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설악이나 내장산을 찾지 않더라도 전철에 버스 한 번만 타면 닿는 ‘1000원의 거리’에 절절한 가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2km 정도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나머지 2km 구간에 세 번의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오르막 전에 숨 한 번 고르며
쉬기 좋은 넓은 쉼터가 나온다. 물 한 모금에 땀을 씻고 오르막을 오른다.
돌이 많은 산이라서 돌을 밟고 오른다. 오르기 어려운 구간은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었다. 한 고비 올라서서 한 번 쉬고, 또 한
고비 올라서서 한 번 쉬고 이제 마지막 오르막만 남았다.
시야가 펼쳐지고 한 쪽에는 서울이, 또 한 쪽에는 안양 쪽 풍경이 펼쳐진다. 암반바위가 산에 솟구쳐 올라 자리잡았다. 그 바위
전체의 형상을 요리조리 잘 살펴보면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바위다.
거북바위에서 관악산 정상도 보이고 깃대봉에 태극기 펄럭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관악산 꼭대기에 바위절벽이 기둥처럼 서 있다. 그
모양이 갓을 쓴 것 같다고 해서 ‘갓뫼’로 불리다가 ‘관악(冠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북바위에 앉아 물 한 모금 먹고 주변 경계를 살펴보고 있자니 어디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잘 들어보니까
할머니가 “엿먹어, 엿먹어” 하신다. 그분이 그 유명한 거북바위에서 엿을 파는 ‘엿먹어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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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