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시간 위를 흐르는 물줄기
뒤틀린 시간 위를 흐르는 물줄기
  • 나무신문
  • 승인 201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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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 구문소

▲ (오른쪽)구문소 물이 뚫어 놓은 절벽. (왼쪽 맨위)구문소 바위 계곡. (두번째)구문소 푸른 물과 바위가 신비스럽다. (세번째)구문소 왼쪽 터널은 일제강점기 때 인공으로 뚫은 것이고 오른쪽 굴은 오랜세월 물에 의해 뚫린 절벽의 모습이다. (네번째)구문소 옆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다. 강원도 태백 동점동에 물이 바위절벽을 뚫은 곳이 있다. ‘구문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곳의 원래 이름은 ‘뚜루내’였다. 계곡물이 바위 절벽을 뚫고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에서 흘러내린 물이 황지천을 이루고 태백 시내를 흐르다가 구문소 부근에 이르러 수량이 많아지고 물살도 빨라진다. 이곳에는 물에 뚫린 바위절벽 뿐만 아니라 온갖 모양의 바위가 계곡에 넓게 퍼져 있다. 퇴적된 지층이 솟아오르면서 잘라지고 뒤틀린 모양이다. 켜켜이 쌓인 퇴적의 결이 뒤죽박죽이다. 그런 바위군락 사이로 물은 제 길을 내고 콸콸 흐른다. 이런 지형은 지금부터 약 1억5000만년~3억년 전에 생겼다고 알려졌다. 지금은 지상으로 솟아 올라와 기막힌 풍경을 만들고 있지만 바위군락에서 발견된 물결의 흔적과 소금흔적, 삼엽충 같은 고생대 생물이 발견됨에 따라 그 당시에는 바다 밑에 있었던 지형으로 추정한다. 퇴적된 시간의 흔적이 어느 순간 단열과 융기를 통해 용틀임을 하면서 지상으로 솟구쳤을 것이다. 시대가 다른 지층이 시간의 결을 잃어버렸다. 단절과 뒤틀림으로 인해 잃어버린 시간의 파편들이 날카롭게 박혔다. 그 위로 같은 세월 동안 물이 흘렀다. 그리고 지상으로 올라온 석회암 절벽이 물에 뚫렸다. 물이 바위절벽을 어떻게 뚫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현재 구문소 바위절벽 동굴 바로 위에 ‘통소’라는 바위군락이 있는데 이곳을 흐르는 황지천의 모든 물이 통소의 바위 사이로 흐르면서 유속이 빨라져 오랜 세월 절벽의 구멍을 넓혔을 것이다. 게다가 홍수 등 순식간에 물의 양이 많아질 때 나무나 작은 바위 등이 물살에 떠내려가면서 지금과 같은 크기의 굴을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절벽 동굴 안쪽에 보면 ‘오복동천 자개문’이라는 글귀가 있다고 한다.(밖에서 보면 안 보인다.) 이 글귀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낙동강 최상류에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석문이 나오는데 그 석문은 하루 중 자시(밤 11시~새벽 1시)에 열렸다가 축시(새벽 1시~새벽3시)에 닫힌다. 그 시간에 이 석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흉과 화가 없고 재난과 병화가 없는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예전부터 전해지는 얘기에 따르면 태백시가 ‘전쟁과 재난에도 화를 입지 않는 길지’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 이야기의 진위 보다 현재 태백이 갖고 있는 상징에 마음이 더 끌린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이 530여km 낙동강 유역의 삶의 터전을 일군 ‘물의 시작’이라면 태백의 석탄은 근대화의 원동력이 된 ‘불의 시작’이 아닐까. 물이 뚫은 바위절벽, 구문소 바위 절벽 위 ‘자개루’에 앉아 수억 년 동안 ‘콸콸’ 흐르는 물의 소리를 듣는다. --------------------------------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