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 찍고 변신 꿈꾸는 ‘합성목재’의 막장 드라마?
점 하나 찍고 변신 꿈꾸는 ‘합성목재’의 막장 드라마?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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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표준원, 복합목재로 개명 “안 돼”…복합체 바닥판이 “KS”

기술표준원, 복합목재로 개명 “안 돼”…복합체 바닥판이 “KS”
“목재 관련 학계 및 산림과학원 ‘복합목재’에 이의제기 없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합성목재’의 한글명칭이 ‘복합체 바닥판’으로 공식화될 전망이다. 기술표준원은 최근 KS 예정고시에서 ‘합성목재’의 한글명칭을 ‘복합 목재 바닥판’으로 한 것에 대한 목재업계의 반발에 대해, 업계에서 정식으로 의견을 제출하면 ‘복합체 바닥판’으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합성목재에 대한 목재업계의 무관심한 대응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단체 및 학계는 산업계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기술표준원은 지난 5월2일 ‘합성목재’에 대한‘KS_F_NEW_ 2011_0148 등 1종 제정 예고고시’를 하고 오는 7월1일까지 의견을 제출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합성목재’의 한글명칭이 ‘복합 목재 바닥판’(Wood Plastic Composite (WPC) Deck Board)으로 돼 있다는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목재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동안 ‘합성목재’는 목재와 플라스틱의 복합체(Wood Plastic Composites) 임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을 빼고 ‘목재’만 강조한 ‘합성목재’라는 상품명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합성목재’의 공식명칭은 ‘목재·플라스틱 복합재’(Wood Plastic Composites, WPC)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나무신문 2008년 11월 14일자 참조, QR코드 http://www.imwood.co.kr/news/read.php?idxno=3890  >


그러나 이후에도 시장에서는 ‘합성목재’로 통칭돼 판매,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합성목재’에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등 이들 업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친환경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합성목재’를 ‘복합목재’로 바꾼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소비자들을 우롱하려고 하는 시도라는 게 목재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서울 흑석동에 거주하고 있는 장 모씨는 ‘복합목재’와 ‘플라스틱목재복합재’ 중에 어는 것을 사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복합목재’를 쓰겠다. 복합목재는 소나무와 참나무와 같은 서로 다른 종류의 나무가 복합돼 있는 목재라고 이해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사실은 ‘복합목재’와 ‘플라스틱목재복합재’, ‘합성목재’가 같은 제품이라고 알려주자 “전혀 같은 제품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플라스틱목재복합재’는 플라스틱과 목재가 섞여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합성목재’는 목재에 모종의 화학적 처리를 한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KS 한글명칭에 최소한 ‘플라스틱’이 병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대한목재협회 양용구 이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영어명칭(Wood Plastic Composites, WPC)에도 분명히 플라스틱이 명기돼 있고, 일본공업규격(JIS)에도 ‘목재·플라스틱 재생복합재’(木材·プラスチック再生複合材)로 돼 있다”면서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플라스틱이 빠져 있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와 같은 이름 붙이기가 다분히 의도적인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성목재’는 플라스틱으로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수입제품 대부분이 플라스틱 제품에 붙여지는 ‘3’으로 시작되는 HS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KS 규격 제정만 해도 ‘플라스틱기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는데, 정작 명칭에서 플라스틱을 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기술표준원이 ‘합성목재’업계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기술표준원은 ‘합성목재’가 ‘복합목재’로 바뀐 것은 오히려 목재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된 뒤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목재업계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일부 인정하고, 목재업계의 정식적인 요구가 있으면 수용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이번 명칭 변경에 대해 “목재업계에서 먼저 ‘합성목재’라는 용어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Wood Plastic Composites’를 사용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이를 받아들여 한글명칭을 만드는 과정에서 ‘Plastic Composites’를 ‘복합체’로 해석해 ‘복합 목재 바닥판’으로 명명하게 됐다”며 “이후 (복수의) 모 대학 교수와,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 등과 의견교환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한글명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취재 과정에서 지난 2006년 제정된 기술표준원 GR인증시 ‘합성목재’가 ‘재활용 복합체 바닥판’(Recycled Composite Deck Board·GR F 2016 : 2100)으로 명명된 선례를 들어, 새롭게 재정되는 KS규격의 한글명칭을 ‘복합체 바닥판’으로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기술표준원에서 ‘복합목재’로 이름 붙인 것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다. 또 목재업계의 이의제기도 없었기 때문이다”며 “목재업계에서 7월1일 전에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해오면 ‘복합체 바닥판’으로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목재협회 양용구 이사는 “빠른 시일 내에 목재산업계의 의견과 JIS규격 및 GR인증 관련 자료 등을 취합해 이의제기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이전제 목재산업단체연합회장도 “관련 협회에서 요구가 있으면 연합회 차원에서도 움직이겠다”고 답했다.


한편 KS인증의 ‘복합 목재 바닥판’은 “열가소성수지에 목질섬유(중량기준으로 50% 이상)를 혼합하고, 첨가제를 첨가, 압출 성형하여 생산한 옥외용 복합 목재 바닥판”을 말하며, GR인증의 ‘재활용 복합체 바닥판’은 “주택의 외부 조경용 데크 및 베란다, 발코니 등의 실외용 바닥을 구성하는 목적으로 열가소성수지에 목분 또는 왕겨 등을 질량기준으로 50% 이상 사용하여 만든 재활용 복합체 바닥판”으로,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또 두 가지 인증 모두 기술표준원에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