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푸른 물길 꿈에 보이네!
그 푸른 물길 꿈에 보이네!
  • 나무신문
  • 승인 2011.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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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 와룡폭포. ▲ 선유동문.
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올 해 처음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나선 목적지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어른 키 한 길 정도 되는 시퍼런 물줄기가 여울에서 사납게 흐른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줄기에도 아랑 곳 않고 낚싯줄을 드리운 강태공들은 이곳이 쏘가리 매운탕을 먹기에 어울리는 냇가 풍경이라는 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강가에 아이들과 어른 몇 명이 놀고 있다. 튜브를 몸에 두른 아이들이 하루 동안 물놀이 친구가 된 아빠와 물장난이다. 함께 온 다른 가족의 아빠는 고기 굽는다. 엄마들은 물가에서 혹은 물속에서 어슬렁거리며 그냥 웃는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물놀이를 했다. 우리는 역할 분담이 없다. 다 같이 놀고 다 같이 먹는다.


▲ 너럭바위 위로 계곡물이 세차게 흐른다. 거대한 바위도 멋지다. 물놀이 하던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선유동계곡 입구가 나온다. 푸른 물 위로 벼락같은 바위가 솟구쳤다. 그 꼭대기에 ‘선유동문’이라는 글씨가 새겨있다. 아마도 이곳에 신선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일 것이다. 거기서부터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커먼 ‘소’도 있고 아이들 물장구치기 좋은 잔잔한 물가도 있다. 그런 계곡을 따라 거대한 바위가 기묘한 모양으로 놓여 있다. ▲ 계곡 상류. 부드러운 물줄기가 찰지게 흐른다. 풍덩 빠져 놀고 싶은 곳이다.
신선들이 금단을 먹고 수백 년을 살면서 놀았다는 ‘연단로’가 눈길을 끈다. 물가에 있는 거대한 두 개의 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는 데, 어느 순간 돌고래가 춤을 추는 형상을 포착했다.


▲ 거대한 바위가 춤추는 돌고래 형상이다. ‘와룡폭포’는 용감한 아이들과 무모한 어른들의 놀이터다. 너럭바위를 미끄러지며 십 수 미터를 흐르는 폭포를 따라 용감한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를 타고 미끄럼을 탄다. 무모한 어른들은 맨몸으로 물이끼 낀 바위를 건너가 물로 뛰어들까 말까 망설인다. ▲ 계곡 바로 옆에 저런 길을 걷는다.
물놀이 하던 신선들이 몸을 말리러 나왔다가 바둑을 두었다는 ‘기국암’이 와룡폭포 위에 있다. 바위 윗부분이 편평하게 잘린 게 그 자체가 바둑판 같기도 하고, 그 위에 앉아 바둑을 두기에 충분하게 보인다.


▲ 송면 시냇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 아무튼 기기묘묘한 거대한 바위들이 만든 계곡 풍경을 감상하며 오른 계곡 상류는 부드러우면서도 찰진 물줄기가 푸르게 흐르는 데 보고만 있어도 풍덩 뛰어들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그렇게 온 가족이 풍덩 빠져서 놀았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귓가에는 계곡물 소리가 ‘콸콸’거리고 숲속 매미 소리가 쨍쨍하다. 아마도 오늘 밤에 그 계곡 푸른 물줄기를 끌어안고 뒹구는 꿈을 꿀 것 같다. ----------------------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