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km 한강의 시원
514km 한강의 시원
  • 나무신문
  • 승인 201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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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 검룡소

▲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1418m)은 야생화 천국이다. 여섯 개의 흰 꽃잎에 검은 점이 박힌 털개별꽃, 보랏빛으로 빛나는 꽃잎이 꽃술을 떠받치고 있는 노루귀, 고혹한 자태의 금강애기나리 그리고 솔나리, 하늘나리, 털중나리, 말나리, 날개하늘나리, 하늘말나리, 범꼬리, 희고 부드러운 꽃잎의 태백제비꽃, 흰 꽃잎 오므려 노란 꽃술을 감싸고 있는 백작약, 눈의 결정체를 닮은 노랑무늬꽃… 눈 쌓인 금대봉, 봄비에 언 땅 녹으며 트인 숨구멍으로 온 산천이 신록의 새 숨 몰아쉬고, 폭풍의 여름 지나 화려한 단풍의 계절에도 그곳에 피어나는 들꽃. 봄 여름 가을 겨울, 수 천 수 만 번의 계절이 금대봉에 내리고 스미어 피워낸 그 들꽃의 정기가 모였다. 그 봉우리 능선과 골짜기로 스민 물이 제당굼샘, 고목나무샘, 물골 석간수, 예터굼의 굴물에서 모였다 다시 스미어 흘러 모인 곳이 바로 514km의 거대 물길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다. 약 20m 둘레의 작은 웅덩이에서 솟는 물.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는 물, 하루에 2000여 톤 씩 샘솟는 물, 큰 바위로 솟구치는 물줄기를 막아 물이 솟는 듯 흐르는 듯 흘러넘친다.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리사무소 쪽으로 걷는다. 이곳은 생태경관보존지역이다. 음식물은 물론이고 카메라 삼각대도 들고 가지 못한다. 관광안내소와 생태환경을 관리하는 관리소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앞을 지나면 ‘검룡소길’을 알리는 이정표와 입석을 만난다. 검룡소까지 1.3km. 흙을 밟는 느낌이 부드럽다.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시원하게 뻗은 나무줄기 아래로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그늘과 섞여 반짝인다. 이런 길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구불거리는 길이 오히려 더 보기 좋다. 오르막이 없어 산책하듯 걷는다. 검룡소에 가까워지자 물소리가 들린다. 나무데크로 만든 길 입구에 검룡소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문에 따르면 1억5000만 년 전에 검룡소가 생겼다. 서해 바다에 사는 이무기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 이곳에 도착하여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려 했지만 끝내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이곳에 살게 됐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나무데크를 따라 가다보면 검룡소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이른다. 작고 소박한 웅덩이 하나가 숲 속에 옹달샘처럼 자리잡고 있다. 물이 솟아나는 것 같지 않지만 그 물이 흘러 바로 아래 암반바위에 약 30m 정도 길이의 폭포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에 깎인 바위로 물이 흐르고 그 주변에 푸른 이끼가 끼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초록의 숲길 끝에서 만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언제나 처음 같은 발걸음으로 찾고 싶은 곳이다. ▲ 1.검룡소를 출발한 물이 흘러 내려간다. 2.검룡소 가는 길. 곧게 뻗은 나무가 시원스럽다. 3.검룡소로 가는 길. 푸른숲이 싱그럽다. 4.검룡소에서 나온 물이 흐른다. 오랜 세월 동안 바위를 저렇게 파 놓았다. 5.검룡소 입구 주차장에서 바라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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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