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구미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졌다. 구미정이 있는 곳 또한 집채 보다 훨씬 더 크고 높은
바위절벽 위다. 그러니까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절벽이 버티고 있고 그 맞은편에는 집채 보다 훨씬 더 큰 바위 위에
정자 한 채가 있는 것이다.
구미정에 걸려 있는 현판에 ‘구미십팔경’이 적혀 있다. 지금 사람이 봐도 그 경치가 경외스럽기까지 하므로 ‘십팔경’이니 ‘팔경’이니
하는 식의 이름 지어도 손색없겠다 싶다. 옛 사람들의 눈에는 구미정 부근에 열여덟 곳의 경승이 보였나 보다.
옛 사람들의 흥이 요즘 사람들보다 더 높고 컸나보다. 18경에 술 마시는 동이와 술 깨는 돌까지 그 경치에 넣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18경은 그 경치 좋은 곳이 열여덟 개가 아니라 그 만큼 구미정의 풍광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지금 구미정 근처는 유원지가 됐다. 솔밭 그늘에 텐트를 칠 수도 있다. 구미정 근처 계곡 주변에 식당도 몇 개 있다. 정자가 있는
곳의 절벽과 암반바위 등을 제외 하고는 다른 곳은 비교적 얌전한 풍경이라서 사람들이 놀기에도 적당하다.
----------------------------------------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