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단풍놀이
마지막 단풍놀이
  • 나무신문
  • 승인 201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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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악산 거북바위길

▲ (왼쪽)바위 위에 작은 돌을 쌓았다. 돌 몇 개 쌓았는데 보기에 좋다. (오른쪽)관악산 등산로 입구 단풍이 붉다. 토요일 오전 10시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산에 가자” 앞 뒤 말 다 빼먹은 질문에 “무슨 산?”이라고 대답했다. 방에서 뒹굴거리며 텔레비전과 놀면 딱 좋은 토요일 오전, 계획에 없던 산행을 위해 서울대 정문 옆 관악산등산로 입구로 출발. 11시 20분에 일행과 만났다. 이미 낙엽이 도로를 덮고 있었다. 낙엽처럼 많은 사람들이 낙엽을 밟고 산으로 오르고 혹은 벌써 내려오고 있었다. 호젓한 산행은 글렀다고 생각하고 등산코스 안내판 앞에 서서 가장 편한 코스를 그려본다. 관악산은 해발 629m이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에 ‘경기5악’ 중 하나다. 바위가 많아서 험하고 가파른 곳도 있고, 로프를 타고 오르내리는 구간도 있다. 이런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 중 편안한 코스를 정했다. 보통 서울대 쪽에서 올라가서 정상인 연주대를 찍고 과천이나 사당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울대정문 옆 등산로 입구를 출발해서 호수공원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올라가 거북바위까지 가는 4km 코스를 올라간 뒤 다시 그 길을 되짚어 내려오기로 했다. ▲ [왼쪽위]거북바위에서 바라 본 깃대봉. [왼쪽아래]관악산 등산로는 여러 코스다. 호수공원 갈림길에서 오른쪽길로 오르면 저런 나무 계단을 만난다.[중간]거북바위. 암반바위가 넓어 많은 사람들이 쉴 수 있다. [오른쪽]관악산 등산로 입구 단풍.
사람들이 호수공원 갈림길에서 나누어져 걷기가 한결 낫다. 붉은 단풍잎이 하늘을 가렸다. 붉은 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붉은 단풍길을 지나면 노랗게 물든 단풍길이 나온다. ‘울긋불긋 꽃대궐’ 보다 더 화려하다.


굳이 설악이나 내장산을 찾지 않더라도 전철에 버스 한 번만 타면 닿는 ‘1000원의 거리’에 절절한 가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2km 정도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나머지 2km 구간에 세 번의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오르막 전에 숨 한 번 고르며 쉬기 좋은 넓은 쉼터가 나온다. 물 한 모금에 땀을 씻고 오르막을 오른다.


돌이 많은 산이라서 돌을 밟고 오른다. 오르기 어려운 구간은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었다. 한 고비 올라서서 한 번 쉬고, 또 한 고비 올라서서 한 번 쉬고 이제 마지막 오르막만 남았다.


시야가 펼쳐지고 한 쪽에는 서울이, 또 한 쪽에는 안양 쪽 풍경이 펼쳐진다. 암반바위가 산에 솟구쳐 올라 자리잡았다. 그 바위 전체의 형상을 요리조리 잘 살펴보면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바위다.


거북바위에서 관악산 정상도 보이고 깃대봉에 태극기 펄럭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관악산 꼭대기에 바위절벽이 기둥처럼 서 있다. 그 모양이 갓을 쓴 것 같다고 해서 ‘갓뫼’로 불리다가 ‘관악(冠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북바위에 앉아 물 한 모금 먹고 주변 경계를 살펴보고 있자니 어디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잘 들어보니까 할머니가 “엿먹어, 엿먹어” 하신다. 그분이 그 유명한 거북바위에서 엿을 파는 ‘엿먹어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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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