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길
걸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길
  • 나무신문
  • 승인 201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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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바닷가 산책로

▲ 바다를 왼쪽 옆에 두고 걷는다. ▲ 걷기여행 반환점. 거대한 수직절벽 아래 동굴이 있다.
거센 파도 우렁찬 그 소리도 없다. 맑고 푸른 바다가 길 아래 모래와 갯바위에 숨죽이듯 스며든다. 갈매기 몇 마리 소리 없이 날고 섬들도 그 바다에서 가볍다.    


여태까지 본 항구 가운데 통영의 강구안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통영의 바다는 오래 전부터 마음에 그렇게 남았고, 통영의 또 다른 바닷가 산책로를 걷는 이번 통영 여행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걷기 여행의 출발 지점이자 도착지점이 도남동 ‘충무마리나리조트’다. 출발지점이 도남동이고 반환지점이 산양읍에 있으니 이 길 이름을 ‘도남~산양 바닷가 산책로’라고 이름 지었다.(이 길은 원래 ‘수륙~일운 해안도로’ 또는 ‘삼칭이 해안로’ 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 맑고 투명한 바다가 보기 좋다. 간혹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곳도 있다. 돛단배 떠다니는 바다가 평온하고 한가롭게 보인다. 바다 바로 옆에 길이 있다. 산책길 첫 머리에 갯바위가 있고 그 위에 나무가 자랐다. 그 앞으로 유람선이 떠간다. 햇볕 내려앉은 바다가 반짝이고 갈매기 몇 마리 그 위로 날아다닌다. 그윽한 바다가 수채화처럼 마음에 그려진다. 산굽이 돌아가는 굽은 길을 따라 바다도 구불거린다. ▲ 거대한 바위절벽 앞 광장까지 걸은 뒤 다시 걸어왔던 길을 따라 돌아간다. 바위가 사람 얼굴을 닮은 것 같다.
아주 작은 모래사장이 보인다. 그 앞에 의자가 놓인 쉼터가 있고 쉼터 위로 계단이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길과 바다를 한 눈에 넣고 바라본다.
길은 산기슭을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지다가 저 앞 산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가니 통영 공설해수욕장이 나온다. 이 길에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 바다 앞 우뚝 솟은 절벽과 나무. 저 모퉁이를 돌면 이번 걷기여행의 반환점이다. 길은 계속 바다를 왼쪽에 두고 이어진다. 해수욕장을 지나 조금 더 가니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고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나왔다. 저 앞에 바다로 뻗어 나온 낮은 다리가 보인다. 등대낚시공원이다. 바다로 뻗어 나간 다리로 걸어가면 그곳에 좌대가 있고 낚시를 할 수 있다.(유료) 날은 어두워지고 바다와 하늘에는 노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과 섬에 가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주변 하늘과 바다가 노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인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 위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다. 그 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절벽과 동굴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이번 걷기여행의 반환점이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노을이 짙다. 해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어둠에서 피어나는 노랗고 붉은 노을빛이 그윽하게 마음을 물들인다. 왔던 길을 되짚어 걷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지나왔던 기이하게 생긴 바위를 광장 쪽에서 바라보니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아이를 업은 엄마의 형상을 닮은 것 같다. 돌아오는 길 해지는 바닷가에 물 새 한 마리 서서 꼼짝 않는다. ---------------------------------------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등이 있다.