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의 봄
화엄사의 봄
  • 나무신문
  • 승인 2011.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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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설동 풍물시장

▲ 화엄사 절집 기와지붕 위로 하얀 벚꽃이 피었다. 파란 하늘 아래 벚꽃이 하얗게 빛난다. 머리에 수증기가 꽉 찬 것 같고 몸이 무거울 때 찾는 곳이 몇 곳 있다. 서울의 서울성곽길과 한옥마을길 등이 그곳이며 멀리 지방에는 화엄사가 있다. 특히 화엄사는 봄이 절정이다. 봄 화엄사는 파란 하늘과 흰 꽃이 있어 쨍쨍하다. 각황전의 장중하고 수려한 아름다움은 언제 어느 때에 봐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 화엄사 각황전. 장중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화엄사는 백제 성왕 때인 544년에 지어졌다고 알려졌다. 또한 신라의 선덕여왕 시절 자장율사가 사리탑을 세웠다고 전한다. 또한 삼국통일 이후 문무왕 때에는 의상조사가 황금장육불상을 모신 장육전 법당을 세웠으니 그 법당이 바로 지금의 ‘각황전’이다.


고려시대를 연 태조 왕건은 화엄사를 중창할 것을 명했고 조선시대 세종 때에는 선종의 대본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진왜란을 맞으면서 화엄사에서 일어난 승병만 300을 넘었다. 왜장 가등청정은 화엄사의 모든 건물을 불태우기에 이른다.


▲ 화엄사의 봄은 고풍스런 절집과 새봄의 화사한 꽃이 어울려 아름답다. 전쟁이 끝난 뒤 숙종 때에 이르러 각황전을 다시 세우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차차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섬진강을 따라 꽃놀이에 나선 어느 해 봄, 광양 다압면 매화꽃 천지에 황홀경을 경험하고 하동 화개동천 십리 벚꽃길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구례 화엄사에 도착했다. 매화꽃밭의 화려함이나 벚꽃길의 호사스러움은 없었지만 화엄사의 봄은 ‘쨍쨍’하게 마음을 긴장시켰다. 고풍스런 기외지붕 위로 하얗게 반짝이는 벚꽃이 만개했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이 마음에 각인 된 순간 꽃의 낭만 가득한 봄도 가끔은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쨍쨍하게 사람을 긴장하게 한다는 걸 느꼈다. ▲ 화엄사 범종각 주변에도 온통 꽃이다.
각황전이 언제나 그렇듯이 그 자리에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는 화엄사를 돌아보고 난 뒤 진입로로 나오는 데 주변에 꽃 아닌 게 없다. 그런 풍경 속에서 상념이 사라지고 머리에 무엇인가 떠올랐다.


[세상에 내가 아닌 것 없으니 / 당신 또한 당신 아닌 것 없으리로다./만물이 스스로 그러하니 / 화엄의 길로 가는 곳에 / 꽃이 피어 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