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계 속 모르는 ‘우리 교수님과 박사님들’
사설/산업계 속 모르는 ‘우리 교수님과 박사님들’
  • 나무신문
  • 승인 201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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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와 플라스틱의 복합체인 WPC가 ‘플라스틱’을 숨기고 ‘목재’만 강조한 ‘합성목재’에서 다시 ‘복합목재’로 개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합성목재’는 중금속과 발암성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깨지고 뒤틀리는 등 갖가지 하자발생 사례가 속속 전해지면서 그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개명 시도’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나와서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막장 드라마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목재관련 학계 및 언론계가 관여됐다는 의혹이다. 최소한 이들이 이러한 일을 사전에 미리 인지하거나, 인지할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목재관련 대학의 교수와 언론계 관계자로부터 (학술적으로) ‘합성목재’는 맞지 않으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WPC(Wood Plastic Composites)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한글명칭 명명과정에서 WPC는 ‘복합목재’가 됐고, (한글명칭에 관한 사항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대학의 교수와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등과 ‘복합목재’의 KS재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어느 누구도 ‘복합목재’라는 한글명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으며, 초기에 ‘합성목재 불가’ 의견을 낸 교수와 언론사 관계자 역시 한글명칭에 대해서는 의견개진이나 사후 확인이 없었다는 게 표준원의 설명이다.


물론 당사자로 지목된 대학 교수는 ‘합성목재에 관한 건이 아니었다’고 이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WPC의 KS재정 과정을 사전에 인지해서 챙겨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특히 산림과학원은 ‘합성목재’라는 명칭이 문제없다고 했다가 목재업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부랴부랴 ‘목재·플라스틱 복합재’가 맞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기까지 한 전력이 있다. ‘복합목재’를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영혼이 없는 게 아니라면 넋이 나간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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