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봄은 힘이 세다
사진이 있는 짧은 산문/봄은 힘이 세다
  • 나무신문
  • 승인 201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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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김도언

모든 힘 센 것은 요란하지 않다. 요란한 것은 빈 수레처럼 자신을 믿지 못하는 허약뿐이다. 힘 센 것은 구태여 입을 열어 자신이 얼마나 힘이 센지 자랑할 필요가 없다. 힘센 것은 어느 사이, 모든 상황을 제압하고 자신의 입김을 새긴다. 입춘 우수 지나 봄이 그렇다. 봄은 아무도 몰래 하지만 너무나 분명하게 온다. 봄은 넉살 좋은 표정으로 치밀하게, 구석구석 다가온다. 저 작은 창문에 덧댄 철망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처럼. 봄은 그렇게 온다. 조심조심 오지만 어느 사이에 전부 와 있는 것. 그게 바로 봄의 힘이다. 저 봄의 힘으로 슬픔과 고통에 빠진 이를 일으켜세우기를. 저 푸르게 뻗치는 힘으로 가난하고 외로운 자의 등을 쓰다듬어 주기를. 힘이 센 봄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그뿐이다. ------------------------------
■김도언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1998년 대전일보,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 『악취미들』(문학동네),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민음사), 『꺼져라 비둘기』(문학과지성사), 청소년 평전 『검은 혁명가 말콤X』(자음과모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