작용을 하기 때문에 결로가 발생되지 않는다. 아이스링크에서 발생하는 결로는 천장에서 이슬이 되어 물방울로 떨어지면 결빙으로 빙질이 저하된다. 기록은 물론 선수들의 부상 우려도 있다. 목조 경기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다. 

▲ 2010년 캐나다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밴쿠버 리치먼드오발. 대회 중에는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으로 사용됐으며, 대회 후에는 지역 커뮤니티의 레크레이션 설비로 이용되고 있다.

리치먼드오벌 건축물에 사용한 목재는 29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다른 건축재료를 사용하였을 때보다 59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니까 모두 8800톤의 이산화탄소가 절약된 것이다.

이는 800세대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에 상당한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에너지 절감도 중요하지만, 필자에게는 이 건물을 지으면서 축적한 목재이용기술이 가장 중요하고,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오벌의 건설에는 2,400㎥의 SPF 제재목, 1만9,000장의 미송 CLT(Cross laminated timber, 침엽수 합판과 같이 라미나를 매 층마다 섬유방향이 서로 직교되게 붙인 것으로 라미나의 두께가 집성재와 같은 판재로 구성된 것이다. 두께가 80~250mm, 길이가 12m의 판상재료이다)합판과 2,500㎥의 미송과 옐로시다 라미나로 만든 집성재가 사용되었다.

경기장 축조를 위해 부리티쉬 콜롬비아 주의 목재산업은 오래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왔고, 그 때 축적된 기술이 기반이 되어 보드산업과 목재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지금 설계가 완료된 30층의 초고층 목조건축물 축조의 기술적인 모태가 이때 개발한 CLT이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 주경기장도 목조건축물로 지으면서 우리도 탈 콘크리트로 가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