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 이는 조계문
시원한 바람 이는 조계문
  • 나무신문
  • 승인 201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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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어사

▲ 범어사. 그들이 동쪽으로 가는 까닭은. 아주 오래전, 이 땅에 처음으로 인류가 등장하던 시기에 대한민국을 이루는 한반도 지형이 크게 변한다. 한반도 산맥의 근간인 백두대간이 북쪽 백두산에서 남으로 내려오다가 태백산맥을 이루었는데, 그 끝부분인 포항 부근에서 부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 때 생긴 게 금정산맥이며 그 산맥은 지금의 부산앞바다로 들어가 대한해협과 맞닿는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북쪽에 범어사가 있다. 678년(신라 문무왕 18년) 의상대사에 의해 세워진 범어사는 역사적 가치 이전에 우선 절집이 예쁘다. 오래된 느낌의 건물들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절 입구는 계곡이다. 작은 계곡을 지나면 길 양쪽에 탑과 비석, 글자를 새긴 돌, 당간지주 등이 서 있다. 그리고 일주문인 ‘조계문’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문이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조계문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면 천왕문이 나오고 그 다음이 불이문이다. 일주문인 조계문은 세속과 비속의 경계이며, 그 다음 만나는 천왕문은 부처와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있는 곳이다. 사천왕은 이른바 불법의 외곽 수문장인 셈이다. 세속을 버리고 비속의 세계로 들어와 불법에 정진하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이 문을 지나면 불이문이 나오는데, 불이문을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그 문을 모두 거쳐야 정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토의 세계가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절집이 있는 절의 안마당인 셈이다. 범어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미륵전, 나한전, 지장전, 산신각, 독성전, 팔상전 등 수 많은 절집들이 그 상징과 쓰임에 맞는 크기와 위치에 절도 있게 배치되어 있다. 범어사가 여행자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절 건축물의 외관이며, 단청이 오래되어 보인다. 칠 벗겨진 단청과 비틀린 기둥과 문틀에서 오래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대웅전 처마 아래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절집 기와 너머로 희미한 산줄기가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놓은 기와 자체도 너울처럼 굽이쳐 흐르는 것 같았다. 금정산 중턱 푸른 숲을 배경으로 중첩된 건물의 기와지붕 용마루가 교차하는 모습이 한국의 산을 닮았다. 한국의 건물들은 산과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다는 말이 있는데, 산 속에 푹 파묻혀 있는 범어사 또한 그 이치를 어기지 않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 절 입구에 있는 약수물을 한바가지 들이켰다. 속이 후련하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범어사역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타면 된다. --------------------------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