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목재경제연구소’ 설립을 제안한다
사설/‘목재경제연구소’ 설립을 제안한다
  • 나무신문
  • 승인 201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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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시장이 심상치가 않다. 불과 한달여 사이에 많게는 80%까지 가격을 올려도 날개돋힌듯 팔려나가던 합판이 정작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어서는 매기가 싹 가셨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해, 잘못된 시장예측으로 사재기를 해 놓았는데 수요가 워낙 없다보니 판매가 되지 않았고, 높아진 가격 때문에 수요는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합판업계는 한몫 단단히 챙겨 일 년 장사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손해를 보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의 이 사태는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발생했다. 일본 수입상들이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합판을 싹쓸이 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국내 합판 생산업체는 물론 수입업체에서까지 일본에 합판을 수출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업계 전체가 우왕좌왕 한 것이다.


당분간 합판 수입이 어려우며 국내 생산품 역시 상당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될 것이라는 소문은 가수요를 낳았고, 가수요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인상을 낳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불과 한달여만에 빗나간 해프닝으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빗나간 해프닝을 우리가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예상되는 생채기의 골이 너무 깊다.


가뜩이나 지속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골병들어 있는 업계가 이번 사태로 카운터펀치를 맞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올라갈 대로 올라가 있는 지금 시세를 유지하고 있으면 수요 또한 계속해서 얼어붙어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가격을 섣불리 내리면 창고마다 가득가득 쌓여 있는 제품들을 모두 손해보고 팔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중국산 저가 합판들의 국내시장 입고는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는 분위기다.


뾰족한 대안은 없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예측은 없고 소문만 무성한 시장이 갖는 불가항력적인 병폐가 이번 사태로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아울러 이제는 정말 국제적인 감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이를테면 목재경제연구소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야 할 때다. 업계 전체가 십시일반 하면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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