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계곡
도시의 계곡
  • 나무신문
  • 승인 201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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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호수공원

▲ 관악산 호수공원 지나 바로 나오는 계곡에서 노는 엄마와 아이들. “덥다 덥다” 해도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땡볕이 머리를 누르고, 태양열을 머금은 땅덩어리가 뙤약볕 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밑에서 뿜어 올린다. 열기 가득한 프레스가 위와 아래에서 압착해오는 느낌이다. 아스팔트가 녹아 흐를 정도니 도심의 일상에 놓인 사람들은 그 더위에 얼마나 지칠까. ▲ 관악산 호수공원 산책로를 걷는 엄마와 아이들.
시원한 숲 계곡 바다와 시냇가로 무조건 떠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생활이 생활인지라 쉽게 마음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서울에 있는 계곡 하나 소개 한다.
관악산 호수공원 일대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계곡 산책로다.


신림역 사거리에서 서울대학교 쪽으로 가다 보면 서울대학교 정문 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관악산공원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에 들어서면 ‘관악산공원’을 알리는 현판이 기와를 얹은 큰 대문 위에 걸려 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관악구청을 지나 서울대 쪽으로 가게 되면 서울대 정문 옆을 지나 내려가다가 유턴하면 바로 관악산공원 주차장이다.


관악산 호수공원은 ‘관악산공원’ 현판이 걸려 있는 문을 지나 시멘트로 포장 된 길을 따라 10분~15분 정도 올라가면 나온다. 길은 시멘트 길이지만 길가는 나무가 우거진 숲이다. 굴참나무, 갈참나무, 소나무 등이 뒤섞여 있는 숲에서 숲의 향기가 난다.(호수공원 근처에는 왕벚꽃나무가 있다) 그래서 관악산 호수공원으로 가는 이 길 첫머리부터 산책로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관악산 호수공원’이라고 글을 새긴 바위가 있다. 그 바위 왼쪽 길로 접어들면 바로 관악산 호수공원이다. 이 호수공원은 원래는 수영장이었는데, 수영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흉물스러운 시설로 전락하자 호수를 만들고 주변에 꽃과 정자, 나무다리, 산책로 등으로 꾸몄다.


산책하기에는 적당한 곳이다. 하지만 정작 호수공원 보다는 호수공원 정자 뒤로 이어지는 길 옆 계곡이 더 가볼만 하다. 인공으로 꾸며 놓은 시설보다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풍경이 그만큼 더 사람 마음을 붙잡는다.


▲ 관악산 호수공원 정자에서 바라본 전경. ▲ 관악산 호수공원 지나 바로 나오는 계곡 전경.
관악산 호수공원 정자 뒤로 난 길을 따르면 길 왼쪽으로 계곡이 나타난다. 그 길 어디에서든 계곡으로 내려 갈 수 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물이 맑은 편이다.


계곡은 얕은 곳도 있지만 간간히 깊고 물살이 빠른 곳도 있다.(비의 양에 따라 계곡물이 많거나 적다) 중간에 보를 막아 놓은 곳도 보인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앉아 놀 수도 있다. 너럭바위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 이곳이 서울이라는 생각을 잊는다.


관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이곳부터 시작된다. 등산을 할 게 아니라면 이 계곡에서 놀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도 며칠은 계곡물 소리가 귓가에 맴돌겠다.

▲ 관악산 호수공원 지나 바로 나오는 계곡. 엄마와 아이들이 계곡에 앉아 발 담그고 놀고 있다. ▲ 관악산 호수공원 지나 바로 나오는 계곡. 물에 푹 빠져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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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