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올 해 처음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나선 목적지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어른 키 한 길 정도 되는 시퍼런 물줄기가 여울에서 사납게 흐른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줄기에도 아랑 곳 않고 낚싯줄을 드리운
강태공들은 이곳이 쏘가리 매운탕을 먹기에 어울리는 냇가 풍경이라는 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강가에 아이들과 어른 몇 명이 놀고 있다. 튜브를 몸에 두른 아이들이 하루 동안 물놀이 친구가 된 아빠와 물장난이다. 함께 온 다른
가족의 아빠는 고기 굽는다. 엄마들은 물가에서 혹은 물속에서 어슬렁거리며 그냥 웃는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물놀이를 했다. 우리는 역할 분담이 없다. 다 같이 놀고 다 같이 먹는다.
신선들이 금단을 먹고 수백 년을 살면서 놀았다는 ‘연단로’가 눈길을 끈다. 물가에 있는 거대한 두 개의 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는 데, 어느 순간 돌고래가 춤을 추는 형상을 포착했다.
물놀이 하던 신선들이 몸을 말리러 나왔다가 바둑을 두었다는 ‘기국암’이 와룡폭포 위에 있다. 바위 윗부분이 편평하게 잘린 게 그
자체가 바둑판 같기도 하고, 그 위에 앉아 바둑을 두기에 충분하게 보인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