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하나가 인천 목재산업단지 조성을 향한 업계의 열망에 흙탕물을 튀기고 있다.
“원목상태로 수입 가공하는 방식이 2020년 정도까지 지속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목재산업은 부산 등에서도 도시개발 때문에 밀려나다가
이것이 인천으로 오게 된 것 아니냐. 소위 신성장 산업이라고 불리는 목재산업 분야의 발전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이것이 최근 그 이름도 거창한 ‘글로벌 공급사슬관리(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 전개와 인천항
배후물류단지 고부가가치 창출 방안 세미나’에서 인천항만공사(IPA)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네이버
국어사전) 구자윤 경영본부장이 한 공식발언이다.
구 본부장 발언의 요지는, 목재산업 자체가 원래 부산 등 다른 도시를 중심으로 포진돼 있다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을 그나마 인천이
품어주었다는 것이다. 또 고작해야 10년이나 버티면 다행이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저탄소녹색성장 기수로서의 목재산업 역시 사실은 보잘 것 없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인천 북항 목재산업단지 조성은 “상황에 맞춰 정책을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형식적인 답변을 해줄 수는 있지만,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비아냥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구 본부장은 다른 곳도 아니고 최소한 인천항만공사를 대표해서 목재산업에 대한 발언을 하려면, 목재산업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나왔어야 했다. 못 된 땅주인 행세나 하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말이다.
목재산업이 얼마나 장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어째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산업인지는 크게 고민해 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또 우리의 목재산업이 한때 우리나라 경제를 어떻게 견인했고 그 과정에서 인천은 어떤 부채를 지게 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대한목재협회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 구 본부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세미나 시간도 다 끝나가는데, 듣보잡의 발언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못 느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듣보잡을 미래의 ‘전문가’로 만들어준 셈이다.
이것이야 말로 밤을 새워서라도 끝장을 냈어야 할 사안에 대한 듣도 보도 못한 무성의한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