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지나 바로 겨울 온다”
“10월 지나 바로 겨울 온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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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마르면 고기가 한 곳으로 모이는 법”

   
올겨울 계절적 비수기는 빠르게 찾아와서 깊은 상처를 남기고 떠날 전망이다. 특히 규모를 갖추지 못한 비교적 소규모 업체들에게 닥칠 한파가 더욱 혹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추석 이후 10월부터 그동안 침체돼 있던 경기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였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과 함께 이와 같은 업계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진 상태다.


오히려 ‘혹독한 시련기’로 기억되고 있는 올 상반기 보다 경기가 더욱 얼어붙었다는 하소연이다. 또 이와 같은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수요가 ‘큰집’에만 몰리는 현상 또한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와 같은 큰집 몰림 현상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트렌드의 변화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일정 품목의 특화된 상품만 취급하던 중도매 업체들이 최근에는 백화점식 경영에 나서면서, 제품의 구매 역시 다양한 제품들을 모두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큰집’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


산수종합목재 강현규 대표는 “지금 건설재, 산업재, 조경시설재 등 모든 분야 수요가 없는 상황이다”며 “어디 하나 좋은 데가 없다. 목재산업 전체가 빨간불이다. 이런 추세라면 10월 지나고 바로 겨울이다”고 전망했다.


인터우드 이남희 대표는 “후반기 들어서 거의 움직임이 없다”며 “11월과 12월에는 보통 학교 체육관 공사가 꽤 있는 편이었는데, 올해에는 4대강 공사 때문인지 관공서 공사가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두일상사 변희철 대표는 “물이 마르면 고기가 한 곳으로 모이는 법”이라며 “특히 규모를 갖추지 않은 업체들의 어려움이 더욱 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대림제재소 이명옥 대표는 “전에 같으면 예측 가능한 ‘흐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당장 내일이 깜깜한 상황이다”며 “장기적인 계획이 잡히지 않고 있어서 계획생산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보통 보름에서 늦어야 일주일 정도에 납품하는 것이 급한 주문이었는데, 요즘은 납품 일자가 이삼일 정도로 줄어든 것도 상당수다”면서 “원래 10월이 되면 장마와 명절이 끝나고 굉장히 바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더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대진임산 남궁홍규 대표는 “살벌하다”고 운을 뗀 뒤, “환율상승과 전체적인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새롭게 진행되는 현장이 없다”며 “관급공사 역시 연말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고 있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SKY팀버 유현식 대표는 “환율상승과 산지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대부분 업체들이 수입을 못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수요가 있어도 물건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지금 공사에 들어간 현장 대부분이 지난 1월에서 3월에 견적을 받은 공사들이기 때문에 (그동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다”며 “특히 9월 이후에는 수입업체들이 수입계약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림목재 이정복 대표는 “그동안 미뤄왔던 공사들을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할 물량이 있을 것이지만, 기존에 설계에 반영된 제품은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다”며 “때문에 결국 저가 제품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또 “멀바우 30×120㎜ 데크재의 경우 3달 전까지만 해도 1500~1600달러(㎥당, 이하 같은 기준)였지만, 지금은 2300달러까지 가고 있다”며 “남양재의 경우 (경기가 위축돼서 수요가 줄더라도)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원 김장수 대표는 “환차손이 관건이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간다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는 한계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며 “특히 현재 발생한 환율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전에 들어온 물건의 환차손과 새로 들어오는 물건의 영업적자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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