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여행할 때 마다 변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가족과 함께 이 바닷길을 걸으면 좋겠다.’
그리고 드디어 가족과 함께 통영에 가게 됐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풍경은 가족과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곳이 여러 곳
있는데 그 중 으뜸이 통영의 강구안부터 충무교까지 바닷길을 걷는 길이다.
그리고 지금 그 길을 걷는다. 강구안에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배가 숨 가빴던 새벽 바다의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바닷가 사람들은
여전히 활력 넘쳤고 강구안 앞 그림이 있는 산동네, ‘동피랑’ 마을은 이제 전국적인 여행지가 되었으니 오늘도 젊은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동네
골목길을 누비고 다닌다.
중앙시장 길바닥에 즐비한 수산물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우럭과 광어 놀래미 등 이것저것 다 해 삼만 원, 오늘 시세 참 싸다 싶어
있다가 오기로 했다.
이 바다는 언제나 봐도 특별하다. 파도로 부서지거나 소리 내어 밀려오고 쓸려가는 법도 없다. 그저 조용할 뿐이지만 바다는 그 전체가
하나의 생명을 가진 유기체 같이 꿈틀대거나 넘실댄다. 점액질 용액이 파문을 일으키며 일렁이는 것처럼 거대한 바다 전체가 한꺼번에 일렁이는
것이다.
돌아가는 길 아이들은 벌써 회 타령이다.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중앙시장은 여전히 북적거린다. 삼만 원으로 낙점했던 회를 떠서
산양읍에 있는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로 왔다. 서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는 사람 마음 편안하게 만드는
숙소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솔숲을 지나 지중해식 건물에 부딪힌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통영의 바닷길 6km를 걸은 댓가로 받은 회로
배를 채웠다. 내일은 왕복 8km를 걸어야 된다는 것을 모른 채 아이들은 행복하게 재잘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