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을 울리는 우렁찬 물소리를 듣다
절벽을 울리는 우렁찬 물소리를 듣다
  • 나무신문
  • 승인 201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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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구미정

▲ 구미정 아래 계곡 물이 세차게 흐른다. 정선읍에서 아우라지가 있는 여량을 지나 임계 방향 42번 도로를 달린다. 큰노근령을 넘어 송원삼거리에서 구미정 방향으로 우회전. 좁은 도로를 따라 약 5킬로미터 정도 가다보면 거대한 바위 절벽이 숨 막히게 들어찬 계곡이 보인다. 절벽 앞에는 암반 바위가 계곡 바닥 전체를 뒤덮고 있다. 그 위로 물이 흐른다. 비 온 뒤에는 수량이 많아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절벽을 타고 하늘까지 오를 기세다. ▲ 구미정 앞 절벽 아래를 흐르는 물줄기. 세찬 물줄기에 계곡이 진동한다.
이런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구미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졌다. 구미정이 있는 곳 또한 집채 보다 훨씬 더 크고 높은 바위절벽 위다. 그러니까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절벽이 버티고 있고 그 맞은편에는 집채 보다 훨씬 더 큰 바위 위에 정자 한 채가 있는 것이다.


▲ 정선의 문화유산, 구미정. 정자 아래 바위절벽 끝으로 내려간다. 한 발 헛디디면 낭떠러지다. 비 온 뒤라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마저 사납다. 오후의 햇살이 계곡 물결에 반사돼 은빛으로 빛난다. 물줄기는 그렇게 온통 빛나 계곡 전체를 빛나게 한다. 골지천과 임계천의 물줄기가 만나 골지천으로 이름을 바꾸어 구미정 앞으로 흐른다. 골지천은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만나 흐르다 평창에서 내려오는 오대천과 합류 한 뒤 다시 정선군 동면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받아 안아 조양강으로 이름을 바꾼 뒤 끝내는 ‘동강’이라는 이름을 얻어 영월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구미정은 조선 숙종 임금 때 공조참의를 지낸 수고당 이자 선생이 지은 정자다. 정자 건물에서는 보기 드물게 온돌을 깔고 방을 마련해서 겨울에도 사람이 지낼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지금은 벽은 없고 기둥만 남아 있다. 지금 건물은 1946년에 중수한 것이다. ▲ 구미정 앞 계곡 풍경.
구미정에 걸려 있는 현판에 ‘구미십팔경’이 적혀 있다. 지금 사람이 봐도 그 경치가 경외스럽기까지 하므로 ‘십팔경’이니 ‘팔경’이니 하는 식의 이름 지어도 손색없겠다 싶다. 옛 사람들의 눈에는 구미정 부근에 열여덟 곳의 경승이 보였나 보다.


옛 사람들의 흥이 요즘 사람들보다 더 높고 컸나보다. 18경에 술 마시는 동이와 술 깨는 돌까지 그 경치에 넣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18경은 그 경치 좋은 곳이 열여덟 개가 아니라 그 만큼 구미정의 풍광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지금 구미정 근처는 유원지가 됐다. 솔밭 그늘에 텐트를 칠 수도 있다. 구미정 근처 계곡 주변에 식당도 몇 개 있다. 정자가 있는 곳의 절벽과 암반바위 등을 제외 하고는 다른 곳은 비교적 얌전한 풍경이라서 사람들이 놀기에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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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