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조령산자연휴양림
충북 괴산 조령산자연휴양림
  • 나무신문
  • 승인 201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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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아름다운 숲

▲ 어둠 속에 빛나는 건 가스등 불빛 뿐. 숲의 향기와 계곡물 소리는 밤이 되면 더 깊어 진다. 치유의 숲으로 간다. 하늘을 가린 키 큰 나무의 높은 가지와 잎은 그 높이에서 보호막을 만든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공기와 햇볕도 그대로 들지 않고 걸러 든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드는 햇볕이 숲의 땅 여기저기에 빛줄기로 내려앉고 공중에서 수직으로 내려치는 바람은 숲이 만든 보호막을 거치면서 순해진다. 숲에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다. 향기는 또 어떤가. 흙냄새 풀냄새 나무와 물의 향기는 계절 마다 다르다. ▲ (위왼쪽)령산자연휴양림 산책로. 산책로에 저녁 붉은 햇볕이 내려 앉았다.(위오른쪽)캠핑장에 어둠이 내리면 가스등에 불을 켠다.(아래)조령산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5천원에 1박 할 수 있다.
세상 온갖 것들이 무르익는 계절, 황금들판을 지나 불어오는 바람에는 그윽한 향기가 배어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바람에는 깊고 맑은 파란 가을하늘의 휘발성 향기가 묻어난다. 오래된 나무의 두꺼운 껍질, 갈색으로 변하는 잎들에서도 풀 먹인 할아버지 삼베옷 냄새가 난다. 산책로 흙길조차 이 가을에는 숙성된 햇볕의 향기를 발산한다.


그 모든 것들이 가득한 숲에 작은 둥지를 틀고 앉았다.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들이 몸을 휘감아 돌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입으로 코로 들이마시는 숨은 물론이고 피부로도 숲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조령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로 나와 우회전, 연풍면소재지에서 3번국도 충주·수안보 방향 좌회전, 신풍을 거쳐 수옥정나들목에서 수안보방향으로 우회전해서 조령산자연휴양림(조령관문)으로 가면 된다.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산 1-1번지. 사람을 생각해서 숲을 단장해 놓은 곳이 ‘휴양림’이다.


▲ (왼쪽위)조령산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5천원에 1박 할 수 있다. (왼쪽아래)조령산자연휴양림 입구. (오른쪽)조령산자연휴양림 산책길. 조령산자연휴양림은 규모가 작아서 더 정이 간다. 통나무집도 있지만 오토캠핑장이 있어 텐트를 쳤다. 5000원만 내면 텐트를 칠 수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얇은 천 하나로 안과 밖이 나누어지는, 그래서 숲의 정기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텐트다. 텐트가 작아 1~2분 정도면 설치가 가능하다. 해가 있어 산책에 나선다. 흙길의 푸근함이 발바닥에서 마음으로 전달된다. 나뭇가지 사이로 든 붉은 햇볕이 숲길에 퍼진다. 숲도 길도 붉게 물들었다. 점점 사위가 어두워진다. 서둘러 식탁을 만들고 가져온 먹을거리를 손질하고 식탁 위에 올린다. 숲의 향기 가득한 그곳에 펼쳐진 식탁에 어둠이 내린다. 가스등에 불을 밝혀 어둠을 맞이하고 어둠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어울린다. 어두워질수록 숲의 향기가 짙어지고 계곡 물소리가 커진다. 말이 끊긴 사이 깊은 어둠 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을 나눈 그 경계 넘어 온전한 자연,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숲이 밤을 품고 있었다. -----------------------------------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