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재, 조경재 시장의 맹주자리 물러나나
남양재, 조경재 시장의 맹주자리 물러나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2.04.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남미·아프리카재 눈에 띄는 약진…“남양재의 문제는 바로 남양재”

조경재 시장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은 열대활엽수 시장에서 중남미 및 아프리카재가 지금까지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남양재를 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와 원활치 못한 원목 수급 상황이 남양재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재와 중남미재는 요즘 들어 원활해진 컨테이너 운송환경 등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데크 등 조경재 시장을 타깃으로 한 중남미 및 아프리카산 원목 수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캔트목(원목을 사각 기둥 형태로 1차 제재한 것) 형태 수입으로 운송비를 줄이고 수율을 높임으로써 남양재와의 가격격차를 줄이는 것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중남미 및 아프리카재의 이와 같은 선전은 남양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풍선효과일 뿐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열대활엽수는 열대우림에서 나오는 목재를 통칭하는 말이다. 남양재는 아시아의 남방지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군도 등에서 나오는 목재다. 중남미재와 아프리카재는 브라질이나 우루과이 등 아마존 유역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국가와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생산되는 목재다.

그동안을 주로 가구 및 합판, 내외장재용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조경재 시장으로 주활동 무대를 옮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또 이들 세 종류의 목재가 ‘남양재’로 통칭될 정도로 그 용도가 비슷하다.

 

베어먹을 남양재 원목이 없다?
중남미 및 아프리카재가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가 남양재 원목의 고갈설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베어낼 산판이 없어졌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남양재 수입업계에서는 터무니없는 분석이라는 주장이다.

남양재 고갈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도 훨씬 전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앞으로 5년’이면 남양재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양재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

이는 당시의 나무 가격으로는 경제성이 없었던 산판들이 최근 나무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개발가치를 획득하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남양재 수입업체 관계자는 “처녀림은 거의 70% 이상 베어낸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두세 번째 벌목에 들어가는 임지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남양재 원목이 고갈된다는 분석은 잘 못 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남양재의 대표수종 중 하나인 딜레니아의 당시 가격이 ㎥당 100달러였던 것에 비해 지금은 배 가까운 170달러에 이른다”며 “때문에 당시에는 경제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됐던 내륙의 산판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남양재의 급격한 수요축소도 중요한 변수로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비록 조경재 시장에서는 그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남양재의 주소비처는 합판생산이었다는 것. 하지만 최근 들어 합판이 침엽수 위주로 생산되면서 남양재 전체 소비가 당시에 비해 20%까지 내려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남양재 원목 생산량 축소가 소비 축소량을 넘어서지는 못 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국시장엔 너무 먼 중남미·아프리카재?
중남미 및 아프리카재의 최대 약점으로는 너무 오래 걸리는 운송시간이 꼽히고 있다. 선박의 항해일 수는 45일 정도이지만, 원목 구입에서 국내 입고까지 길게는 4개월도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송할 배를 보통 한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국내 시장조사를 통해 1월1일에 주문을 내고 예약을 하면 2월1일에 선적한다는 얘기다. 하루 1000㎥를 싣는다고 쳤을 때 2만㎥ 싣는데 20일이 걸린다. 서둘러서 2월15일에 선적을 마치고 출항한다고 해도 4월1일에나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이후에도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면 4월 중순에나 나무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국내 시장 상황이 모두 변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의 신(神)이 미소짓는 쪽이 승자?
열대재 시장에서 중남미 및 아프리카재가 새롭게 떠오르는 이유가 컨테이너 운송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예전 수요가 많을 때에는 주로 벌크선(한 본선에 약 5000~6000㎥) 단위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 수요량이 한 본선 채우기도 급급할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

이로 인해 컨테이너 단위의 소량 수입 시장으로 바뀌었고, 컨테이너 운송에 있어서는 중남미 및 아프리카가 동남아시아에 비해 월등히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판 패시픽 김병흠 대표는 “예전에는 중남미 지역의 컨테이너 운임이 굉장히 높았지만, 최근 중국의 소규모 컨테이너 선사들이 많이 생기면서 ㎥당 20~30달러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브라질이나 우루과이 같은 경우 운송기간도 60일에서 40일까지 단축됐다”며 “이에 비해 동남아 산지는 컨테이너 운송 사정이 아직 취약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우루과이에서는 주로 조림된 나무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나무 가격이 남양재 중 딜레니아와 수입가격이 비슷하고, 무엇보다 생산이 안정적이라는 게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중남미·아프리카재는 수종개발이 안 돼 있다?
남양재의 강점 중 하나가 시장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남미·아프리카재는 일부 수종을 제외하고는 아직 한국시장에 지불해야 할 수업료가 많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양재는 우리나라 조경시장에서 그동안 충분히 검증을 거친 상태로 용도개발도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다”며 “하지만 중남미와 아프리카재는 극히 일부 수종만 빼고 생소한 나무들이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나무들을 선뜻 쓸 수 있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병흠 대표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설계자 등 원발주처에서 모르는 수종이라는 의미일 뿐”이라며 “용도개발은 유럽에서 이미 예전 식민지 시대부터 끝낸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영업비용 등 수업료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반대로 마진을 더 볼 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남양재의 경우에는 산지가격 상승과 수입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마진폭이 현격하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칼자루는 남양재 손에?
중남미 및 아프리카재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칼자루는 남양재가 쥐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들의 선전이 남양재의 비상식적인 가격 상승에서 가장 큰 동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재는 최근 산지가격이 두 배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컨테이너 운송 가격이 내려간 것도 일부 작용하고 있지만, 남양재 가격 자체가 중남미·아프리카재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남양재 가격이 ‘정상화’되면 언제든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양재 중 일부 인기 있는 수종의 수입가격이 ㎥당 200달러가 넘어가고 있다. 이 가격은 도저히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동남아 지역에서 대체할만한 비슷한 수종을 찾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면서 “하지만 중남미나 아프리카지역에서는 100달러면 비슷한 수종을 찾을 수 있다. 당연히 중남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양재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수준이지만 최근 남양재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열대재 중 남양재 비중이 80~90%에 이를 정도로 동남아에 의존하고 있지만, 열대재 가격형성에 영양이 큰 유럽은 수입선이 다양한 편이다”며 “최근 유럽이 남양재 수입을 크게 줄이고 중남미나 아프리카재 수입비중을 늘리고 있어서 남양재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우루과이의 조림목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이 지역의 원목가격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